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JTBC 드라마 '설강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지난 29일 서울 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박병태 수석부장판사)는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이 JTBC를 상대로 낸 '설강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설령 '설강화'의 내용이 채권자(세계시민선언)의 주장과 같이 왜곡된 역사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접하는 국민들이 그 내용을 맹목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또 '설강화'의 상영으로 채권자 측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채권자가 주장하는 '민주항쟁의 정신을 계승하고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민중들과 국경을 넘어 연대하고자 하는 채권자의 이익'은 이를 인정할 명문의 법률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이를 헌법에서 유래한 인격권으로 보더라도 드라마 내용이 채권자를 직접적인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은 이상 채권자의 인격권이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채권자가 임의로 일반 국민을 대신해 인격권이 침해될 우려를 들어 상영 금지를 신청할 수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세계시민선언은 지난 22일 "'설강화'가 수많은 민주화 인사를 이유 없이 고문하고 살해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직원을 우직한 열혈 공무원으로 묘사해 안기부를 적극적으로 미화하고, 역사적 경험을 겪지 못한 세대에 왜곡된 역사관을 가르치며 무작정 국가폭력 미화 행위까지 정당화하는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면서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 18일 방송을 시작한 시대극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여대생 은영로(지수)와 여대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임수호(정해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제작 단계에서 시놉시스가 유출돼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이 일었던 '설강화'는 첫 방송 이후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지난 20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방영 중지 청원이 올라왔고, 35만 5,000여 명이 동의했다. JTBC는 "'설강화'는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하고 희생당했던 이들의 개인적인 서사를 보여주는 창작물"이라며 "역사 왜곡과 민주화 운동 폄훼는 추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계속 논란이 이어지자 JTBC는 특별 편성을 통해 정권을 이어가기 위한 남·북한 정부의 공작으로 수호가 남한에 오게 됐다는 내용과 함께 '영로'가 '수호'의 정체를 알아채고 배신감을 느끼는 모습이 담긴 5회를 앞당겨 공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