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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직후] ‘눈길’, 폭력을 전시하지 않고도 아픔을 보여줄 수 있다는 믿음

(사진=(주)엣나인필름 제공)
(사진=(주)엣나인필름 제공)

공개날짜: 2월 13일 오후 2시
공개장소: CGV 왕십리
감독: 이나정
배급: (주)엣나인필름, CGV 아트하우스
개봉: 3월 01일

줄거리:1944년 일제강점기 말. 다른 운명을 타고 났다고 생각 되어지는 두 소녀가 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종분(김향기), 부유하게 자란 똑 부러지는 영애(김새론). 다른 길을 갈 줄 알았던 두 소녀는, 그러나 일본군에게 어디론가 끌려가면서 같은 운명에 놓인다. 끔찍한 현실 속에서 소녀들은 고향을 그리워한다.

리뷰: “상처받고 피해 받은 분들이 생존해계시는데 (폭력적인 장면을) 영화적 볼거리로 소비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일 것 같아 최대한 간접적으로 표현하려 했습니다.”-이나정 감독

꼭 해야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꼭 다뤄줬으면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러나 꼭 해야 하는 이야기들이 제대로 다뤄지는 건 힘든 일이다. 위안부 소재는 자주 그래왔다. 너무 선정적으로, 너무 자극적으로, 너무 고통스럽게, 너무 전시적으로…그렇게 다뤄져 온 협의가 짙다. 마치 성 노예화 과정을 처참하게 그리는 것이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는 유일한 방법인 것 마냥. ‘눈길’은 그러한 논리에 거대하게 한 방 먹이는 영화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아니 그런 것들로 논점을 흐리지 않아서, 아픈 역사를 더 뚜렷하게 보게 만든다. 여기에 ‘눈길’의 성취가 있다.

영화는 비극의 역사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할머니 종분(김영옥)의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갈 곳 없는 불량소녀 은수(조수향)의 이야기를 병치시켜 따뜻한 연대를 말한다. “부끄러워서” 과거를 잊으려 했던 할머니 종분이 세상 밖으로 나가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 역시 연대의 힘이다. 연대에 힘을 더하고, 아픈 상처에 연고를 바르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김새론의 당당함과 김향기의 맑음이 만나, 보는 이들의 마음을 불러 세운다. 잊어서는 안 될, 역사의 현장으로.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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