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윤두준은 지난 5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그룹 하이라이트 콘서트에서 이번 공연을 잘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고 팬들에게 털어놓으면서, 울컥하는 감정을 추스렀다. 하이라이트 멤버로서 앨범과 콘서트를 준비해야 했고, 배우로서 ENA 채널·seezn(시즌) 드라마 '구필수는 없다'에도 시간을 투자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당시 콘서트는 물론이고, 지난 23일을 끝으로 '구필수는 없다'까지 무사히 마무리했다. 최근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비즈엔터와 만난 윤두준은 한 작품을 마무리한 시원섭섭한 감정을 이야기하면서 지난 7개월이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구필수는 없다'는 가족은 있지만 살 집은 없는 치킨 가게 사장 구필수(곽도원)와 아이템은 있지만 창업할 돈이 없는 청년 사업가 정석(윤두준)이 펼쳐나가는 생활밀착형 휴먼 코믹 드라마로, 윤두준은 어머니와 사랑하는 여자의 행복을 위해 성공을 갈망하는 20대 청년 사업가 정석을 연기했다.
"전역 후 첫 드라마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4년 만의 드라마였어요. 처음엔 현장에서 어떻게 내가 연기했는지조차도 가물가물하더라고요. 또 ENA 채널 개국 드라마면서, OTT 중심의 편성이었기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드라마가 될까 봐 걱정이 컸어요. 그래도 시청자 반응을 보면서 노력한 만큼은 보상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넷플릭스 순위권에 우리 드라마가 있었던 게 감개무량했어요. '나의 해방일지', '우리들의 블루스' 옆에 '구필수가 없다'가 있는 것이 신기하더라고요. 아마 곽도원 선배 덕분이 아닐까요. 하하."
윤두준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족 드라마는 처음이었다. 윤두준은 또래 배우들과 연기하는 것과 또 다른 느낌이었다면서, 주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 곽도원이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지켜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곽도원 선배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 준비해오세요. 그중 가장 최적의 것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번은 술에 취해 조수석에 타는 장면을 연기하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의자부터 뒤로 젖히시더라고요. 저는 생각지도 못했던 디테일이였어요. 그렇게 몇십 년 동안 선배가 쌓아온 내공을 곁에서 보며 심도 깊은 연기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극 중 정석은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면서 살벌한 인생 2회차를 맞이했다. 그에게 그럴 리 없겠지만, 만에 하나 하이라이트 멤버들의 배신을 겪게 된다면 어떨 것 같은지 물어보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윤두준은 하이라이트 멤버들은 가족, 친구라는 단어로 설명하기 힘든 특별한 관계라고 말했다.
"정석은 자신한테도 잘못이 있지만 배신한 친구를 미워하고, 그 미움을 발판으로 삼아 재도약을 꿈꾸잖아요. 재미로 우리 멤버들이 배신을 했다는 상상을 해보면... 저는 엄청 슬퍼하면서도 멤버들이 그렇게 할 만한 이유가 나한테 있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이번에 새 앨범을 내면서도 하이라이트 멤버들이 많이 배려해줬어요. 이 자리를 빌려서 멤버들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요."
윤두준은 하이라이트 관련 활동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윤두준에게 있어 고된 일정들을 소화할 수 있는 원동력이 하이라이트이기 때문이다. 최근 앨범 활동과 콘서트 준비도 윤두준에게는 오히려 기분 전환을 하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윤두준은 콘서트 준비를 하면서 양요섭, 이기광, 손동운 등 멤버들이 새삼 존경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하이라이트도 지금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요즘 친구들 무대도 많이 찾아보는 걸요. 트렌드를 주도하진 못하더라도 흐름에 편승은 하는 팀이 되려고요. 멤버들 모두가 정말 열심히 해요. 당연한 거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열정적이에요. 다들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모습들을 보여주니 서로에게 귀감이 되고요. 멤버들이 아니었다면 연예인 생활을 오랫동안 즐기면서 하진 못했을 것 같아요."
많은 아이돌이 연차가 쌓인 뒤, 작사·작곡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앨범 수록곡으로도 아이돌의 자작곡이 실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윤두준은 작사·작곡은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몇 번 시도는 해봤지만, 훨씬 더 재능 있는 친구들의 노래와 가사를 표현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더 늦기 전에 한 번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하지만 전 솔로 앨범보단 하이라이트 앨범이 우선입니다. 대신 그런 창작의 욕구는 개인 유튜브 채널과 연기 활동을 통해서 발산하고 있어요. '구필수는 없다'를 촬영하면서 소리 지르며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내가 실제로 그렇게 감정을 표현한 적이 언제였나 싶더라고요. 그런 감정 해소를 작품을 통해서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윤두준은 '연예인 윤두준'의 최고점은 2011년쯤이었다고 떠올렸다. 데뷔 2년 만에 'Fiction(픽션)'으로 2011년 KBS 가요대축제에서 올해의 노래상을 받았고, 2011~2012년 2년 연속으로 멜론뮤직어워드(MMA)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던 시기였다. 그런데 윤두준은 그 시기가 지나고 난 후 스스로 '오래됐다'는 것을 느낀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연예인 윤두준'의 안정적인 시간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연습생 때부터 비스트로 정상을 찍을 때까지는 제대로 즐긴 적이 없어요. 오히려 정상을 밟은 뒤 마주한 시간들이 더 안정적으로 느껴졌고, 재미있었습니다. 1등하다가 2등하면 큰일나는 것처럼 주변에서 말해도 항상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었고, 자칫 힘들 수도 있는 순간들을 즐겁게 받아들인 멤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끝까지 굽힐 수 없는, 지키고 싶은 건 당연히 하이라이트입니다. 하이라이트는 집과 같은 존재예요. 하이라이트가 있었기에 더 자신 있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