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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윤준필] '수리남', 홍어ㆍ마약처럼…결말까지 끊을 수 없는 하정우ㆍ황정민

[비즈엔터 윤준필 기자]박해수ㆍ유연석ㆍ조우진ㆍ김민귀ㆍ예원ㆍ김시현 등 차진 연기의 향연

▲'수리남' 포스터(사진제공=넷플릭스)
▲'수리남' 포스터(사진제공=넷플릭스)

지난해 미국 할로윈 데이에는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그려진 가면을 쓴 사람들이 딱지치기를 하고, 달고나를 즐겼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은 덕분에 볼 수 있었던 진풍경이다.

이후 '오징어 게임'은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7일(현지 시간)에는 미국 LA시의회가 매년 9월 17일을 '오징어게임'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모든 것이 1년 사이 벌어진 일이다.

1년 만에 전 세계를 또 사로잡을 만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넷플릭스에서 선보인다. 바로 '수리남'이다.

▲'수리남'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수리남'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수리남'은 홍어 유통 사업을 하기 위해 전 재산을 털어 남미 국가 '수리남'에 온 민간인 강인구(하정우)가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 전요환(황정민)으로 인해 누명을 쓰면서 시작된다. 이후 강인구는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가 제안한 비밀 임무, 전요환 체포 작전의 공조를 수락하면서 '수리남'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무엇보다 '수리남'은 한국 영화계 '영혼의 단짝'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윤종빈 감독과 배우 하정우가 만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수리남'은 윤종빈 감독이 처음 연출하는 시리즈이지만, 그의 스타일이 녹아든 작품이다. '수리남'에는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군도', '공작' 등 윤종빈 감독 작품의 장점들을 모아뒀다. 전작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윤종빈 감독은 '마약'이라는 어두운 소재와 누아르라는 장르적 문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해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수리남'은 캐릭터가 신선한 드라마는 아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촘촘하고, 연출이 섬세하다. 또 '수리남'은 강인구와 전요환의 속고 속이는 기싸움이 핵심 플롯인 드라마인데, 하정우와 황정민은 그 핵심을 책임진다. 두 사람은 연기력으로 누아르 특유의 긴장감을 조성한다.

▲'수리남'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수리남'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일부 시청자는 또 하정우, 황정민이냐며, 이들이 연기를 잘하는 것은 맞지만 또 '늘상 보여주던 연기'를 할 것이라고 예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다. '수리남'에서 두 사람은 어디서 본 것 같아도 전혀 다른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 '클로젯' 이후 2년 만에 대중과 만나는 하정우는 늘 그래왔듯이 '수리남'에서도 '생활 연기'를 보여준다. 연기를 하는 것인지, 실제인지 분간이 안 가는 하정우의 안정적인 연기톤은 이야기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완급 조절을 해가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특히 배우로서 치명상을 입을 만한 구설에 휘말렸던 하정우는 '수리남'에서 연기력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한다.

황정민이 맡은 전요환은 영화 '아수라'의 '박성배' 시장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사람 좋은 인상이지만 검은 속내로 가득 찬 비뚤어진 욕망 그 자체다. 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박성배'가 아닌 '전요환' 고유의 캐릭터가 드러난다. '수리남'의 거대 악이지만, 강인구가 던진 돌에 점차 균열이 생기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수리남'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수리남'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하정우와 황정민 외 다른 배우들 역시 자신의 역할을 100% 이상 해낸다. '넷플릭스의 아들' 박해수는 최창호 역을 맡아 강인구와 위태로운 언더커버 작전을 진행한다. 전요환의 브레인 '데이빗 박' 역의 유연석은 전작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보여준 것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조우진은 전요환의 심복이자 조선족 '변기태' 역을 맡아 강한 개성을 드러낸다.

새로운 얼굴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우진이 연기한 '변기태'와 함께 전요환에게 절대 충성하는 '이 집사' 이상준 역은 배우 김민귀가 맡았다. 그는 극중에서 차가우면서도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발산하는데, '수리남' 이후가 더욱 기대되는 신예의 탄생을 알렸다. 이밖에 그룹 쥬얼리 출신의 배우 예원, 국정원 요원 '시현' 역의 김시현 등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리남'은 실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실제로 수리남에 거주하며 대규모 마약 밀매조직을 운영했던 '조봉행'이라는 인물이 '수리남'의 모티브다. 이야기의 기본 골격을 실화에서 가져온 만큼 흡인력이 상당하다는 것도 '수리남'의 장점이다.

▲'수리남'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수리남'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2011년 KBS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남자 주인공 송삼동(김수현)은 여자 주인공 고혜미(수지)를 향해 '농약 같은 가시나'라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여자 주인공의 치명적인 매력을 '농약'으로 표현해 시청자들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켰던 명대사다.

'수리남'은 '마약 같은 드라마'라고 말하고 싶다. 한번 맛을 들이면 계속 생각난다는 홍어 같은 드라마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 쫀쫀한 스토리 전개, 흠잡을 곳 없는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모두 어우러져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나르코스' 등 마약을 소재로 하는 넷플릭스 드라마에 익숙한 외국 시청자들을 충분히 공략할 만하다.

혹시 모른다. '오징어게임'의 성공으로 달고나가 전 세계에 유명해졌던 것처럼 외국인들이 '수리남' 이후 홍어에 관심을 가질지도.

윤준필 기자 yoon@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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