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비즈엔터

[밸리록②] 고릴라즈, 님아 그 노래를 부르지 마오

▲밴드 고릴라즈 공연 현장(사진=CJ E&M)
▲밴드 고릴라즈 공연 현장(사진=CJ E&M)
밴드 블러의 팬이라면 온라인상에 떠도는 고릴라즈의 ‘2017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2017 JISAN VALLEY ROCK MUSIC & ARTS FESTIVAL, 이하 2017 밸리록)’ 예상 세트리스트를 보며 목이 타들어 갔을 것이다. 그렇다. ‘데어(Dare)’ 때문이다. 최근 열린 두 번의 공연에서 밴드는 연달아 ‘데어’를 연주했다. 높은 확률로 ‘2017 밸리록’에서도 ‘데어’를 부를 것으로 점쳐졌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고릴라즈는 블러의 프런트맨 데이먼 알반이 만든 ‘가상’ 밴드다. 멤버들은 네 명의 캐릭터로 구성돼 있다. 가상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들이 실제 연주를 할 수는 없다. 공연은 데이먼 알반을 필두로 한 밴드가 실연을 하는 동안 전광판에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를 상영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데어’가 문제적 선곡이 된 것은 그것의 뮤직비디오 때문이다. 고릴라즈의 유일한 여성 멤버 누들은 ‘데어’ 뮤직비디오에서 일본의 욱일기가 그려진 헬멧을 착용한다.(누들은 일본 오사카 출신으로 설정돼 있다.) 블러의 팬들이 공연을 앞두고 시름한 것은 이 때문이다. 거대한 전광판에 욱일기 헬멧을 쓴 누들의 뒷모습이 등장하는 순간은, 예상하건대 두고두고 회자되며 두고두고 씹을 거리가 됐을 것이다.

데이먼 알반의 선택은 ‘편집’이었다. 욱일기가 등장하는 뮤직비디오 원본을 그대로 무대에 올리는 대신 화면을 가위질하고 클로즈업해 욱일기를 가렸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누들의 헬멧에 그려진 빨간 줄무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니 누들의 헬멧에 빨간 줄무늬 비슷한 것이 있었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했을 게다. 가슴을 졸이던 팬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피드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과 밴드가 그동안 보여줬던 차별적 설정을 비판하는 쪽. 공연이 끝난 뒤 SNS 상에서는 고릴라즈의 이름이 실시간 트렌드에 오를 정도로 후끈한 설전이 펼쳐졌다.

▲밴드 고릴라즈 공연 현장(사진=CJ E&M)
▲밴드 고릴라즈 공연 현장(사진=CJ E&M)

다만 현장 분위기가 설전의 온도만큼이나 뜨거웠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릴라즈는 ‘M1A1’을 시작으로 90여 분 간 약 20곡 이상을 연주하며 관객들을 춤추게 했다. 록과 팝과 댄스를 오가면서 기진맥진할 정도로 뛰어 놀았다. 데이먼 알반의 잘생긴 외모는 여전했고 한국어 실력은 더욱 늘어난 것 같았다. 무대 위를 가득 채운 백 보컬들은 어떻고. 데이먼 알반이 관객들의 시선을 빼앗았다면 그녀들은 관객들의 혼을 빼갔다. 앞사람의 표정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관객들은 뛰고 춤추고 소리를 내질렀다.

‘버스터드 앤드 블루(busted and blue)’에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관객들 모두 휴대전화 불빛을 켜고 공연장을 밝히는 장관을 연출했다. 반면 ‘섹스 머더 파티(Sex Murder Party)’는 속된 말로 ‘약 빤’ 무대였다. 제브라 카츠의 쇼맨쉽과 섹시함은 숫제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관객들은 단체로 최면에라도 걸린 양 흐느적거렸다. 제 정신을 차릴 요량이 없었다.

고릴라즈는 ‘스틸로(Stylo)’, ‘키즈 위드 건스(Kids with guns)’,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돈트 겟 로스트 인 헤븐(Don't get lost in heaven)’, ‘데몬 데이즈(Demon days)’를 앙코르 곡으로 들려주고 자리를 떠났다. 하늘에서는 폭죽이 수도 없이 터졌다. ‘필 굿 잉크(Feel good inc)’를 듣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땀을 쭉 빼낸 몸과 마음은 더없이 상쾌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저작권자 © 비즈엔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bizenter.co.kr

실시간 관심기사

댓글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