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그룹 트와이스가 지난 15일 발표한 신곡 ‘시그널(SIGNAL)’은 발매 하루 만에 언니쓰에게 차트 1위를 내줬다.(멜론 기준, 이하 동일) 설상가상 가수 싸이의 활약으로 2위 자리마저 위협받았다. 순위는 4-5위까지 내려갔다. 차트 최상단이 아닌 곳에서 트와이스의 이름을 발견하는 것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한 번 내려간 순위는 쉽게 오르지 않았다. 트와이스가 다시 1위를 차지한 것은 지난 22일. 신곡이 나온 지 일주일만이요, 1위를 빼앗긴지 6일 만의 일이다.
트와이스의 역주행에는 방송 활동의 공로가 컸다. 예쁜 얼굴을 한 멤버들이 예쁜 표정을 지으며 예쁘게 춤을 췄다. 멜로디가 귀에 쏙쏙 박힌다거나 중독성이 대단하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음원에 없는 멜로디와 중독성이 음악 방송 무대에서 갑자기 튀어나왔을 리 만무하다. 노래에 대한 호감은 무대에서, 정확히 말하자면 무대에서 보이는 멤버들의 ‘예쁨’에서 발생했다. ‘우아하게(OOH-AHH하게)’, ‘치어업(CHEER UP)’, ‘티티(TT)’, ‘낙낙(KNOCK KNOCK)’에서 보여줬던 그 ‘예쁨’ 말이다.
여기에서 딜레마가 생긴다. ‘시그널’은 트와이스가 처음으로 변화를 시도한 노래다. 경쾌하고 빠른 리듬 대신 힙합에서 주로 사용되는 808 베이스 비트를 배치했고, 전작에서 율동에 가까웠던 안무는 ‘시그널’에서 제법 빠르고 파워풀해졌다. 트와이스는 달라진 모습이 효과적으로 각인되기를 바랐다. 지효는 앞서 열린 컴백 쇼케이스에서 “순위를 따지기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활동의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와이스의 역주행을 이끈 힘은 새로운 모습이 아닌 익숙한 매력에 기인한다. 파워풀한 안무보다 귀엽고 예쁜 후렴구 동작이 더 큰 호응을 얻었다. 트와이스는 “파트 분배 방식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말했지만 사람들은 누가 어떤 파트를 부르는지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대신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에서 보여준 ‘오빠야’ 애교나 JTBC ‘아는형님’에서 보여준 엉뚱한 모습에 열광했다. ‘순위 보다 변화’를 말하던 트와이스의 소망이 거꾸로 맞아들었다. 새로운 모습을 부각되지 않았고 익숙한 매력이 높은 순위를 가져왔다.
데뷔곡 ‘우아하게’에서부터 신곡 ‘시그널’까지 트와이스가 그리는 소녀의 모습은 동일하다. 사랑을 기다리는 수줍은 소녀. 밝고 명랑하며 애교를 개인기처럼 구사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노래가 보여주는 소녀상과 일정 부분 일치한다. 이것은 트와이스의 성장을 견인해온 주요 동력이지만 동시에 트와이스가 소구되는 방식을 제한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시그널’에서는 분명 장르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하지만 ‘시그널’이 보여주는 소녀의 모습은 전과 다름이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변화에 대한 딜레마가 발생한다. 애정을 갈구하는 소녀 뒤에는 트와이스의 ‘예쁨’만이 남고 변화와 시도는 빠르게 휘발된다. 달라져야 하는 것은 장르나 안무가 아니라 노래 속 소녀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진짜 변신을 하고 싶다면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