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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콘] 이승철과 중년의 청춘들

▲가수 이승철(사진=진엔원뮤직웍스)
▲가수 이승철(사진=진엔원뮤직웍스)
가수 이승철의 콘서트 현장. 중년 남성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통 하나가 객석 사이로 쑥 솟아올랐다. 흥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것이다. 일행으로 보이는 옆 자리 관객이 소매를 끌어당겨 보았지만, 허사였다. 잠시 관객 틈으로 파묻히는가 싶던 그의 머리는 이내 불쑥 다시 솟았다. 이승철의 지휘 아래, 모두들 20년은 젊어진 모습이었다.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는 이승철의 데뷔 30주년 기념 단독콘서트 ‘무궁화 삼천리_모두 모여랏!’을 개최됐다. 이날 이승철은 두 시간 여에 걸쳐 1만 명의 관객들과 함께 호흡했다.

평일 저녁 공연은 많은 가수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일주일 치의 스트레스가 누적된 금요일 저녁은 더욱 그렇다. 노래를 해도 시큰둥, 농담을 해도 시큰둥, 관객들로부터 이렇다 할 반응을 이끌어내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가수 이승철(사진=진엔원뮤직웍스)
▲가수 이승철(사진=진엔원뮤직웍스)

그런데 웬걸. 이승철의 공연은 달랐다. 첫곡 ‘마이 러브(My Love)’를 시작으로 쉬지 않고 관객들을 일으켜 세웠다. 이승철의 호령에 따라 박수 치고, 춤추고, 노래 부르다 보니 금세 땀이 줄줄 흘렀다. 땀범벅이 된 것은 무대 위 이승철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돌 그룹만큼의 칼군무는 아니어도 관록의 퍼포먼스로 공연장 온도를 달궜다.

이날 이승철은 지난 30년 동안 발표된 히트곡을 총망라해 들려줬다.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인연’,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일기장’ 등은 원곡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고, ‘긴 하루’, ‘잠도 오지 않는 밤에’, ‘희야’는 새로운 버전으로 편곡했다. 발라드, 록은 물론 스윙, 스카, 심지어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를 노래에 녹였다.

▲가수 이승철(사진=진엔원뮤직웍스)
▲가수 이승철(사진=진엔원뮤직웍스)

무대 위에는 볼거리들이 차고 넘쳤다. 화려한 조명과 무대는 물론 군무, 발레, 비보잉, 난타 등 다채로운 퍼포먼스가 쉼 없이 펼쳐져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승철은 무대 아래에서 튀어 오르기도 하고 공연장 천장에서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는 등 몸을 사리지 않고 무대 곳곳을 누볐다.

객석 분위기는 록 페스티벌을 연상시킬 만큼 자유로웠다. 모두 느끼는 대로 뛰고 구르고 노래했다. “아휴, 이제 그만! 이젠 힘들어서 못 일어나!” ‘방황’이 끝나자 40대로 추정되는 옆 자리 남성 관객이 지쳤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이내 ‘이 순간을 언제까지나’가 시작되자 그는 용수철처럼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목청을 높였다. 이 관객에게 이승철의 노래는 불가항력적인 존재인 듯 했다.

다른 의미에서 불가항력적인 순간도 있었다. 명징한 기타로 시작된 ‘희야’의 도입부나, 이승철의 절절한 감성이 돋보였던 ‘마지막 콘서트’에서는 따라 부를 엄두를 감히 낼 수 없었다. 관객들 모두 숨을 죽여 그의 목소리를 경청했고 이승철은 노련하고 농염하게 노래를 마무리했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 대부분이 40~50대의 중장년층이었지만 이들의 에너지는 여느 청년 못지않았다. 흡사 이승철이 그들 안의 ‘젊음’을 건드려 열정을 마구 쏟아내게 만든 듯 보였다. 음악 안에서, 이승철과 관객 모두 푸르고 뜨거웠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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