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시카고 타자기' 포스터(출처=CJ E&M)

‘시카고 타자기’의 종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임수정의 브라운관 복귀작이라는 점과 군 입대·투병 등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유아인이 뭉쳐 방영 전부터 기대작으로 떠올랐지만, tvN의 히트작 대열에는 끝내 합류하지 못했다.

분명, ‘시카고 타자기’는 화제작일 수밖에 없었다. 임수정 유아인의 만남은 물론 ‘경성스캔들’, ‘해를 품은 달’, ‘킬미 힐미’ 등을 진수완 작가의 신작이기도 했다. 여기에 전생과 현생이 이어진 이야기 구조와 복합적인 캐릭터,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까지 흥행요인들이 총집합한 작품이었다. 때문에 ‘도깨비’ 이후 부진의 늪에 빠진 tvN 드라마를 살릴 구원투수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초반부터 제동이 걸렸다. 전생부터 이어진 남녀주인공의 만남은 곧 필연이자 운명과도 같았지만, 후반부의 이야기를 모를 수밖에 없던 초반부에는 남녀주인공의 만남이 우연에 의존한 것으로 비쳐졌다. 멜로와 시대물, 판타지가 어우러진 복합장르는 극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가 됐다. 초반 화제성 등은 꽉 잡았으나 그 성적이 시청률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당초 명품 라인업을 구축한 ‘시카고 타자기’에 쏠린 높은 기대감은 극의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이 달라진 점도 악영향을 끼쳤다. 직관적이며 빠른 전개를 선호하는 시청층이 증가했으나 ‘시카고 타자기’는 보다 더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향후 전개를 위한 초반부 설정을 곱씹기 보다는 복잡한 내용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시카고 타자기’ 스틸컷(사진=tvN)

기대작으로 꼽히던 ‘시카고 타자기’가 부진의 낌새를 보이자 tvN은 분주해졌다. 특별판 편성과 VOD 무료 서비스, ‘역주행 스페셜’ 제작 및 1-6회의 연속 방송 등 절치부심했다. 하지만 tvN의 심폐소생술은 그닥 효과를 내지 못했다. 고정 시청층을 잡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그 수가 적었고 다른 인기작들이 범람하며 화제성이나 영향력 면에서도 아쉬운 성적을 냈다. 중반부에 이르러 본격적인 전생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등 반등을 꾀했으나 이는 곧 새로운 시청층의 유입을 어렵게 하는 아이러니가 됐다.

시청률 면에서는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건 결단코 아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역시나 출중했다. 각각의 캐릭터는 자신만의 서사를 갖고 있었으며 진수완 작가 특유의 다면적인 부분을 전개해나가는 필력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특히, 유령 신세에 갇힌 고경표의 캐릭터는 극 전개의 핵심 열쇠가 되며 긴장감과 함께 보는 맛을 더했다.

흥행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시카고 타자기’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인 건 분명하다. 독립운동가들의 애환과 사랑, 시대를 초월한 이들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에 다각도의 재미를 느끼게 했다. 비록 ‘도깨비’ 급의 신드롬에 미치진 못했으나, 임수정 유아인 고경표의 ‘시카고 타자기’는 tvN 드라마에 또 하나의 유의미한 방점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