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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여자가 우습니?

▲보컬그룹 바이브(사진=메이저나인)
▲보컬그룹 바이브(사진=메이저나인)

그룹 바이브는 지난해 12월 29일 열린 포맨과의 합동 콘서트 ‘발라드림4’에서 발표곡 ‘압구정 4번 출구’를 부르며 몇몇 여성 관객의 얼굴을 화면에 비추고 “어디 어디 (성형)했어?”라고 물었다. 한 관객이 성형수술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손가락으로 엑스(X) 표시를 그리자 “손가락도 못생겼다”고 응수했다. 공연 이후 관객들의 분노 어린 항의가 이어지자 소속사 메이저나인 측은 이달 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여성을 비하하거나 성형을 비난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영상과 멘트로 재밌게 꾸미는 과정에서 지나친 것 같다”고 해명하면서 “관객 여러분께서 불편함을 느끼셨다면 변명의 여지없이 저희의 실수고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여성 비하와 성형 비난의 의도가 없었다는 말은 아마 진심일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성형 수술을 받은 여성 연예인의 과거 사진을 전시하며 그들의 외모를 웃음 소재로 삼는 행태가 만연하던 때가 있었으니까. 성형수술을 한 여성에게 “겉으로 빛나면 뭐해 속은 텅 비어있는데”라고 지적하면서도, 외모로 여성을 평가하는 사회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압구정 4번출구’ 역시 발매 당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곡으로 여겨졌다. 바이브는 그 때 시간에 멈춰있었다. 여성의 외모를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야깃거리로 삼아도 괜찮았을 때.

▲래퍼 블랙넛(사진=저스트뮤직)
▲래퍼 블랙넛(사진=저스트뮤직)

이것은 비단 바이브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던 혹은 벌어지고 있는 성차별적인 인식이 가요계에서도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보는 편이 옳다. Mnet ‘쇼미더머니4’의 블랙넛이나 송민호의 가사를 시작으로 대두된 대중음악계 여성 혐오 논란은 힙합 신과 인디 밴드 신을 거쳐 아이돌 시장으로 이어졌다. 남성 가수들은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거나 반대로 자기 연민을 그리기 위해 여성을 끌어들인다. 이 과정에서 여성이 실제적으로 경험하는 공포나 여성을 타자화하는 가사에 대한 고민은 생략된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것은 많은 창작자들에게 관습적으로 고착화돼 섬세해진 대중의 젠더 감수성을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의도가 없었다고 해서 그것이 가진 성차별적 성격이 무효화되는 것이 아니다. 책임은 당사자의 몫이다. 힙합가수 블랙넛은 여성 래퍼 키디비를 성적으로 모욕한 노래 가사 때문에 고소돼 재판을 받게 됐다.

반면 그룹 방탄소년단의 RM은 최근 열린 콘서트에서 성차별적 맥락의 가사를 수정해 불렀다. 여성 소비자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대중문화 시장에서 젠더 감수성을 기르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사업적으로도 필수적이다. 논란에 코웃음 치던 누군가는 법의 심판을 받게 됐고 적극적인 개선을 보인 이는 또 한 번 팬들의 우상이 됐다. 과거 데이트 폭력을 휘두른 사실이 알려진 포토그래퍼는 자신이 소속돼 있던 음악 레이블에서 해고되기도 했다. 당장에 젠더 감수성을 기르는 것이 어렵다면 여성을 소비자로라도 인식하자. 제발 그렇게라도 변하자.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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