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는 마블 세계 입문자들에게 가차 없이 냉정하다. 이 영화의 갈등과 인물관계와 죄의식 등은 모두 전작들과 촘촘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보지 않고 영화를 접한다면 소코비아 전쟁이 뭔지, 인공지능 서비스 자비스는 왜 비전(폴 베타니)으로 환생했는지 어리둥절할 수 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를 100% 즐기기 위해 기존 마블영화의 예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말씀. ‘관객은 마블의 팬일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마블의 자신감이 대단한데, 어쩌겠나. 영화를 즐기려면 과거를 탐색하는 수고를 할 수밖에. 그래서 준비해 봤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 숨은 전작의 흔적들을.
#. 캡틴 아메리카는 왜 악당 윈터솔져에게 집착하나

(‘퍼스트 어벤져’-‘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를 보세요)
사실 윈터 솔져(세바스찬 스탠)는 여타의 악당들에 비하면 그 능력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 상대라면 얘기가 다르다. 윈터 솔져의 진짜 이름은 버키 반즈. 버키는 스티브 로저스의 죽마고우다. 스티브가 약골이었을 시절, 그를 위로해 준 것 역시 버키. 하지만 버키는 비밀 나치조직 히드라에 의해 세뇌 당한 후 악당 윈터 솔져가 된다. 죽마고우가 악의 축으로 돌아와, 자신을 죽이겠다고 서슬 퍼런 칼날을 가니 캡틴에게 이보다 지독한 악당은 없을 것이다. 역대 영웅들이 가장 상대하기 힘겨워했던 악당은 ‘알고 보니 가까운 지인’ 아니었던가. 두 사람의 눈물겨운 우정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어벤져스 팀을 흔든다.
#. 소코비아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보세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아이언맨/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자신을 찾아온 희생자 가족의 모습을 보며 죄책감을 느낀다. 앞선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토니 스타크가 만든 울트론 때문에 소코비아에서 대규모 전투가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무고한 희생자들이 속출했다. ‘독고다이’ 사나이였던 아이언맨이 (국제연합 산하기구가 슈퍼히어로를 관리하는) ‘소코비아 협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게 된 이유. 이와 반대로 캡틴 아메라키는 협정에 반대한다. 시빌워의 서막.
#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아빠는 무슨 관계?

(‘퍼스트 어벤져’를 보세요.)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도미닉 쿠퍼)는 쉴드의 창설 멤버이자 캡틴 아메리카의 슈트와 방패를 만들어준 인물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하워드 스타크는 슈퍼솔저 프로그램을 통해 신체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혈청을 개발한다. 빈약한 몸을 가졌던 스티브 로저스가 캡틴 아메리카로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혈청 덕분. 하지만 이 슈퍼솔저 프로젝트는 미완성이었으니, 혈청의 부작용으로 탄생한 히어로가 바로 헐크다. ‘퍼스트 에번저’의 나치 장교 요한 슈미트(휴고 위빙) 역시 이 슈퍼솔저 프로그램의 실패로 빨간 뼈만 남은 악당 ‘레드 스컬’이 되고 만다.
# 캡틴 아메리카도 사랑을 하나요?

(‘퍼스트 어벤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를 보세요)
캡틴에게도 첫사랑이 있나요? 물론. ‘퍼스트 어벤져’에서 스티브 로저스는 상관인 페기 카터(헤일리 앳윌)와 사랑에 빠지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70년의 동면 후 깨어났을 때 페키는 할머니가 돼 있었던 상황. 백발노인이 된 (치매까지 앓고 있는)옛 연인을 찾아가 “내 여자를 버릴 수는 없었으니까…” 라고 울먹이는 캡틴의 순애보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윈터 솔져’에는 페키 카터의 조카이자 쉴드 요원인 샤론 카터(에밀리 반캠프)가 등장한다. 그녀는 캡틴의 이웃집 여인으로 위장, 캡틴을 감시하기도 했다. 마블 코믹스 원작에서 캡틴 아메리카와 연인이 되는 인물이니,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눈여겨 볼 것. 그런데, 이 사랑 막장 아닌가요?
# 썬더볼트 장관, 어디서 봤더라?

(‘인크레더블 헐크’를 보세요)
마블이 각 영화마다 다음 작품에 대한 복선 또는 지난 영화와의 연관성을 품고 있음을 명확하게 알린 것은 2008년 ‘인크레더블 헐크’에 이르러서다. ‘인크레더블 헐크’ 쿠키영상의 주인공은 토니 스타크와 썬더볼트 장군(윌리엄 허트). 헐크를 탄생시킨 썬더볼트 장군을 찾아간 토니 스타크는 브루스 배너(헐크)를 놓친 것에 대해 위로하는 척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늘 슈퍼솔저 프로그램이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장군, 내 말을 들어봐요. 우리 팀을 만듭시다!” 토니 스타크가 의미심장하게 제안한 ‘팀’은 예상했겠지만 ‘어벤져스’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썬더볼트는 장관으로 승진해 등장한다. 썬더볼트는 과거 헐크를 이용해 국방력을 키우려고 한 인물. 그가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어벤져스를 국가기관에 귀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이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 앤트맨만 나오면 왜 다들 ‘키득’거리나.

(‘앤트맨’을 보세요)
아는 만큼 보인다. 아는 만큼 웃을 수 있다. ‘앤트맨’을 보시라. 좀도둑 스콧 랭/앤트맨의 B급 유머와 그의 캐릭터를 확인할 수 있으니. 앤트맨과 팔콘(안소니 마키)이 왜 구면인지도, ‘앤트맨’을 보면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