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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규 대기자의 '스타 메모리'] 톱스타 조용필 인터뷰를 해야만 했다①

[비즈엔터 홍성규 기자]

▲가수 조용필(이투데이DB)
▲가수 조용필(이투데이DB)

'가왕' 조용필과의 생애 첫 만남은 88서울올림픽을 한 달 앞둔 1988년 8월에 이뤄졌다.

그로부터 훨씬 전 조용필이라는 가수를 의식하게 된 것은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처음 나왔을 때였던 70년대 후반이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대학 입학을 앞둔 때라, 친구들과 모처럼 자주 어울리며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날 신촌에 사는 친구 집에 동창생들 여럿이 모였는데, 우연히 라디오에서 '꽃피는 동백섬에 봄은 왔건만~'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나는 순간 친구들과의 대화가 잠시 들리지 않고, 그 가수의 노래만 들렸다. 노래가 너무 좋았다. 사실 당시에 국내 가요는 거의 듣지 않았었는데, 조용필은 남달랐다. 좀 다른 차원의 가수 같았다.

그때만 해도 한국의 대중음악은 남진 나훈아로 대표되는 트로트 아니면, 통기타 가수들의 포크 음악으로 크게 나누어져 있었다. 음악을 하거나, 좀 듣는다는 사람들은 국내 가요는 들을 게 없다며, 청계천 레코드 가게에서 '빽판(불법 복사판 음반)'사다가 들었다.

방 안에 있던 친구들에게 "이 가수가 누구냐"라고 물었고, 한 친구가 "그래 이 노래 정말 좋지"라고 반기며 "요즘 뜨는 조용필이라는 가수"라고 했다. 밴드 기타리스트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록 음악을 좋아했던 내게 더욱 마음에 들었다.

조용필은 그로부터 10년 이후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의 자리에 올라선다.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조용필이 '가왕'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신문사에 입사해서, 연예부에 배치되고 가요 담당기자가 돼서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우리 신문은 그때 스타급 연예인들의 살아온 인생을 담는 '스타 스토리'라는 연재물을 의욕적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각 담당 기자들이 연예인을 인터뷰해서, 그 스토리를 대필하는 코너였다. 첫 번째 주자는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라는 유행어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코미디언 이주일 씨였다.

그리고 편집회의를 통해 그다음 바통을 이어받을 연예인으로 조용필이 정해졌다. 나는 당연히 베테랑 선배 기자가 조용필의 인터뷰를 맡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연예부장이 부르더니 "조용필은 네가 맡아서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선배 가요기자가 너무 바빠서 힘드니, "너는 이제부터 다른 취재는 다 스톱하고, 조용필 인터뷰에만 매달리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제 막 신입 기자가 되어서, 만나본 가수도 몇 안 되는 상황에서 갑자기 최고의 스타 가수 조용필을 맡으라니 무척 당황스러웠다. 특히 그저 한번 인터뷰하는 것도 아니고, 50회 넘는 연재를 하기 위해서는 당시 가장 만나기 힘들다는 스타급 가수를 매일 만나서 심도 있게 스토리를 뽑아내야 하는 일이었다.

엄청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무조건 해야 했다. '하라면 해야 되는' 신문사 분위기상 위에서 시키는 일을 사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태도였다. 부장도 "연예기자로 성장하기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은근히 염려 섞인 격려를 해주었다.

그런데 사실 그 무렵 나뿐만 아니라, 어떤 신문사에서도 조용필의 인터뷰를 따내 연재까지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내부적으로 조용필을 '스타 스토리'주인공으로 정해놓았지만, 본인이 못하겠다고 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더구나 조용필은 당시 본인의 이혼 문제로 머리가 복잡할 때였고, '죽의 장막을 깼다'며 가요 사상 최초로 중국 공연을 성사시켜서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이 주목하며 경쟁적으로 인터뷰를 원하고 있을 때였기 때문이다.

우리도 조용필 소속사에 미리 제안해놓았지만, 확답을 듣지는 못하고 있었다. '스타 스토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노출되어야 하니, 당사자가 수락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②으로 계속

홍성규 기자 skhong@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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