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2019년 가을, 비즈엔터와 만났던 이주빈은 당시 자신의 목표를 꾸준히, 오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4년 6개월이 흘러 다시 만난 이주빈은 자신과의 약속을 실천하고 있었다. 지난달 28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는 자신이 어느 날 갑자기 인기를 얻은 벼락스타가 아닌, 차근차근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온 성장의 여왕임을 증명했다.
이주빈은 '눈물의 여왕'에서 퀸즈그룹의 재벌 3세 홍수철(곽동연)과 결혼한 천다혜 역을 맡았다. 처음엔 현모양처처럼 보였지만, 그에겐 비밀이 있었다. 퀸즈그룹의 부를 노리고, 거짓 이력으로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그는 남편 홍수철이 보여주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해피엔딩을 끌어내는 핵심 인물로 그려진다.
주인공만큼이나 없어서 안 될 인물이었던 이주빈은 자신을 향한 칭찬에 "내 분량이 많지 않았다"라면서 겸손한 모습이었다. 드라마가 tvN 역대 최고 시청률 24.9%를 기록하며 종영한 것에 대해서도 "잘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렇게나 잘 될 줄은 몰랐다"라며 기쁨을 표현했다.
"처음 오디션을 볼 때부터 '눈물의 여왕'은 업계가 주목하는 작품이었어요. 좋은 배우들, 대단한 작가님과 감독님들이 참여하는 작품이었기에 꼭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잘 될 것이라는 조건 없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상상 이상의 사랑을 받은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천다혜는 극 초중반, 모슬희(이미숙), 윤은성(박성훈)과 함께 퀸즈그룹 일가를 무너트리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촬영 당시 이주빈은 천다혜가 악당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철없고 사랑받지 못했던 '금쪽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악당은 누군가를 엄청난 위험에 빠트리거나 위해를 가하는 사람들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어요. 천다혜를 연기할 땐, 천다혜가 가족 없이 보육원에서 자라며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아니까 그렇게 악당이라고는 생각 안 했거든요. 나쁜 짓은 하지만, 허술하고 만만한 인물로 보이려고 했어요. 그런데 막상 방송을 보니까 심각하더라고요. 하하."
이주빈은 천다혜의 스타일부터 행동, 말투까지 깊게 고민했다. 재벌가 며느리를 화려함을 보여주기 위해 사비를 들여 명품 옷을 구매하는 열정도 보였다. 대사 한 줄에도 천다혜만의 느낌을 더하려 노력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 가니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는 걸 느꼈다. 8살 연하의 상대 배우 곽동연 덕분이었다.
"곽동연은 천재 같아요. 연기할 땐 똑똑하고, 현장에선 상대를 배려하지만 그걸 드러내지 않아요. 홍수철 그 자체를 표현하고 있는 곽동연을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천다혜가 되는 걸 느꼈어요. 특히 아들한테 자전거를 가르쳐주고 싶다면서 애쓰는 장면을 연기할 땐 천다혜가 여기에 서 있어도 되는 인물인지,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흔들리게 되더라고요."
이주빈은 극 초반 나쁜 짓을 했던 천다혜가 홍수철과 함께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는 커플이 될 수 있었던 것 역시 곽동연 덕분이라고 말했다. 천다혜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들을 사랑하는 홍수철의 진심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더라면, 시청자들 역시 천다혜를 사랑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빈의 또 다른 상대 배우는 아들 건우(구시우)였다. 미혼인 이주빈에게 어린 아기를 키우는 엄마를 연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결혼을 안 하고, 아이가 없다 보니 주변에 출산한 친구들한테 많이 물어봤어요. 친구들은 아이를 들어 올리고, 눕힐 때 엄마인지 아닌지 티가 많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익숙해지려고 친구들을 쫓아다니면서 조카들을 봐주겠다고 했는데, 아무도 편히 맡기지 못하더라고요. 하하."
②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