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강동원이 영화 '와일드 씽'을 통해 1990년대 댄스 가수로 컴백했다. 그는 이번 역할을 위해 직접 헤드스핀을 하고, 오글거리는 제스처도 익혔다. 그런 강동원의 모습이 담긴 영화 예고편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자 사람들은 말했다.
"강동원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내가 뭐라고..."
오는 6월 3일 개봉하는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찾아온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벌이는 코미디 영화다. 강동원은 극 중 트라이앵글 메인 댄서 현우를 연기했다.

최근 비즈엔터와 만난 강동원은 "평소 록을 즐겨 들어서 언젠가 로커를 연기하는 걸 상상했던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댄스 가수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던 낯선 영역이었다. 그런 그가 '와일드 씽'을 선택한 건 다른 이유였다.
"대본이 신선했어요. 제가 헤드스핀을 하면 진짜 웃기겠다 싶었고, 관객들도 '강동원이 댄스 가수를 하네'라며 웃을 거 같았거든요."
하지만 춤을 배우는 건 현실이었다. 그는 과거 현대 무용을 배운 적 있었지만 힙합 댄스는 다른 영역이었다. 그래서 그는 '힙합의 본고장' LA로 건너가 브레이크 댄스 단체 '주스'(JUiCE)의 리더에게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5개월 만에 춤에 익숙해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몸이 따라주지 않아 하루 4시간 이상 연습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촬영 중 대본이 수정되며 본래 헤드스핀만 하기로 했었는데, 다리를 원형으로 돌리며 몸을 회전하는 윈드밀까지 추가하게 됐다. 그러나 연습 과정 중에 갈비뼈 염좌 진단을 받았고 결국 헤드스핀에 집중하며 윈드밀은 한 바퀴만 돈 뒤 모든 동작을 멈추는 기술 프리즈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헤드스핀을 제가 모두 소화한 건 아니었어요. 3바퀴까지만 직접 돌았고, 얼굴이 잘 안 보이는 장면에서는 함께 연습했던 댄서 친구가 대신했어요. 제가 다 돌면 일주일은 쉬어야 했을 거예요. 멀미가 심해서. 하하."
웃기겠다는 일념 하나로 모두가 몸을 갈아 넣는 현장이었지만 정작 아무도 웃지 않고 촬영장의 분위기는 늘 진지했다. 강동원뿐만 아니라 엄태구, 박지현 모두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고 감독도 차분했다.
"오정세, 신하균 선배 두 분이 계실 때는 그나마 분위기가 좀 밝았는데 두 분마저 안 계시면 그냥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였어요."

웃음이 터진 순간도 있었다. 바로 강동원과 강기영이 만나는 장면이었다. 강동원이 연기한 황현우가 강기영이 맡은 캐릭터 태풍을 처음 만나는 장면, 태풍에게 장풍이냐고 묻는 장면 등 모두 즉흥에서 만들어진 애드리브였다. 처음 보는 상황의 연속이었지만 강동원은 웃지 않았다. 그게 더 큰 웃음을 만들었다.
1990년대 댄스 가수 특유의 동작을 연습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엔딩 포즈'를 취하는 건 상당한 난도를 자랑했다. 안무 연습과는 별개로 아이돌스러운 동작들만 따로 특훈하기도 했다.
"처음에 아이돌 특유의 동작들을 했을 땐 너무 심심하더라고요. 민망함을 이겨내고 그 동작들에 익숙해지니까 아이돌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퍼포먼스라는 걸 알게 됐어요."

트라이앵글의 무대 장면은 촬영 후반부에 몰아서 찍었다. 덕분에 마지막 무대를 촬영할 때는 안무 동작이 완전히 몸에 뱄다. 춤선도 더 살아났고, 안무의 디테일도 달라졌다. 그래서 강동원은 마지막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노래는 춤보다 훨씬 편했다. 어릴 때부터 노래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왔고 초등학교 때 독창 대회에 나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댄스 가수 역할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다시는 못할 것 같아요. 나이도 나이고, 이번에 제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었던 캐릭터였어요. 아이돌들이 어릴 때부터 얼마나 혹독하게 연습하는지 이번에 몸으로 느꼈어요."

흥행에 대한 바람을 묻자 강동원은 많을수록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는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흥행보다 더 바라는 게 있었다.
"영화는 명장면으로 기억되잖아요. '늑대의 유혹' 우산 등장 신처럼요. 관객들이 '와일드 씽'의 내용은 잊어도 제가 헤드스핀 도는 장면은 30년이 지나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영화 속 모든 인물의 열정과 꿈을 가장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