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맹선미 기자]
23일 방송되는 KBS 1TV '동에한바퀴'에서는 대둔산에서 동상, 삼례를 지나 만경강의 비비정까지산과 계곡과 강줄기를 따라 완주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아버지의 감나무를 지키는 모자의 인생 곶감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박충헌 씨는 가을철이 되면 만사 제쳐두고 산골 마을인 동상면으로 돌아온다. 산비탈 곳곳에 익어가는 감을 수확하기 위해서다. 지대가 높고 날씨가 서늘해 씨가 없고 당도가 높기로 유명한 동상 곶감. 감 마을에서 태어나 곶감을 판 돈으로 학교에 다녔던 충헌 씨에게 곶감은 그리 달콤한 기억만을 남기진 않았다. 아버지가 감을 수확하다 감나무에서 떨어져 세상을 떠났던 것. 하지만 충헌 씨는 그 아픈 기억에도 감나무를 떠나지 못했던 어머니를 위해 올해도 어김없이 고향을 찾아와 어머니와 함께 감을 따고 깎고 말리며 곶감을 만들어낸다. 예로부터 고종황제에게 진상했다 하여 이름도 고종시 곶감. 과연 모자의 아픈 삶을 통해 만들어지는 이 산골 곶감의 맛은 어떨까.
고즈넉한 산골 마을 한가운데 웬 절이 있을까? 호기심에 절을 찾아가 대웅전 문을 여니 있어야 할 부처가 아닌 한 젊은 여성이 있다. 화가 윤대라 씨다. 시골 생활이라곤 몰랐던 대라 씨는 10년 전 역시 화가였던 남편이 사찰 구매를 계약해버린 까닭에 이곳에 내려올 수밖에 없었단다. 생소한 마을, 생소한 집에서 자리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대라 씨의 마을 정착기는 마을의 감사패까지 받았다. 이처럼 대라 씨 부부의 인생 화폭에 담긴 시골 이야기를 들어본다.
오죽했으면 이곳을 만경 5경이라고 했을까. 비비정에 올라 내려다보면 유유히 흐르는 만경강 주위로 가을 갈대가 살랑이는 비비낙안(飛飛落雁)이 보인다. 옛날에는 기러기들이 쉬어갔다는 이곳에 웬 젊은이들이 모여 앉아 있다. 바로 이은희 씨가 운영하는 싱잉볼 명상 교실이란다. DMO(지역관광추진조직) 사업 중 하나로 완주에서 풍경 좋다는 곳을 다니며 요가와 명상을 가르친다는 은희 씨. 과제에 지친 학생들과 제대로 쉬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인기 만점이라는데. 싱잉볼 소리가 울리면 세상도 머리도 마음도 고요해지는 특별한 휴식 시간이 찾아온다.
요즘 MZ세대들에게 유행한다는 워케이션(Workation)! 사무실에서 벗어나 여행지에서 일하며 휴가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여행 트렌드다. 이에 맞춰 게스트하우스 주인인 홍유진 씨는 특별한 워케이션을 준비했다. 바로 2박 3일 워케이션 프로그램 ‘나는 일로’다. 낮에는 일, 밤에는 전통주 체험, 바비큐 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유진 씨가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건 한국관광공사가 지원해 각 지역의 새로운 관광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DMO(지역관광추진조직) 사업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건방 떨지 말고 천천히 만들어라!" 콩물에 간수를 넣을 때면 홍성태 씨는 어머니의 말이 절로 떠오른다. 남아도는 콩을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어머니에게 배운 두부를 만들어 팔기로 했다는 성태 씨. 어머니의 손맛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내 박정희 씨도 음식 솜씨를 발휘한다. 그렇게 완성한 어머니표 두부 요리를 맛보러 외지인들이 찾아오고 마을 사람들은 콩 판로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일석이조인 셈. 마을의 활기를 찾아준 어머니표 두부 요리의 맛은 과연 어떨까?
◆겁 없는 서울 청년 부부 완주에서 빵으로 꿈을 펼치다
귀촌한다면 어떤 이유가 있을까? 꿈, 귀향, 노후 등등 다양하지만, 김현화, 김용현 부부는 '그냥 살아보고 싶어서'였다. 코로나로 여행사에서 퇴직 후 우연히 지역 한 달 살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현화 씨.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결혼 준비가 한창일 때 귀촌하자며 남편을 설득했다.
1년 반 동안 온갖 지역을 다니다 정착하게 된 곳이 완주였다. 오기 전까지는 이름도 몰랐던 완주에 정착한 지 4년, 이제는 어엿한 빵집 사장님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이루고 싶은 꿈이 많다는데. 닭도 키우고 감밭도 일구고 아이들에게 빵 기술도 가르치고 완주도 알리고. 이 많은 꿈을 일구기 위해 시작한 것이 삼례 딸기, 봉동 생강, 운주 흑곶감 등 완주 특산물을 이용한 삼 형제 빵이다.
한옥 좋아하는 청년, 이문희 씨가 일을 냈다. 완주 산골짜기에 150년 넘은 고택들을 옮겨 놓았다. 고창, 무안에 있던 고택들이 철거되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던 문희 씨. 7년이 넘는 대공사 끝에 고택들을 어머니의 고향인 완주로 이축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소중한 고택들을 문화 공간으로 가꿔 모두에게 공개한 문희 씨. 젊은 세대가 고택을 즐기고 그 매력을 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란다.
이를 위해 문희 씨가 한 번 더 일을 내고자 한다. DMO(지역관광추진조직) 사업에 선정된 야간 축제 「별빛 주막」을 야심 차게 준비한 것. 밤이 되면 어두워져 고택을 즐기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동네 주민들과 합심해 기획했다.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완주 먹거리와 지역 예술가들이 펼치는 흥겨운 공연을 고즈넉한 고택에서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