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지난해 4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가수 아이유를 초대해 그를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소개했다. 아이유가 대단한 연예인인 것은 맞지만, 당시 나이 29세 아이유를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과하지 않을까 의심했다.
그로부터 1년 흘렀다. 17일과 1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더 골든 아워(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를 개최하고, 자신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부족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아이유의 이번 공연은 가수들의 '꿈의 무대'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렸다. 올림픽주경기장은 객석 규모 4~5만 명의 대규모 공연장이다. 아이유는 이틀 동안 이곳에서 열린 두 번의 공연을 모두 매진시키며 강력한 티켓 파워를 자랑했다.
특히 그동안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공연을 열었던 가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이유가 더 대단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공연을 열었던 가수는 H.O.T., god, 신화, EXO, 방탄소년단, NCT DREAM 등 보이 그룹들과 조용필, 서태지, 이승환, 이승철, 이문세, 싸이 등 남자 솔로 가수들이었다. 국내 여자 가수로는 아이유가 처음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공연을 연 것이다.
하지만 아이유를 '시대의 아이콘'으로 부를 수 있는 건 '티켓 파워' 때문만이 아니다. 대중과 함께 성장하고, 많은 사람들의 시간 속에 녹아든 아이유의 '노래'가 곧 아이유의 힘이었다. 이번 공연에서 아이유는 지난 14년 동안의 노래들을 부르며 아이유의 역사, '유애나'와 공유하고 있는 기억들을 돌아봤다.
아이유는 '에잇'과 '셀러브리티(Celebrity)'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2019년 투어 콘서트 '러브, 포엠(Love Poem)' 이후 3년 만에 팬들과 만난 공연인 만큼, 아이유는 두 곡 뿐만 아니라 '라일락', '스트로베리 문(strawberry moon)' 등 그동안 팬들이 음원으로만 접할 수밖에 없었던 노래들을 선곡했다.
또 10년 만에 역주행한 노래 '내 손을 잡아'로 관객들과 교감했다. '내 손을 잡아' 시작과 함께 관객들은 첫 소절 '느낌이 오잖아'를 떼창으로 불렀다.
아이유는 이번 공연을 통해 '팔레트'와 '좋은 날'을 마지막으로 부른다고 밝혔다. 아이유는 '팔레트'를 부르기 전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았을 때 불렀던 노래다. 하지만 이 노래는 스물 다섯의 이지은에게 넘겨주려 한다"라며 "어쩌다 서른이 돼서 그때보다 좋은 순간들을 맞이하고 있다. 굳이 이 노래를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될 것 같아"라고 설명했다.
또 '좋은 날'의 상징과도 같은 삼단고음을 마친 뒤에는 18세 아이유 시절 팬들이 외쳐줬던 '리얼 대세 아이유'를 듣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고백했다. 다시 열 여덟이 된 것 같아 눈물이 날 뻔 했다고 하면서도 "가사가 '오빠가 좋은 걸'인데, 이제 좋다고 할 '오빠'가 많이 없어졌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노래의 '졸업식'은 그만큼 아이유가 히트곡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아이유는 두 곡을 앞으로 공연에서 부르지 않는 이유로 '더 나은 공연'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날'의 구성상 항상 세트 리스트의 뻔한 위치에 '좋은 날'을 배치했다"면서 "'좋은 날'이 빠지면 부담되고 아쉽기도 하지만, 새로운 세트리스트의 공연을 하려면 과감한 시도가 필요할 것 같아 결정을 내리게 됐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둘째날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 박재범은 이처럼 항상 완벽을 추구하는 아이유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아이유는 나보다 어리지만 존경하는 가수"라며 "다방면에서 완벽하게 잘하고, 톱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힘든지 알기 때문에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라고 치켜세웠다.
공연의 마지막은 '시간의 바깥'과 '너랑 나'로 장식했다. 특히 무대가 진행될 때 밤하늘에는 드론 쇼와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하늘 위를 아름답게 수놓은 드론들과 불꽃들은 공연장 뿐만 아니라 잠실 인근 지역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는 저 멀리에서도 빛나는 아이유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아이유의 시대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