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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출격] 광화문에 울려퍼진 이승환의 주문 “하야하라”

▲가수 이승환(사진=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가수 이승환(사진=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시민들이 모인다. 웅성대던 수 만 개의 목소리는 노래가 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도시가 포효한다.

25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는 예술인 연합의 ‘내려오SHOW’ 공연이 열렸다.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현수막을 자신 소유 건물에 내걸었던 가수 이승환의 밴드를 비롯해, 해리빅버튼, 단편선과 선원들, 포크 가수 권나무가 이날 공연에 함께 했다.

광화문의 공기는 일찍부터 심상찮게 흘렀다. 공연이 시작되기 두 시간 전부터 야외에 마련된 특설무대 앞에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리를 잡았다. 이들을 향해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행진이 이어졌다. 세월호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캠프 일대에서는 한 포크 가수가 밥 딜런의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g on heaven's door)’를 부르고 있었다.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사진=오병돈 객원기자)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사진=오병돈 객원기자)

소리꾼 최용석의 ‘촛불가’를 시작으로 해리빅버튼, 강산에, 단편선과 선원들, 권나무, 이승환밴드가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이날 같은 곳에서 총궐기를 선언한 대학생들이 무대 앞을 지켰고,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에 합류하는 시민들의 수는 무섭게 늘어났다.

뮤지션들은 다양한 언어로 시국을 노래했다. 해리빅버튼은 묵직한 기타 연주와 함께 “왕이 되고자 하는 꿈은 감히 꾸지 말라(Dont' ever dream of being the king)”고 꾸짖었고, 강산에는 경쾌한 리듬으로 어쿠스틱 기타를 퉁기며 “내가 이러려고 음악했나”고 한탄했다. 그의 입에서 “박근혜씨, 빨리 내려오이소”라는 부름이 흘러 나왔을 때에는 관객에서 환호 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가수 강산에(사진=오병돈 객원기자)
▲가수 강산에(사진=오병돈 객원기자)

단편선과 선원들의 무대는 시원한 굿판 같았다. ‘불’, ‘노란 방’ 등 기존의 발표곡을 비롯해 오는 12월 12일 발매 예정인 신곡 ‘국가’까지 시원하게 공개했다. “내년에는 여기에서 모이지 맙시다. 추운 데 뭡니까.” 정권 교체를 향한 염원을 시니컬한 말투로 에둘러 말해도 관객들은 찰떡 같이 알아듣고 호응을 보냈다. 포크 가수 권나무는 ‘2014년 4월’이란 노래로 세월호 사건을 상기시키더니 ‘사랑은 높은 곳에서 흐르지’, ‘물’로 시민들의 마음을 달랬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이승환밴드의 무대였다. ‘길가에 버려지다’ 뮤직비디오를 시작으로, 이승환의 콘서트에서 들을 수 있었던 내레이션이 이어졌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시민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덩크슛’의 가사 “주문을 외워보자. 야발라바히기야”는 이번에도 어김 없이 “주문을 외워보자. 하야하라 박근혜”로 바뀌었다. 시민들은 금세 그의 노래를 따라하며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가수 이승환(사진=오병돈 객원기자)
▲가수 이승환(사진=오병돈 객원기자)

‘슈퍼 히어로’, ‘물어본다’, ‘단독전쟁’을 연달아 부른 그는 “차가운 광장에서 함께 해주시니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는 말로 시민들을 반겼다. 정권을 향한 따끔한 일침과 대통령을 비꼰 풍자도 잊지 않았다. ‘발라더’를 자청하면서도 “‘하야하그라’, ‘내려오그라’고 외치려면 불끈 불끈 힘나는 노래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시종 록 음악을 들려줬다. 가사를 줄줄 외며 ‘떼창’을 하는 여성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이승환이 떠난 자리. 대학생들은 행진을 시작했다. 각 대학별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청와대 쪽을 향해 멀어졌다. 한산해진 거리는 그러나 뮤지션들의, 시민들의 열기로 여전히 후끈거렸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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