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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종영②] 파수꾼의 연대는 연애보다 진하다

▲(왼쪽부터) 배우 김슬기, 샤이니 키, 이시영(사진=MBC '파수꾼')
▲(왼쪽부터) 배우 김슬기, 샤이니 키, 이시영(사진=MBC '파수꾼')

파수꾼. 경계하며 지키는 일을 사람. 그러나 지난 11일 막을 내린 MBC 월화드라마 ‘파수꾼’에서 조직 파수꾼은 ‘잃어버린 사람들의 모임’에 가깝다. 조수지(이시영 분)는 딸 유나(함나영 분)를 잃었고 공경수(샤이니 키 분)는 어머니를 잃었으며 서보미(김슬기 분)는 가족 모두를 잃었다. 조직의 대장 장도한(김영광 분)은 아버지를 잃고 이름을 잃고 끝내는 목숨마저 잃었다.

공통된 상실의 경험은 강력한 연대를 불러 왔다. 극 초반 개인의 복수심에 의해 존속되던 파수꾼 조직은, 조직원들이 서로의 상실을 나누고 위기를 공유하는 동안 하나의 운명 공동체로 발전했다. 조수지는 서보미를 구출하기 위해 총을 든 살인범과 맨몸으로 대치했고 은둔형 외톨이였던 서보미는 조수지를 구출하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섰다. 공경수와 장도한은 각자의 어머니, 아버지 세대에서 시작된 악연을 제 손으로 끝냈다. 누군가를 잃었던 경험은 이들로 하여금 누군가를 지키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배우 이시영(왼쪽), 김영광(사진=MBC )
▲배우 이시영(왼쪽), 김영광(사진=MBC )

가장 흥미로운 것은 조수지와 장도한의 관계다. 정의감 넘치는 형사 조수지와 잇속에 밝은 검사 장도한의 만남이 처음부터 유쾌했을 리 만무하다. 설상가상 조수지는 파수꾼 조직 합류 이후 장도한이 자신의 복수를 위해 조직원들을, 무엇보다 자신의 딸 유나의 죽음을 이용했음을 알고 분노했다. “(장도한과는) 만나면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앙숙인 관계”라던 이시영의 설명은 과장되거나 허튼 것이 아니었다.

조수지가 장도한에게 연민을 느낀 것은 그의 과거사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윤승로(최무성 분)에 의해 가족이 풍비박산 났던 그의 이야기에 조수지는 동정 이상의 감정을 느꼈다. 아마도 그것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공유될 수 있는 깊은 이해와 공감이었을 것이다. 과거사의 공유는 두 사람의 결속력을 높였다. 하지만 그것은 윤승로에 대한 복수심을 고취시킴으로써 이뤄진 것이 아니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인간적인 연민을 느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파수꾼들은 아무 것도 파수하지 못했다. 유나를 죽인 윤시완(박솔로몬 분)은 결국 처벌을 피해갔고 설상가상으로 장도한은 목숨을 잃기까지 했다. 하지만 장도한이 숙적 윤승로를 향한 복수를 목적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조수지를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던졌다는 사실은 분명 의미심장하다. “각자의 복수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복수 이상의 것을 얻어가는 이야기”라는 제작진의 설명을 가장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혹자는 기대했을지도 모르는) 조수지와 장도한의 러브라인은 작품에서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보여준 연대는 어떤 연애보다 진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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