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세 미남, 아니다.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 그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구력과 근력과 끈기를 바탕으로 15년 째 가수 생활을 이어오는 사내가 있으니, 가수 싸이다. 싸이와 함께 불타는 크리스마스이브 전야제를 보내고 왔다.
23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위치한 고척 스카이돔에서는 가수 싸이의 단독 콘서트 ‘싸드레날린’이 개최됐다. 당초 크리스마스이브를 10분 앞두고 시작될 예정이었던 이번 공연은 관객 입장 지연으로 인해 자정을 조금 넘겨 시작했다. 싸이는 자신의 히트곡을 총 망라한 세트리스트로 무려 4시간에 걸쳐 32곡의 무대를 보여줬다.
록 버전으로 편곡된 ‘챔피언’과 최신작 ‘대디(DADDY)’로 공연을 시작한 싸이는 “가수가 되길 정말 잘했다”는 첫 인사로 관객들을 맞았다. 그는 “아주 잘생기거나 가창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그래서’ 15년 동안 가수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15년 째 가수를 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며 본격적인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댄스, 댄스, 쉼 없는 댄스. 싸이는 ‘연예인’, ‘내 눈에는’, ‘나 이런 사람이야’, ‘새’, ‘오늘 밤새’ 등의 히트곡을 꽉꽉 눌러 담은 세트리스트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좀처럼 라이브로 들을 수 없었던 ‘끝’이나, ‘아버지’와 같은 감성적인 곡,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닌, 그 전의 옆 사람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며 듣는 노래”이자 “하지만 분명 커플들을 위한 곡”이라던 ‘어땠을까’ 역시 만나볼 수 있었다.
공연장이 고척 스카이돔은 객석의 단차가 높기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덕분에 아이돌 그룹 팬들 사이에서는 ‘살기 위해 스탠딩을 포기한다’는 농담이 심심찮게 오가곤 하는데, 싸이 공연장의 2, 3층 관객들을 단차에 대한 두려움도 잊은 채 자리를 박차고 뜀박질을 하며 무대를 즐겼다.

‘여장’ 무대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싸이는 박지윤 ‘성인식’, 씨스타 ‘나 혼자’, 보아 ‘마이네임(My name)’, 레이디가가 ‘포커페이스(Poker Face)’, 비욘세 싱글레이디‘(Single Ladies)’ 등 그동안 보여준 여장 가운데 ‘레전드’ 무대를 메들리로 재현했다. 오동통한 그의 몸이 저렇게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 놀라워하고 있을 무렵, 싸이는 파격적인 소품과 무대 의상으로 또 한 번 충격을 더했다.
게스트로는 래퍼 비와이, 가수 비, 그리고 전인권이 등장했다. 특히 전인권의 무대는 앞서 ‘최순실 라인 연예인’으로 지목돼 곤욕을 치렀던 싸이를 위한 항변과 위로처럼 들리기도 했다. 싸이는 “좋은 내용이든 나쁜 내용이든, 내 기사에 늘 ‘저 새끼 그럴 줄 알았어’라는 댓글이 달린다. 그러나 나도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이다. 오죽 사랑하면 군번이 두 개이겠나”고 농을 치면서, 소리 높여 ‘걱정 말아요 그대’를 불렀다.

‘낙원’을 끝으로 본 공연이 막을 내린 후에는 본 공연만큼이나 긴 앙코르 공연이 이어졌다. ‘위 아 더 원(We are the one)’, ‘강남스타일’, ‘챔피언’ 등 7개의 무대로 앙코르 공연을 채운 그는 관객들의 환호에 거듭 소환되며 리앙코르 무대를 이어갔다.
공연이 끝난 것은 오전 4시를 넘긴 시각. 싸이는 “간혹 동료 가수나 관계자이 ‘본 공연보다 앙코르가 긴 건 상도덕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한다. 하지만 나는 고객을 대하는 업주의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니까 아마 ‘손님은 왕’이라는 풍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싸이는 언제나 최고의 서비스로 관객들을 모실 테다. 그가 지난 15년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