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S비즈 인터뷰'는 대한민국 인구의 약 1/10을 차지하고 있는 소상공인(S-business man)들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이다.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기업체는 작을(small) 수 있어도, 이들은 지역 경제를 튼튼하게(strong) 지키는 뿌리 같은 존재들이다. 경제의 초석 역할을 하는 소상공인들의 557만 가지 이야기가 경제 발전의 실마리를 제공하길 바란다.
"니들이 게 맛을 알아?"
2002년, 배우 신구가 한 햄버거 CF에서 무심하게 툭 던진 이 말은 20년이 넘게 대중의 기억 속에 자리를 잡고 있다.
20년이 흐른 지금, 게 맛뿐만 아니라 게 값까지 아는 남자가 있다. 박종화 '게슐랭' 대표다. '게'한민국을 꿈꾸는 그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게슐랭' 논현 본점에서 만났다.
"강남 주택가 사이에서 대게 전문점을 한다고 했을 때 다들 되겠느냐고 했어요."

'게슐랭'은 2021년 3월 문을 연 대게 요리 전문점이다. 그전까지 요식업 경험이 전혀 없었던 박 대표였지만, 과감하게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평범한 대게 요리 전문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게슐랭' 강남 본점에는 테이블이 세 개밖에 없다. 매장 영업보다는 배달과 포장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대게는 1년에 한 두 번 먹는 고급 요리라는 인식이 강한데, 그 고정관념을 깨보고 싶었다"라며 "코로나 19로 인해 포장이나 배달 등 비대면 음식문화가 형성된 것도 '게슐랭'이 일찍 자리 잡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배달 전문점이라고 하지만 전문 레스토랑 등에 비해 절대 퀄리티가 낮지 않다. 은박으로 장식된 고급스러운 배달용 박스 안에는 정갈하게 포장된 대게 찜과 게딱지 볶음밥, 4가지 소스, 젓갈, 게 라면 재료 등이 포장돼 있다. 찜 요리뿐만 아니라 칠리크랩, 홍게 물회, 게살 카레, 게살 크로켓 등 다양한 사이드 메뉴를 개발해 손님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가격 경쟁력도 높다. 대게 수입사와 직거래를 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매주 1회 게의 공급을 위해 직접 동해까지 간다. 러시아에서 들어온 대게는 마가단 산 최상품, 킹크랩도 레드 종으로 최고급으로 꼽힌다.
"유통 마진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했어요.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높이니까 20~30대 손님들이 많이 찾으시더라고요. 매장에서 드시기 위해 직접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매장 크기가 작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리시는 분들도 있어요."
모두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게슐랭'은 창업 이후 월평균 4000~5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입소문 덕분에 경기도 이천과 강원도 태백에 두 개의 지점도 냈다. 박 대표의 꼼꼼한 관리와 체계적인 시스템 덕분에 체인점들 역시 성황을 이루고 있다. 또 부산과 목포에서도 신규 점포 개점을 준비 중이다.

"'게슐랭'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게가 수율이 높은지, 게 손질이 어렵지는 않은지 걱정을 많이 하세요. 게는 제가 사시사철 A급으로 선별해서 공급해 드리고, 손질은 조금만 배우면 금세 따라 하실 수 있거든요. 막상 가게를 여신 다음에는 치킨 만드는 것보다 쉬운 것 같다고들 말씀하세요."
박 대표는 올해 전국에 '게슐랭' 체인점 10곳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30호점을 돌파하게 되면 그때부턴 직접 식재료를 공급할 수 있어서 소비자들이 대게와 킹크랩을 더욱 싸게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배달 앱이나 매장에 직접 찾아오신 손님들께서 맛있다, 싸다, 또 오겠다고 하실 때마다 정말 뿌듯합니다. 고생했던 기억들이 눈 녹듯이 사라지죠.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가격 걱정 없이, 맛있는 대게를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게로 하나 되는 '게'한민국 어떤가요? 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