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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엄마 빈자리 채우는 열다섯 살 다은이

▲'동행'(사진제공=KBS 1TV)
▲'동행'(사진제공=KBS 1TV)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는 열다섯 살 다은이의 작은 바람을 소개한다.

8일 방송되는 KBS1 '동행'에서는 가족을 위해 앞치마를 매고 집안일을 책임지는 열다섯 살 다은이의 안타까운 일상을 만나본다.

단정한 교복 차림에 친구들과의 수다가 익숙할 열다섯 살. 하지만, 다은이는 분홍 앞치마를 하고 있는 시간이 더 많다. 그나마 학교에 가는 평일은 나은 편. 주말이 되면 밀린 집안일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세 동생 민우(13), 윤민(11), 다영(9)이를 비롯한 가족의 빨래만 해도 산더미. 세탁기를 서너 번씩 돌리다 보면 금세 지나가 버리는 황금 같은 주말이다. 동생들의 식사를 챙기고,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보살피는 일까지 도맡아 한 지 벌써 4년째이다.

그야말로 대가족의 엄마 노릇을 대신하는 다은이다. 3년 전, 교통사고로 위독해진 외할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본국인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난 엄마가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먼 외국 땅에 발이 묶이자 다은인 엄마 대신 분홍 앞치마를 둘러맸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과 동생들에게 엄마의 빈자리까지 채워줘야 하는 부담감에 답답할 때도 많지만, 엄마를 더 그리워할 동생들을 위해 마음을 다잡는다.

새벽 5시. 아빠의 출근 시간이다. 집수리 현장과 인력사무소를 전전하며 그날그날 일당으로 생계를 꾸려온 지 1년. 돌아보면 자책과 후회의 시간이었다. 한때는 논술학원 강사와 원장으로 앞날이 창창했지만, 사업 실패로 자신을 물심양면 도와준 이들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한 죄책감은 15년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사업 실패 후 생긴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증상.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고 직장을 구했지만, 아내가 사정상 본국으로 떠나고 설상가상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에 실직해 생계마저 막막해졌다.

평생 책과 가까이 해왔던 아빠에겐 농사 품팔이와 일용직 현장이 호락호락할 리 없지만, 자식들 앞에선 어떤 변명도 댈 수 없었던 아빠. 새벽이면 인력사무소에 문을 두드려보지만, 겨울철엔 그마저도 녹록지 않다. 보일러에 기름마저 채울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아이들을 방치한 것 같아 면목 없고, 뭣보다 큰딸 다은이에게 너무 큰 짐을 지워준 것이 죄스럽다.

분홍 앞치마는 다은이에게 엄마나 마찬가지. 앞치마를 매는 순간, 의젓하게 엄마 몫을 해내는 다은이지만, 사실 다은이도 보살핌받고 응원과 격려를 받아야 할 열다섯 살 중학생이다. 할머니와 나눠 쓰는, 이부자리 하나 겨우 펼 만큼의 작은 공간에서 꿈을 키워가는 다은이. 각종 대회에서 수상할 만큼 미술에 재능이 많지만,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없는 현실에 속앓이도 여러 번이다.

하지만, 동생들을 생각하면 그것마저도 사치. 동생을 씻기고 준비물을 챙겨주며 자신보다 더 엄마 손길이 필요할 아홉 살 막냇동생을 품에 안는다. 겨울이면 널어놓은 빨래가 꽁꽁 얼어붙는 추운 집. 따뜻한 이불 속 대신 찬바람 맞으며 뜀박질로 땀을 내야 하는 동생들을 위해 장작불을 지피면서도 기름값 걱정에 한숨이 깊어진 아빠를 생각하면 마음 아픈 다은이다. 늘 불안해 보이고, 늘 자신들에게 미안해하는 아빠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다은인 오늘도 앞치마를 동여맨다.

맹선미 기자 msm@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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