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 이야기는 늘 남자, 군필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달랐다.
지난 11일 처음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전 세대를 동시에 붙잡았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총 대신 식칼, 탄띠 대신 앞치마를 잡은 이등병 강성재(박지훈 분)가 '전설의 취사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군대 판타지 드라마다.
tvN에서도 방송한 이 드라마는 1화 5.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화 6.2%를 기록했다. 1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층에서 케이블·종편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으며, tvN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은 지상파 포함 전 채널 1위였다. 티빙에서는 1·2화 공개 이후 유료 구독 기여 종합 1위에 오르며 공개 첫 주부터 OTT와 TV 채널 양쪽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무엇이 달랐기에 군대 이야기로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출발점에는 배우 박지훈이 있다. 그는 올해 2월 개봉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단종 이홍위 역을 맡아 유배된 어린 왕의 처연함을 섬세하게 그렸다. 박지훈의 활약에 힘입어 영화는 1685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2위에 올라섰고, 박지훈은 천만 배우 반열에 올랐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의 초반 시청층 유입에 박지훈의 기세가 적잖이 작용한 건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박지훈이라는 이름값만으로는 전 연령층 동시간대 1위를 설명할 수 없다. 드라마 자체의 체급이 남달랐다고 봐야 한다.

군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저마다의 문법이 있었다. tvN '푸른 거탑'(2012~2013)은 군대 내 계급 질서와 반복되는 일상을 과장된 웃음으로 풀어낸 시트콤이었다. 군대를 집단생활의 축소판으로 바라봤고 소소한 사건을 크게 확대하는 식으로 웃음을 만들었다. ENA에서 시즌3까지 방영된 '신병'(2022, 2023, 2025)은 '푸른거탑'과 또 달랐다. 군 생활의 어색함, 불합리, 권위주의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며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군대를 그렸다.
여기에 시즌2까지 제작된 넷플릭스 'D.P.'(2021, 2023)는 탈영병을 추적하는 헌병 군탈체포조(D.P.)라는 소재를 통해 군대 내 폭력과 부조리의 민낯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군대라는 공간을 해석했지만, 세 작품 모두 리얼리즘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다른 길을 택했다. 군대를 현실적으로 그리되, 그 위에 게임 판타지라는 비현실을 얹었다. 게임을 하는 것처럼 주인공 앞에 상태창이 뜨고 그에게 퀘스트(임무)가 주어지고, 성공하면 레벨 업을 할 수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 이 설정이 어색하지 않은 건 군 생활을 한다는 것이 구조적으로 퀘스트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상급자로부터 명령을 받고 수행하고, 보상을 받는다. 상태창과 레벨 업은 군 생활의 문법을 다른 언어로 번역한 것에 가깝다. 게임 판타지라는 비현실적 설정이 억지스럽지 않게 맞물리는 이유가 있다.
요리는 '취사병 전설이 되다'만의 또 다른 무기다. 대대장에게 "천사를 만나 구름 위를 떠다닌 맛"이라고 극찬을 받은 성게알 미역국, 부대원의 마음을 녹인 콩나물국 등 군대라는 위계적 공간에서 음식은 계급 없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주인공 강성재의 성장 서사가 설득력을 갖게되는 것도 그가 계급을 막론하고 음식으로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이처럼 '취사병 전설이 되다'에 전 세대가 반응한 건 우연이 아니다. 군대라는 현실, 요리라는 감각, 게임이라는 문법을 독립적으로 작동시키면서 '취사병' 강성재라는 하나의 서사로 맞물리도록 설계했다.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군대, 게임, 요리 중 어느 한 요소에만 반응해도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볼 수 있고, 세 가지 모두에 반응하면 극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다.
물론 1~2화만으로 성공을 단언하기는 이르다. 게임 판타지 장치가 끝까지 긴장을 유지할 수 있는지, 요리와 퀘스트라는 조합이 서사의 무게를 버텨낼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다만 군대물이 전 세대를 동시에 건드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한 것만으로도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주목할 가치가 있는 드라마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OTT 티빙과 TV채널 tvN에서 매주 월, 화요일 오후 8시 50분 공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