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올해 상반기 목표는 '꼰대인턴'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었는데, 성공한 것 같아요. 하하."
대중의 기억 속 배우 박해진의 이미지는 주로 똑똑하지만 차가운 인물이었다. 국정원 요원, 의사, 사이코패스, 기업 사냥꾼 등 그가 연기했던 역할들이 대부분 그런 이미지에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지난 1일 종영한 MBC 드라마 '꼰대인턴'은 그런 박해진의 변신을 담은 드라마였다. '꼰대인턴'에서 박해진은 우스꽝스러운 분장에 춤을 추고, 배우 김응수와 입을 맞출 뻔한 위기도 있었다. 시청자들은 그런 박해진의 연기 변신을 반가워했고, 또 멋진 도전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박해진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기존에 보여줬던 연기들이 도전이었죠. '꼰대인턴'에서 제가 맡았던 가열찬은 배우 박해진 본인의 것을 많이 투영시켰던 인물이었어요. 저도 가열찬처럼 혼자 구시렁대기도 하고, 별것 아닌 일에 속상해하거든요. 꼰대가 돼 가는 과정 말고 웬만한 모습들은 비슷한 것 같아요. 80% 정도?"
박해진은 언젠가 다른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이전에 성공했던 캐릭터와 비슷한 작품들을 제안받는 경우가 많아서 좀처럼 망가지는 역할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꼰대인턴'은 마침맞게 박해진을 찾아왔고, 박해진이 새롭게 꼽는 '인생작'이 됐다.
박해진은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 김응수에 대한 존경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그는 김응수를 '꼰대'와는 거리가 먼 선배라고 말하며, 김응수 옆에 있으면 마치 큰 삼촌과 함께 있는 것과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시청자들 역시 두 사람의 남남케미에 흠뻑 빠졌다.
"'나쁜 녀석들', '맨투맨', '꼰대인턴'까지 주로 남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던 출연작들이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내 멜로 연기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농담처럼 말할 정도였는 걸요. 하하. 또래랑 연기하면 서로 배려하게 되고, 중간 지점을 찾게 되는데 김응수 선배와는 그런 게 없었어요. 대본 읽고 바로 촬영이었어요. 서로 어떻게 할지 모르는데 들어가서 날 것 그대로의 연기가 나올 수 있었어요."
'꼰대인턴'에는 방송인 장성규, 개그맨 정성호, 문세윤, 이진호, 이용진, 정성호, 트로트 가수 영탁 등 다양한 얼굴들이 특별 출연을 했다. 박해진은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카메오로 영탁을 꼽으며, 그의 철저한 준비성과 예상 밖의 이미지, 잠재된 연기자의 끼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카메오란 보통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작품 내에서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초대하는데, 영탁은 전혀 예상 밖의 모습이었다. 대사도 많지 않았는데 정말 열심히 준비했더라. 가수인데도 희한하게 드라마 카메라의 앵글을 아는 게 신기했다. 기회가 된다면 영탁이 꼭 연기에 도전했으면 좋겠다."
박해진의 차기작은 웹툰 원작 '프라임퍼즐'이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거창하게 목표를 세워놓고 사는 타입은 아니에요. 상반기 목표는 잘 이뤘으니, 2020년 하반기 목표는 '프라임퍼즐'을 열심히 준비하고 잘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쉽지 않은 캐릭터가 될 것 같은데 스스로 잘 견뎠으면 좋겠다고 자기 최면 중이에요. 다시 날카로운 이미지를 살려보기 위해 다이어트도 할 예정이고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