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까지 간다. 영화 '경주기행'에서 이정은이 연기한 옥실은 그런 엄마였다. 8년 전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를 가슴에 묻고, 남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누구도 쉽게 선택하지 못할 길을 택했다. 이정은은 옥실을 두고 "배워본 적 없는 역사를 사는 엄마"라고 표현했다.
최근 비즈엔터와 만난 이정은은 옥실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과 복수와 용서 사이에서 흔들리는 엄마의 마음을 솔직하게 들려줬다.
'경주기행'은 8년 전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 경주의 생일을 맞아 엄마 옥실과 세 딸이 경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평범한 가족여행처럼 보이지만 봉고차 트렁크에는 경주를 죽인 남자가 실려 있다.

옥실은 이정은에게도 쉽게 규정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촬영을 마친 뒤에도 자신이 과연 옥실처럼 끝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인지 질문이 남았다고 했다.
"갈 수 있을까를 몇 번이나 질문했어요. 끝까지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인물인데, 촬영을 마치고 나서도 내가 그런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남아 있어요. 규정지어질 수 없는 엄마예요. 배워본 적 없는 역사를 사는 엄마이듯, 그런 엄마를 하고 싶었어요."
그에게 옥실은 사랑이 없는 엄마가 아니라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평범하지 않은 엄마였다. 사건 이전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아이들을 챙기며 살아가던 사람이었지만 경주를 잃은 뒤 삶의 반경 자체가 좁아졌다고 해석했다.

"옥실이 무뚝뚝한 엄마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원래 생활의 전선에 있는 사람이잖아요. 일을 하고 가족을 챙기고 애정을 표현하면서 사는 사람이죠. 그런데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는 떠나보낸 아이 생각 때문에 삶의 반경 자체가 좁아진 거죠."
이처럼 독특한 이야기와 인물을 만난 만큼 이정은에게 '경주기행'은 배우로서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옥실은 자신이 가진 도덕적 기준과 끊임없이 충돌하는 인물이었고 끝까지 복수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가장 두려웠던 것은 역설적으로 '용서'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영화의 마지막 응징 장면은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가족이 겪은 고통을 세상에 드러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용서할까 봐 무서웠다'라는 대사가 제일 두려웠어요. 그럼에도 복수를 해나가죠. 경주는 고분으로 둘러싸인 곳이에요. 무덤에조차 묻을 수 없는 존재로 전시해야 한다는 상징성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우리 가족에게 한 악행을 세상에 알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였죠."

옥실의 모성을 이해하는 과정에서는 영주(박소담 분)에게 보내는 편지도 중요한 단서가 됐다. 이정은은 장면에 사용된 편지를 직접 썼다.
"글씨체에서 오는 게 있어요. 엄마의 편지니까 직접 쓰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솔직한 편지예요. '네가 가장 어려웠다'는 말을 딸에게 하는 걸 보면 보통 엄마는 아니죠."
결국 이정은에게 옥실은 복수하는 엄마이면서 동시에 끝까지 딸들을 지키려는 엄마였다. 그래서 촬영이 끝난 뒤에도 그 인물은 쉽게 떠나지 않았다.
"어떤 엄마를 그려갈지 계속 고민했어요. 도발적인 엄마예요. 규정지어질 수 없는 엄마고요. 배워본 적 없는 역사를 사는 엄마이듯, 그런 엄마를 하고 싶었어요."
②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