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아끼는 남동생의 결혼식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승승장구하던 회사에서 해고될 위기에 처한 이유, 바로 중독이다. 알코올, 약물, 설탕 등 모든 것에 중독된 로지의 개과천선 프로젝트 SKY 드라마 '로지 몰로이 기브업 에브리씽'의 이야기다.
온갖 스트레스에 찌들어 다양한 것들에 중독된 채 살아가는 로지. 그는 결혼식 날만큼은 술을 참아 달라는 남동생과의 약속을 어기고 만취 상태로 대형 사고를 저지른다. 거기에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과 실직 위기까지 겪으며 중독이 자신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로지는 새로운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넘치던 의욕도 잠시 그녀를 향한 유혹은 끝이 없는데. 중독을 끊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고 한 가지 의문만이 머리에서 맴돈다.
"중독이 문제인 걸까 내가 문제인 걸까."
그녀의 심각한 중독 문제를 해결하고자 온 가족이 모이지만 그녀는 밝은 표정과 엉뚱한 행동으로 동문서답할 뿐이다. 그러던 중 그가 여러 차례 겁탈당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걱정하는 가족들과 달리 로지는 이런 일들은 누구나 겪을 수 있다며 억지웃음을 짓는다.
로지는 중독 이면에 감춰왔던 자신의 속마음을 처음으로 내비친다. 자신은 행복했던 적도, 행복할 자격도 없다는 것. 어린 시절, 동생의 죽음으로 온 가족이 방황하던 때에 막내를 돌봐야 했던 그는 자신의 마음을 돌볼 새 없이 어른이 됐다. 남동생 조이를 챙기는 동안 자신은 청소년기를 잃었고, 성인이 된 지금에서야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다며 울며 소리친다. 가족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늘 마음 한편에 자리잡고 있었던 외로움이 중독의 시작이 된 것이다.
중독은 마음의 병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상실, 슬픔 등 부정적인 사회적 경험이 쌓이고, 이를 제때 해소하지 못하면 우울함은 계속된다. 이들은 불편한 현실에서 벗어나 쾌락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약물에 의존하곤 한다. 잠시나마 우울함 속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행동이 오직 그 쾌락만을 추구하게 되는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자신의 심각한 상태를 자각하더라도 스스로 이를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현대인들도 그녀와 별반 다르지 않다. 20년 OECD에서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불안, 우울 수치는 36.8%로 OECD 38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과 관련된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는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내" 같은 가벼운 말은 되레 독이 된다. 별일 아니라는 말은 당사자나 하는 말이지, 주위 사람들이 하는 말이 아니다. 그렇기에 감독 다비드는 로지라는 밝은 가면의 캐릭터를 내세워 위로를 건넨다. 모든 게 망가졌지만 이를 계기로 새 인생을 살아보려는 로지를 통해 방황하는 어른들에게 괜찮다는 용기를 주는 듯하다. 유쾌한 그녀와 함께 끝이 없어 보이는 우울의 늪에서 벗어나기를. 자신을 둘러싼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오기를.
'로지 몰로이 기브업 에브리씽'은 꾸준한 인기로 시즌 9까지 제작된 드라마 '라거 두 파인트와 감자칩 한 봉지'의 작가 수잔 닉슨과 배우 셰리던 스미스가 다시 한번 합을 맞췄다. 로지 역의 셰리던 스미스는 제66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TV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구제불능 약물 중독자 로지는 과연 중독을 끊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웨이브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된 SKY 드라마 '로지 몰로이 기브업 에브리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