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류동우 기자]
배우 김남희는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남희는 극 중 일황(日皇) 다음으로 영향력이 있는 귀족 집안 출신 대좌 모리 타카시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가 연기하는 모리 타카시는 조선을 일본의 식민지로 만들고 싶어 하는 인물. 김남희는 그런 모리 타카시를 200% 잘 표현했다. 유창한 일본어 뿐만 아니라 서툰 한국어 연기도 모리 타카시를 연기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방송 초반 유진 초이(이병헌 분)와 미국에서 함께 생활했던 그가 중반부에 재등장하면서 파국을 예고했다.
김남희는 '미스터 선샤인'의 이응복 감독, 김은숙 작가와 인연이 있다. 그는 2017년 방영된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에서 과로사인 줄도 모른 채, 응급 환자를 살리던 의사로 짧게 출연했다. 감독, 작가와 두 번째 인연이라며 미소짓는 그는 소탈하고, 솔직한 매력을 발산했다. 향후 배우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김남희와 연기, 일상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Q. '미스터 션샤인'이 끝났다. 소감은?
"너무 기분 좋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서 감사하다."
Q. '미스터 션샤인' 모리 타카시 연기에 만족하나
"100점 만점에 50점 정도다. 제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보단 시청자분들이 모리 타카시 캐릭터를 잘 이해를 해주셔서, 그런 부분에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대중의 평가 높았던 것 같다"
Q. 모리 타카시를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일본어를 전혀 모른다. 어눌한 한국어 발음 연기도 이전에는 많지 않았다. 그냥 대사를 암기해야했고, 암기하다보니까 연기를 제대로 하고 있는 지, 그런 게 힘들었다. 어눌한 한국어 대사는 처음부터 그렇게 나온 것은 아니었다. 어눌하게 보이도록 해야하니까, 담당 선생님과 상의하고 대사톤까지 바꾸게 됐다. 제일 걱정됐던 것은 어눌한 한국어 발음 때문에 작품의 흐름을 망치지 않을까였다. 김은숙 작가님이 대본 바꾸는 걸 안 좋아하시는데, 이응복 감독님이 특별히 고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그래서 자신감 갖고 연기했던 게 좋은 평가를 얻은 것 같다."
Q. 촬영현장은 어땠나.
"드라마 현장을 많이 나가본 것은 아니다. 당시 느꼈던 현장 분위기는 인간적이었고, 약간은 영화 촬영장 같은 분위기였다. 한 신, 한 신을 공들여서 찍었다. 제작진을 비롯해 스태프까지 짜증 내는 사람이 없었다. 여유롭게 일했고, 이병헌 선배님이 분위기를 주도해서 웃으면서 촬영했다."
Q. 이병헌과 호흡은 어땠나.
"이병헌 선배님은 제 의견을 계속 물어보고, 제가 제안한 부분도 흔쾌히 수용해주셨다. 제가 아쉬워하면 오히려 감독에게 한 번 더 찍자고 제안할 정도로 배려가 깊었다. 극중 캐릭터가 대립하는 관계니까, 서로 견제와 균형을 맞추다보니 호흡도 잘 맞았던 것 같다"
Q. 스태프가 화려해서 부담도 됐을 것 같다.
"이응복 감독님이 김은숙 작가님께 저를 추천했다고 들었다. 모리 타카시 캐릭터에 김남희라는 친구가 있는데 쓰고 싶다고, 김은숙 작가님은 제가 누군지 몰랐다. 이응복 감독님이 믿고 쓴다니깐 이응복 감독님을 믿었던 것 같다. 물론 제작진 내부에서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제가 이름이 잘 알려진 배우도 아니니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평가가 좋아서 저도 만족한다"
Q. 모리 타카시 역이 대중에게 각인됐다. 하지만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불안하거나 걱정은 안 된다. 그런 걱정까지 아직 안 든다. 만약 무슨 역할을 했는데 평가가 좋지 않다면 걱정이 될 것도 같다. 그냥 열심히 하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히스 레저가 연습할 때, 방에서 두 달간 안 나왔다고 한다. 그 부분이 충분히 이해됐다. 나 역시 그런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결과적으로 대중이 평가하겠지만, 스스로도 최선을 다하겠다"
Q. 무명생활이 길었다.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을 때 기분은?
"사실 '미스터 션샤인'을 하기 전까지 희망이 없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연기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실 연기 외에 다른 거 할 재주도 없고 관심도 없다. 같이 연기하는 친구들이나 여자친구가 희망 고문처럼 '할 수 있어. 포기하지마'라고 응원해줘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기적은 일어났다. 포털 사이트에 제 이름이 올라왔을 때 전화벨이 쉬지 않고 울렸다. 연락이 뜸했던 사람들까지 연락하더라. 하루 아침에 신분이 상승된 느낌이었고, 조금 이상했다. 어안이 벙벙하다."
Q. 여자친구이자 곧 결혼할 예비 신부의 반응은?
"곧 결혼할 여자친구는 나에게 '자만하지 마라 자중해라'라고 말했다. 연출 전공인 여자친구는 연기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준다. 그래서 신뢰가 된다. 피드백도 많이 해주고, 여자친구가 칭찬해주면 '이건 진짜 칭찬이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다. 나를 냉정하게 평가해준다."
Q. 팬들의 반응을 보면 소통을 하고 싶지는 않은가.
"제 SNS가 비공개로 되어있다. 그런데 제 계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친구 신청이 들어왔다. 그걸 보면 신기하다. 근데 저는 SNS 관리도 안 할뿐더러 공개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SNS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서 사실 연기로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Q. 드라마가 끝났으니, 다른 작품에 섭외도 있을 것 같다.
"아직 잘 모르겠다. 찾아주시질 않아서(웃음). 하지만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에 고정으로 나가고 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은 최종 목표다. 김상중 선배님의 바통을 잇고 싶다."
Q. 2018년도 마무리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
"결혼도 하고, 신혼여행도 떠나야 한다.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다음 작품을 준비할 수 있으면 올해를 마무리 짓고, 내년을 시작하기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