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방송되는 KBS1 '동네한바퀴'에서는 상서로운 기운 가득한 장성의 설맞이 풍경을 만나러 간다.

장성 축령산 기슭에는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산에 30여 년 동안 나무와 함께 살면서 가꾼 편백숲이 있다. 이 숲은 춘원 임종국 선생이 1956년부터 260만㎡에 78만 본의 나무를 심고 물지게를 지고 다니며 일일이 키워낸 우리나라 최대 편백나무 조림지다. 새해 첫날을 시작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 자연만이 오롯이 머무르는 편백숲을 찾아가 설산의 아침을 맞으며 장성 한 바퀴를 출발한다.

장성의 중심부에 위치한 원도심, 장성읍. 1914년 장성역이 들어서고 군청, 경찰서, 우체국, 버스터미널 등 지역의 관공서와 주요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장성의 중심 도시가 되었다. 이곳에는 17년 전, 장성역 앞에 가게를 차리고 매일 같이 전라도 밥상을 차려내는 부부 있다. 30여 년 전 생계를 위해 처음 차린 갈빗집을 시작으로 가든식당, 야식집 등을 전전하며 자리를 잡지 못했던 고기상, 윤숙 부부가 마지막 기회라는 일념으로 문을 연 한식집. 전국에서 오는 제철 식재료로 손님제일주의 밥상을 차리는 부부의 전라도 인심 그득한 한 상을 맛본다.

장성읍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색가게. 오래된 한옥을 리모델링해 전통 음료를 맛볼 수 있는 공간과 전통공예 체험을 함께 운영하는 공승연 사장님의 한옥카페이다. 이곳이 더 특별한 이유는 장성 고유의 특색을 지닌 주민사업체를 운영하는 관광두레 청년들이 모여들기 때문. 보자기공예, 농사, 천연염색, 농산물 베이커리 등 하는 일은 다르지만, 장성을 아끼는 마음을 합쳐 새로운 관광아이템을 만들어낸다고. 명절을 맞아 지역 아이들과 함께 전통놀이 체험을 즐기며 동네에 보탬이 되는 새로운 일을 또 구상 중인 장성관광두레 공동체. 그들이 그리는 따뜻한 설맞이 풍경을 함께 나눠본다.

장성군 북하면 입암산(654m)에서 발원해 장성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동맥과도 같은 강, 황룡강에는 특별한 용의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옛적에 마을 앞을 흐르는 강에 황룡이 살았는데, 용은 형편이 어려운 주민을 도와주고, 덕을 쌓은 주민의 소원도 들어주며 마을을 지켜 태평성대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강의 전설이 전해지면서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황룡의 기운을 받아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알려지게 됐다. 황룡강 생태공원 속 황룡이 여의주를 쥐고 굽이치며 비상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용작교’ 다리를 건너며 올 한해 모든 이들의 평안과 행복을 빌어본다.

장성의 명산으로 꼽히는 백암산 아래 자리 잡은 북하면 약수마을. 온 동네에 감밭이 많아 가을이면 오촉 전구를 켠 듯 환해진다는 이 마을에서 10년째 감조청으로 한과를 만드는 가족이 있다. 폐암 수술을 받은 남편의 건강을 위해 무작정 공기 좋은 시골에 자리 잡은 전명순 사장님. 가족의 생계 수단으로 마을에서 버려지는 감을 이용한 조청을 만들기 시작, 어릴 적 명절 때마다 친정엄마가 해주던 산자를 생각하며 한과까지 만들게 됐다. 4년 전부터는 딸이 가족사업에 동참해 부모님 곁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찬바람 이겨내야 달게 익는 곶감처럼, 고생 끝에 단맛이 찾아온 가족의 일상을 만나본다.
◆장성댐 역사와 함께해온 50여 년 전통의 삼대 메기찜 식당
영산강 유역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1976년 10월 높이 36m, 길이 603m 규모의 장성댐이 완공되면서 만들어진 장성호. 백암산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황룡강을 막아 장성군을 비롯해 광주광역시·나주시·함평군 등 4개 시군의 관개용수와 생활 및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장성댐 공사 당시, 지금은 수몰돼 사라진 용강마을에 마지막까지 남아 인부들에게 밥을 해주면서 생계를 이어간 1대 사장님부터 고향땅으로 다시 돌아온 손자내외까지. 온 가족이 똘똘 뭉쳐 지켜가는 50년 역사의 식당을 찾아가 3대가 함께 만드는 메기찜 한 상을 맛본다.

백암산 자락 아래 130여 명이 모여 사는 신촌마을. 지난 2005년, 하나뿐이던 구판장이 문을 닫으면서 마을 사람들은 라면 하나, 간장 하나를 사기 위해 차를 타고 읍내까지 나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마을 이장인 박충렬 씨가 나섰다. 바로 주인 없는 ‘무인가게’를 오픈 한 것. 그날부터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된 마을 가게는 고된 농사일을 마치고 막걸리 한잔과 수다로 피로를 푸는 마을 어르신들의 사랑방이 돼줬다. 작년 한 해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새롭게 단장한 무인가게가 다시 문 여는 날. 고사상도 놓고 오랜만에 어르신들의 풍물패도 동원된 신촌마을을 찾아가 신명 나는 잔치 한바탕을 벌여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