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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공동 시상 남발 3사 연기대상, 퇴색한 상의 의미

(사진=KBS 제공)
(사진=KBS 제공)

세밑이 다가오면 방송가는 시상식 준비로 분주하다. 1년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거나 뛰어났던 방송인, 배우, 가수, 프로그램 등이 이 시기에 재조명된다. 그런데 시상식의 신뢰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추락하고 있다. 나노 단위로 쪼개진 시상 부문과 공동 시상 남발은 연말 시상식을 각 방송사의 송년회 쯤으로 보인다.

특히 ‘연기대상’의 경우가 심각하다. 지난해 12월31일 방송된 2017 KBS ‘연기대상’은 장장 5시간 동안 무려 40개의 트로피를 남발했다. 총파업으로 인한 축소 진행이 예고됐으나 이 같은 앓는 소리가 부끄러워진 형국이다. 장편드라마·미니시리즈·일일극·중편드라마로 부문을 쪼갠 우수상은 수상자만 12명이 나왔다. 굳이 주연과 조연을 분리해 시상한 조연상은 4명에게 주어졌다. 이쯤 되면 시상식 시즌은 트로피 제조 회사의 대목이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MBC도 다르지 않았다. 총파업 끝에 김장겸 사장을 퇴진시킨 MBC는 시상식을 변화의 분수령으로 삼으려 했다. KBS와 SBS에 비해 인상적인 작품을 남기지 못했지만, MBC는 스스로 개혁을 선언했다. 한동안 시청자 투표로 대상을 결정해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됐던 MBC ‘연기대상’이 전문적 심사 기준을 정비하겠다고 나서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매년 일었던 퍼주기 논란은 올해도 여전했다. KBS와 마찬가지로 주말극·미니시리즈·연속극·월화극으로 부문을 나눴다. 심지어 최우수 연기상은 주말극과 주말극 연속극을 분리했다. 뿐만 아니다. 황금 연기상·코믹 캐릭터상·투혼 연기상·악역상은 받는 사람보다 보는 사람을 더 지치게 했다. 수상자는 40명. ‘연기대상’ 시상자로 사장 대신 무명배우 최교식을 세운 의미있는 행보도 잊힐 정도였다.

(사진제공=MBC)
(사진제공=MBC)

22명의 수상자를 낸 SBS ‘연기대상’은 양호한 편으로 보인다. 그러나 SBS 역시 시상 부문이 월화·수목·일일&주말 드라마로 분리된 데다가 올해의 캐릭터 연기상이라는 애매한 파트를 만들어 트로피의 무게를 떨어뜨린 것은 마찬가지다.

사실 연말 시상식이 ‘그들만의 잔치’가 돼 버린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배우들은 상을 받을 가능성이 없더라도 자리에 참석해 축제를 즐겼다. 예상치 못하게 후보에 올랐을 때는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보는 이들까지 떨리게 했고, 상을 받았을 때는 감격의 눈물로 감동을 선사했다. ‘이 자리에 선 것 만으로도 감사드린다’는 말이 공치사로 들리지 않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방송가의 권력이 방송국에서 스타에게로 옮겨 가며 상황은 바뀌었다. 배우들의 몸값은 회당 1억원을 호가할 만큼 치솟았고, 방송국은 이들을 모셔오기 위해 눈치 작전을 펼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기형적으로 변한 것이 작금의 시상식이다. 방송국이 스타들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트로피 하나씩 챙겨 주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 상을 받지 못 할 것 같으면 아예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배우들도 종종 있었다. 이제 누구도 각 방송사의 ‘연기대상’이 권위 있는 시상식이라고 말하지 못 한다.

작정하고 상을 나눠 줄 요량이었다면 고르게라도 분배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지상파 3사 ‘연기대상’의 또 다른 공통점은 쏠림 현상이다. KBS에서는 ‘쌈, 마이웨이’가 8관왕, MBC에서는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 8관왕의 영예를 누렸다. SBS에서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5관왕에 등극했다. 때문에 이토록 많은 시상 부문이 존재함에도 홀대 받은 작품과 배우들이 넘쳐난다.

60여 명이 넘던 수상자를 22명으로 대폭 줄여낸 SBS ‘연기대상’의 노력은 부문 쪼개기 논란에도 의미 있는 성과였다. KBS, SBS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 시청자들도 시상식이 주는 감동의 깊이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다시 조성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라효진 기자 thebestsurplus@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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