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감독이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지난 2013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 도중 여배우를 폭행하고 성적인 장면을 강요한 혐의로 고소당한 것이다. 이에 여배우 A 측은 기자회견을 열어 김기덕 감독을 강력히 규탄했다.
8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는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여배우 A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줄 여성계, 영화계, 법조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취재진이 자리에 앉지 못 할 정도로 열기는 뜨거웠다.
‘그것은 연출이 아니라 폭력이다’라는 외침을 내건 이날 기자회견은 서혜진 변호사의 사건 경과 보고로 시작됐다. 2차 가해를 피하기 위해 세세한 내용들은 생략됐다.

이어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을 시작으로 참여자들의 발언이 시작됐다. 이 소장은 “수치심은 피해자(여배우 A)가 아닌 가해자(김기덕 감독)의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은 4년 전에 발생한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피해자 분에게 왜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지금에 와서야 이야기 하냐고 묻는다. 그러나 이 분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영화인의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이 사건은 한 개인의 사건이 아니다”라며 “돌이켜 볼 때 이미 2009년 故장자연씨 사건에서 알려진 바와 같이 연예계의 뿌리 깊은 문제”라며 분노했다.
채윤희 여성영화인모임 대표는 “영화계 대표로서 할 말이 없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라며 “이 사건이 있기 몇 달 전부터 실태조사를 통해 영화계 성평등대책기구를 준비하고 있었다. 8월 말까지 실태조사를 끝낸 후 토론회를 거쳐 기구를 만들 생각이다. 많은 분들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공동대책위원회 측은 ‘#STOP_영화계_내_성폭력’, ‘#STOP_영화계_내_인권침해’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이 피고소인의 폭행과 강요죄 등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진행할 것, ‘연출’을 명목으로 배우들에게 자행되는 폭력과 강요에 자정을 촉구했다.
또 공동대책위원회 측은 정부에 영화계 내 인권침해, 처우개선을 위한 정기적 실태조사 실시 및 관련 예산을 적극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언론은 사건에 대한 추측성 보도와 피해 여성배우 신상 파헤치기를 중단할 것을 부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채윤희 여성영화인모임 대표, 박재승 찍는페미 대표,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겸 변호사,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운영위원, 김미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위은진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총 136개 단체와 공동변호인단 등 개인 13명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