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방송계는 ‘음악’을 빼놓고 말할 수 없고, 2016년의 가요계는 ‘방송’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스튜디오 천장을 날려버릴 듯한 기세로 고음을 쏟아내는 가수의 절창과 입이 떡 벌어지고 눈물이 콱 쏟아지는 방청객의 리액션은 그 어떤 편집보다 자극적이면서도 동시에 낭만적으로 보인다. 음악 예능 범람의 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프로그램과 출연자들을 비즈엔터가 꼽아봤다.

올해의 음악대장 하현우(국카스텐)
하현우를 빼놓고는 올해의 음악 예능을 논할 수 없다. 음악 예능 중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MBC ‘일밤-복면가왕’의 제 2전성기를 그가 열었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김연우에 이어 대중 뇌리에 깊이 남은 ‘우리동네 음악대장’ 하현우는 무려 18주 동안 가왕 자리를 사수하며 9연승이라는 대 기록을 남겼다. 그가 보여준 음악들은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며 안방극장에 또 다른 즐거움을 낳았다. 가히 ‘올해의 음악대장’이라 칭할 만 하다.
올해의 후발주자 각종 음악예능들
과거 MBC가 ‘나는 가수다’를 성공적으로 론칭하자 KBS2 ‘불후의 명곡’을 시작으로 우후죽순 비슷한 음악프로그램이 생겨났다. 이번엔 MBC가 ‘일밤’ 새 코너로 ‘복면가왕’을 성공시키자 새로운 음악 예능들이 하나 둘씩 기획되기 시작했다. SBS에서는 ‘신의 목소리’와 ‘판타스틱 듀오’를, MBC에서는 ‘듀엣 가요제’, JTBC에서는 ‘팬텀싱어’ 등을 편성한 것. 이 외에도 음악예능이라는 갈래 속에 속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안방극장을 찾았지만, 이들의 범람은 결국 자생이 아닌 폐지 혹은 시즌1 종영이라는 결말을 낳았다.

올해의 길티 플레저 프로듀스101
DSP미디어 소속 윤채경은 Mnet ‘프로듀스101’ 출연 당시 ‘빚채경’이란 별명을 얻었다. 테스트를 빙자한 몰래카메라에서 “회사에 빚이 많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윤채경이 ‘회사에 빚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값을 변상해야 하는’ 입장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 프로듀서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 그러니까 ‘프로듀스101’은 투표를 ‘권력’ 삼아 연습생들을 ‘심판’하는, 길티 플레저로 가득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프로듀스101’의 성격은 프로그램을 “건전한 야동”이라고 표현한 Mnet 한동철 국장의 발언과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콘텐츠라는 의미”라던 Mnet의 해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프로듀스101’, 10주 동안 수고했고 다신 만나지 말자.
올해의 무용지물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
멀게는 10여 년 전 그룹 빅뱅의 연습생 시절을 담은 MTV코리아 ‘리얼다큐 빅뱅’부터, 가깝게는 Mnet ‘식스틴’과 ‘프로듀스101’까지. 아이돌 그룹의 데뷔 과정을 담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나름대로 유구한 흥행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후발주자로 등장한 Mnet ‘d.o.b’, ‘펜타곤메이커’, ‘서바이벌 모모랜드를 찾아서’ 등이 초라한 성적으로 막을 내리면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성공 사례는 올해 대(代)가 끊길 위험에 처했다. 그러나 불굴의 Mnet, 내년 상반기 남자 연습생 버전의 ‘프로듀스101’ 시즌2를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 그 끈기와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물론 “‘프로듀스101’, 10주 동안 수고했고 다신 만나지 말자”는 의견에는 변함이 없지만.

올해의 개과천선 쇼미더머니5
‘힙합의 대중화’는 Mnet ‘쇼미더머니’ 시리즈의 제작진이 가장 자랑스럽게 뽐내는 성과다. 비주류 문화였던 힙합을 주류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주장에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쇼미더머니’ 시리즈가 대중화한 것은 ‘왜곡된 힙합 문화’라고 하는 편이 더욱 타당하다. 특히 래퍼 블랙넛을 일약 스타덤에 올렸던 시즌4는 방송 내내 잡음에 시달렸는데, 올해 방영된 시즌5에서는 ‘욕먹지 않겠다’는 제작진의 절치부심이 엿보였다. 자극적인 편집보다는 음악에 초점을 맞췄다는 호평이 프로그램을 향해 쏟아졌고 비와이는 신앙을 고백하고 삶에 대한 의지를 곱씹는 ‘착한 랩’으로 인기를 얻었다. ‘쇼미더머니’의 흑역사를 생각한다면 개과천선, 환골탈태다.
올해의 아이쿠! 더원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우리동네 음악대장’ 하현우의 10연승을 저지한 주인공은 바로 풍부한 감성의 주인공 더원이다. 그만의 남자다운 음색은 ‘하면 된다 백수탈출’이라는 복면을 만나 새로운 가왕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2연승을 가뿐히 해내고 3연승 고지를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던 그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으니, 바로 전설의 ‘아이쿠!’ 사건이다. 과감하고도 실험적인 선곡인 아이유 ‘좋은 날’로 새로운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고자 나선 더원은 결국 “아이쿠!”를 외치며 왕좌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이후 더원의 팬들은 그에 대한 응원 멘트로 “아이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으니, 결론은 해피엔딩 아닐까.

올해의 천당과 지옥 슈퍼스타K2016, K팝스타6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Mnet ‘슈퍼스타K2016’(이하 슈스케) 종영 이후 연예 뉴스 메인 화면에 걸어놓은 기사는 안타깝게도 프로그램의 폐지를 바라거나, 프로그램의 폐지 가능성을 점치거나, 프로그램의 고전 이유를 분석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오디션 2.0”을 외치며 대대적인 변화를 감행했음에도 불구, ‘슈스케’는 방영 내내 낮은 시청률 속에서 조용히 막을 내렸다. 반면 SBS ‘K팝스타6’는 기성 가수와 연습생들을 출연시키며 초반 화제성 잡기에 성공했다. 편성 시간을 옮긴 것 또한 프로그램 흥행에 주효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앞으로 남은 생방송에서도 지금의 인기몰이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슈스케’와 정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올해의 250억 소년24
CJ E&M이 향후 3년 간 250억 원을 투자하는 초대형 프로젝트. ‘프로듀스101’을 성공시킨 Mnet이 야심차게 론칭한 ‘소년24’는, 그러나 첫 방송 이후 출연자들의 엉성한 실력 탓에 비판 여론에 휩싸였고 낮은 시청률로 종영했다. 방송 이후 기억나는 것이라곤 “여긴 장난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바스코의 심사평 뿐. 그러나 회가 거듭될수록 프로그램을 찾는 골수팬이 생겨났고 1년간의 장기 콘서트도 나름대로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250억’이라는 ‘억’소리 나는 투자 금액을 생각하면 “얘들은 누구?”라는 댓글에 가슴이 미어지지만, 인생 한 방이라지 않은가. 부디 최종 우승팀이 ‘초대형 K팝 프로젝트’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팀으로 자라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