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이선희가 제주의 환상적인 숲을 '힐링다큐 나무야 나무야'를 통해 전했다.
이선희는 2일 방송된 KBS1 '힐링다큐 나무야 나무야' 첫 번째 이야기에서 제주 구좌읍 비자나무 숲을 찾아갔다. 천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 이 숲은 500~800년생 비자나무들이 자생하는 세계 최대의 비자나무 단일수종 군락지다.
지난해, 우연히 이 숲을 찾았다가 비자나무에 매료돼 영감을 받아 곡을 쓰기 시작한 이선희는 미완성으로 남아있던 노래를 완성하기 위해 일 년 만에 다시 제주를 찾았다.
비자나무는 느리게 자라는 것이 특징이지만, 이곳의 나무들은 무려 16m에 달하는 거목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선희는 가장 오래된 비자나무 아래 서서 서늘한 가을바람으로 불어오는 나무의 시간을 느끼고, 너른 숲 한가운데 서서 가만히 들려오는 나무들의 소리를 마이크에 담았다.
숲이 오랜 세월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비자나무가 오래전부터 제주 사람들에게 신성시됐기 때문이다. 비자나무는 잎의 생김새가 ‘아닐 비(非)’ 자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비자나무라고 붙여졌다. 목재는 귀중재로 취급되고 열매는 약재로서의 가치가 높아 조선시대에는 임금께 진상하는 비자를 관리하는 제주 목사가 있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비자림 옆 송당마을은 제주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비자 열매가 나는 곳이다. 이선희는 이 마을에서 7남매를 키우고 살아온 조명순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님이 일군 콩밭을 울타리처럼 둘러싸고 있는 일곱 그루의 비자나무는, 세상을 떠난 남편이 생전에 심어둔 나무들이다. 나무는 훌쩍 자라 어머니의 그늘이 되어주었고, 열매는 자식들을 함께 길러냈다. 이선희는 비자 열매를 짜서 만든 비자오일로 샐러드를 만들어 조명순 어머니와 함께 나누어 먹고, 가을바람 살랑살랑 부는 마당에 앉아 어머니의 인생과 함께 해온 비자나무가 건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자나무숲을 지나 제주의 바다에 닿은 이선희는 모아둔 비자열매와, 화산송이, 그리고 바다의 조개껍질과 자갈을 섞어 자연의 소리를 담은 특별한 악기 ‘레인스틱’을 만들었다. 바람에 나무가 파도치는 듯, 아름답게 울려퍼지는 이선희의 선물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