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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리뷰] '대립군', 당신의 왕은 누구입니까

▲영화 ‘대립군’(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대립군’(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극한 상황,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비운의 세자가 있다. 아직 어린 그는 전쟁이라는 멍에 속 왕을 원망하는 백성들과 정면에서 마주한다. 그리고 그는 현실을 본다. 자신을 짓누르는 부담 속에서 괴로워하던 그는 백성을 통해 진정한 지도자로서 발돋움한다.

작금 같은 시대에 ‘대립군’과 같은 영화가 갖는 의미는 조금 남다르다. 무능한 윗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신생 리더, 그런 리더에 조금씩 동화되는 평범한 사람들. ‘대립군’은 2017년 5월의 대한민국에 어떤 울림을 줄까.

‘대립군’은 분명 이 시대를 대변하는 영화다. 500년도 더 된 조선왕조의 이야기에는 묘하게도 지난해 말의 탄핵정국과 새 정부가 출범한 현 시점을 관통하는 동시대성을 갖고 있다. 영화 속 광해는 유약하기 그지없지만 타고난 리더의 품성을 갖고 위기에 처한 대립군들과 마음을 나눠간다. 버려진 왕세자가 아닌 새로운 조선의 지도자로서 참 군주로의 성장기를 그린다.

인간 대 인간의 교감, 소년이 리더로서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주가 되는 만큼 ‘대립군’은 여타 고전적 전쟁영화와는 궤를 달리 한다. 임진왜란이 영화적 배경이지만, 전쟁 장면이나 액션은 도드라지지 않는다. 다만, 민초들의 고생과 산전수전을 넘나드는 피난길 등이 전쟁의 참혹함을 대변한다. 전쟁을 액션으로서 세련되게 표현하기보다는 그 자체의 현실을 묘사하고자 한 감독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예술작품 속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광해는 이번 ‘대립군’에서 기존 작품과는 다르게 심약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자신의 힘으로 모두를 이끌기보다는 모두가 그를 왕의 길로 이끈다. 자신의 삶도 아닌 남의 군역을 대신 지는, 사회의 하층민인 대립군들이 아이러니하게도 권력의 정점에 설 운명을 타고난 광해를 인도하는 것이다. 왕권은 하늘로부터 나온다는 전제왕권 시기에 ‘백성’을 통해 존립하는 왕의 모습은 ‘대립군’이라는 영화가 지향하는 바를 가장 명확히 보여준다.

왕이 백성을 택하는 게 아닌, 백성이 왕을 택한다는 것은 곧 우리네 현실과 맞닿는다.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정국을 맞은 2017년, 국민들의 뜻이 모여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제왕적 권력을 가진 과거와는 다를지라도 현재 국가의 원수 또한 큰 힘을 가진다. 그리고 그 원천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립군으로 대비되는 백성을 통해 비로소 날개를 다는 ‘대립군’의 광해와 다를 바가 없다. 백성이 인정하는 왕, 백성에 인정을 받고자 하는 왕. 혼란 정국에 빠진 현실 속에서 이는 꽤 유의미한 질문으로 다가온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왕은 누구인가.

김예슬 기자 yey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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