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주말드라마 ‘밥상 차리는 남자’는 ‘아내의 갑작스런 졸혼 선언으로 가정 붕괴 위기에 처한 중년 남성의 행복한 가족 되찾기 프로젝트를 그린 가족 치유 코믹 드라마’로 소개된다. 유쾌하고 따뜻한 드라마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그러나 작품이 방영됨과 동시에 산산조각 난다. 지금 드라마 ‘밥상 차리는 남자’에게 필요한 건 밥상을 차리는 남편이 아니라 밥상을 엎어버리는 아내다.
문제적인 장면이 너무나 많아 어디에서부터 지적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초기 기획 의도에서부터 작품은 ‘졸혼’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다. ‘졸혼’이란 올해 처음 소개된 신조어로 ‘혼인관계는 유지하되,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념’을 말한다. 혹자는 ‘졸혼’을 ‘긍정적인 상태의 별거’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졸혼’은 개인이 가정 위에 있는 형태의 가정을 말한다.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가정일 뿐 ‘가정 붕괴’ 상태가 아니다. 때문에 ‘아내의 갑작스런 졸혼 선언으로 가정 붕괴 위기에 처한 중년 남성’이라는 전제는 개념적으로 잘못됐다.

‘개인이 가정보다 우위에 있는 가정’을 이해하지 못하니 ‘졸혼 선언’의 배경을 설명하는 방식도 낡고 고루하다. 더 나쁜 건 폭력적이기까지 하다는 점이다. 주인공 이신모(김갑수 분)는 아내 홍영혜(김미숙 분)를 수시로 밀고 때리고 물건을 던지고 윽박을 지른다. 가정 폭력의 전형이다. 신모의 단골멘트 “내 집에서 당장 나가!”는 상대의 저항을 무력화시키는 무기이지만, ‘내 집’ 즉 ‘내가 번 돈으로 마련한 집’이라는 발언 아래는 가정주부의 가사 노동을 무가치한 것으로 평가하는 인식이 단단히 자리하고 있다.
이런 장면도 있다. 신모는 자식의 권유로 떠난 온천 여행에서 아내 영혜를 안으려 한다. 영혜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여자가 뭐 그렇게 말이 많냐” “가만히 있어라. 예뻐서 그런다”고 말하며 억지로 스킨쉽을 시도한다. 여성 차별적인 발언과 가정 내 성추행이 동시에 벌어진다. 환장의 컬래버레이션이다.
제작진은 ‘졸혼’을 선언한 영혜와 그의 부재로 인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신모의 모습을 그리며 훈훈한 마무리를 지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영혜에게 필요한 것은 ‘졸혼’이 아닌 ‘가정 폭력 신고’다. 뿐만 아니라 ‘행복한 가족 되찾기 프로젝트’가 결국 영혜를 ‘좋은 어머니’ 혹은 ‘좋은 아내’의 자리로 되돌릴 가능성 또한 다분하다. 여성의 역할을 전통적인 개념에 한정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보인다.
남성의 깨달음 말고 여성의 자각은 안 되는 걸까. 신모가 스스로 밥상을 차리기 전에 영혜가 밥상을 엎어버리는 것은 안 될까. 시대는 변하는데 드라마는 왜 변하지 못하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