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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터뷰] 박은빈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공통점

[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배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배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인간 박은빈은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지만, 배우 박은빈은 도전을 추구해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비즈엔터와 배우 박은빈은 '자연인' 박은빈과 '배우' 박은빈의 차이를 설명했다. 마치 변론을 하는 변호사처럼 침착하고 조리 있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지난 18일 종영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많은 사랑을 받으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들도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ENA라는 생소한 채널의 핸디캡을 딛고 마지막 회는 17.5%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우영우'의 이같은 인기의 비결은 변호사를 다루는 법정 드라마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장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주인공 우영우가 성장하는 모습을 모두가 응원하게 만드는 작품을 만들어낸 PD, 작가 등 제작진과 주연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진 결과다.

그중에서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라는 주인공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그를 연기한 배우가 배우로서 확고한 '철학'을 가진 박은빈이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박은빈은 ENA 채널이 신생 채널인데다가 개국 이후 시청률 1% 이상을 넘은 프로그램이 없었던 채널의 드라마였기에 시청률 면에서는 큰 기대를 안 했다.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유인식 PD와 문지원 작가에게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방송 2회 만에 시청자 반응이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드라마지만 대중성은 대중들이 판단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목표 시청률도 특별히 없었어요. 2회 때부터 예측했던 시청률보다 2배 이상의 시청률이 나와서 놀라웠고, 기대 이상의 폭발적인 반응에 솔직히 무섭기도 했어요."

▲배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배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박은빈은 '우영우' 출연 제안을 1년 넘게 고사했다. 하지만 유 PD와 문 작가는 박은빈의 대체자를 찾지 않고, 그를 기다렸다. 박은빈은 '우영우'가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지만, 쉬운 마음으로 다가가선 안 된다는 생각과 대본을 읽어도 도저히 우영우를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출연을 고사했다.

"개인적으로 캐릭터를 혼자 만드는 게 편해요. 하지만 '우영우'는 절대 혼자서는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런데 PD, 작가님이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갈 기회를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누군가 '우영우'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제가 신중하게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우영우'는 모두가 함께 완성했습니다."

어려운 선택이었던 만큼, 박은빈은 신중하게 '우영우'를 준비했다. 실제 자폐인을 따라 하는 건 배우로서의 윤리에 어긋난다는 생각에 모방할 만한 인물, 영상을 찾는 것은 배제했다. 그는 '우영우' 세계관을 구축한 PD와 작가, 자문 교수의 조언, 자폐 스펙트럼 진단 기준 등을 참고해 '우영우'의 캐릭터를 독자적으로 창조했다.

▲배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배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자문 교수님도 '우영우'가 모델로 삼을 만한 캐릭터는 현실에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우영우라는 인물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자폐라는 특징을 캐릭터의 한계로 두지 않으려고 했고, 자폐인의 증상을 구현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으려고 했어요. 배우로서 우영우라는 캐릭터의 진심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우영우 덕분에 박은빈이 소화해야 하는 대사량도 어마어마했다. 대본을 받을 때마다 어려운 법률 용어와 매회 다른 고래들의 정보는 박은빈을 당황스럽게 했다. 덕분에 박은빈은 고시 공부를 하는 것처럼 방대한 대사를 흰 종이에 쓰면서 외웠다.

그 많은 순간 중에 박은빈은 마지막 회에서 친모 태수미(진경)에게 외뿔고래에 관해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우영우가 자신을 흰고래 무리 속에 지내는 외뿔고래로 비유하며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우영우라는 자폐인을 넘어서 이 세상 모든 외뿔고래에게 전하는 우리 작품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자폐인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는 없겠지만, 외뿔고래들에게는 이 세상에 흰고래와 함께 살아가는 외뿔고래들이 많다고요."

▲배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배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박은빈이 언급한 또 다른 기억에 남는 장면은 7회 엔딩에서 아버지 우광호(전배수)에게 우영우가 "좌절해야 한다면 혼자 오롯이 좌절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 순간이다. 자폐라는 이유로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딸의 좌절을 지켜보기 힘들었던 아버지 우광호가 법무법인 한바다의 대표 한선영(백지원)에게 자신의 취업을 부탁한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우영우가 아버지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고백하는 장면이다.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는 존재가 아닌, 혼자서 성공의 기쁨과 실패의 좌절도 오롯이 느끼고 싶어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은 우영우의 고백이 아역부터 27년간 연기자 생활을 해왔던 배우 박은빈과 닮은 구석이 있다. 박은빈은 '인간 박은빈'은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반면, '배우 박은빈'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을 추구한다.

"도전은 두렵고, 그 과정이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에요. 누군가는 실패라고 할 만한 순간들도 있었죠. 하지만 배우 박은빈에게 있어 시행착오이지만 교훈으로 삼을 만한 순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슬럼프'라고 부를 만한 시간이 제게도 물론 있었죠. 지나고 보면 저를 더 단단하게 해준 시간이었어요. 그런 단계들을 꾸준히 거치면서 살다 보니 이렇게 '우영우'로 사랑받는 날이 온 것이 아닐까요. 하하."

▲배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배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박은빈은 지난 7개월을 우영우로 살았다. 주변의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기에 박은빈은 홀로 부침을 겪었고, 고독함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했다. '우영우'가 종영한 지금, 속 시원하다는 성취감보다는 무사히 마무리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또 드라마의 인기가 대단했기 때문에 '우영우' 시즌2 제작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도 크다는 것도 알지만, 박은빈은 7개월 전 '우영우'를 선택했을 때만큼이나 큰 결심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그 기대에 부응하려면, 오리지널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그 사랑에 보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영우'에 관한 좋은 추억들과 감정들을 보물상자에 곱게 넣어놨는데 또다시 꺼낼 때 그것들이 상처 입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고요. 하지만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잖아요. 그때 가서 다시 어렵게 고민하고, 굉장히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로써는 정해진 게 없어요."

윤준필 기자 yoon@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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