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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가대표2' 수애, 자연미로 완성한 연기 뚝심

[비즈엔터 서현진 기자]

▲수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수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배우들은 꾸미는데 능하다. 외적인 치장만이 아니라, 속내를 숨겨야 할 일들이 많다. 대중에게 심어준 환상의 이미지를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스타에게 요구하는 삶이 그러하다.

그런 점에서 수애와의 인터뷰는 조금 특별했다. 대화에도 ‘자연미’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안겨주더니, 그의 매력적인 소통 방식은 곱씹을수록 잔향이 남는다. 억지스러운 표정, 과장된 제스처 없이도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대화를 집중시키는 힘을 지녔다. 수애는 눈을 맞추며 대화 상대와 신뢰감을 쌓아가는 동안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지 않았다.

배우로서의 연기관, 여자로서의 일상 등에 대해 말하면서도 출연배우들과 스태프들, 가족들, 취재진과의 연결고리를 이어갔다.

그런 수애의 공감 능력이 개봉을 앞둔 영화 ‘국가대표2’를 통해 표현됐다. 캐릭터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상황마다 미묘한 감정을 세심하게 조절했다. 이로써 관객들은 수애의 자연미 가득한 연기에 또 한 번 설득당할 기회를 얻었다.

Q. 영화보고 안 우셨나요.
수애: 저는 안 울었었어요, 감동이 크게 이는 후반부에 제 이야기가 나오잖아요(웃음). 그래서 울기 좀 그렇더라고요. 감정이 고조되면서 위기가 몇 번 있었는데, 분위기를 환기 시키려고 노력하면서 영화에 몰입했어요.

Q. 본인 연기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데뷔 초와 비교했을 때 객관적인 판단이 서는지?
수애:
절대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부분이에요. 더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본다고 해도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저의 판단보다 남들의 판단을 믿어요. 그리고 함께한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얼마나 열과 성을 다했는지를 알기에 믿고 신뢰하는 편이에요.

Q. ‘감기’ 이후 3년 만의 영화인데 소감은?
수애:
늘 작품을 선보이기 전에 긴장돼요. 흥행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연연하지는 않아요.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배우들끼리 여운이 오래갔어요. 고생한 기억도 많고 추억도 많거든요. 배우들 간의 호흡이 잘 담겼더라고요. 정말 그것만큼은 자부할 수 있어 관객들 반응이 기대되네요.

▲수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수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극중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에이스로 나오는데, 평소 스키 같은 겨울 스포츠를 좀 즐기는 편인가.
수애:
아니요. 스키와 보드를 처음 배울 때 뇌진탕에 걸릴 뻔해서 무서워하는 편이에요.(웃음)

Q. 그럼 ‘국가대표2’ 제안이 왔을 때 조금 주저했을 것 같다.
수애:
그런데 오히려 겁은 안 났어요. 아이스하키는 평지에서 하는 거라 보드보다는 안전하다고 생각했어요(웃음). 그리고 제가 한강에서 인라인을 자주타서 다른 분들 보다 쉽게 시작했고요.

Q. 강도 높은 훈련에 대해 말하며 배우들이 당시의 체력적 고충을 토로했다.
수애:
(힘들 걸) 알고 시작했고, 전에 액션도 해봤지만 ‘국가대표2’ 훈련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힘들고, 또 그 이상으로 보람됐어요. 훈련도 훈련인데 낮과 밤이 바뀌는 촬영이 많은 일정이 많아 녹록치 않았죠. 그럴 때 배우들끼리 수다 떨고, 공감대를 형성해서 많은 에너지를 얻었던 것 같아요.

Q. 함께 힘든 훈련을 같이 해서 그런지, 배우들 모두 팀워크를 자신한다. 소위 말하는 여배우들 간의 기 싸움은 없었나.
수애:
전혀 없었어요. 다들 연령대도 다르니까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또 동생들을 이끌어주는 등 다양한 배려가 있었어요. 하재숙 씨는 너무 다정하고, 오연서 씨는 재밌고 유쾌했어요. 어색함이 없어지는 지점이 굉장히 자연스러워 속내도 잘 털어놓는 진솔한 분위기였죠. 짧은 시간에 깊게 나눈 소통이 됐어요. 저희가 다 같이 만나기도 하고, 단체 카톡방도 있어요. 한 2주전에 연서 씨랑 둘이 브런치를 먹기도 했어요.

Q. 반면 청일점 오달수 씨가 여배우들의 기에 눌린 것은 아닌가.
수애:
하하. 오달수 씨는 우리 영화의 꽃이었죠. 의도치 않게 늘 저희 여성 출연자들 가운데에서 둘러앉았어요. 저희들 수다 다 받아주시고 묵묵히 이끌어 주셨어요. 현장에서 누구보다 든든한 몫을 해주셨어요. 10년 전 영화 ‘그해 여름’에서 함께 한 적이 있는데, 말하지 않아도 친근한 느낌이 들어요. 10년이 지나서도 연기에 대해 의견을 나누게 될 수 있어 스스로 감회가 남달랐어요.

Q. 체력적으로 우세한 멤버는 누구였나.
수애:
훈련할 때 열등반이 있었어요. 오연서 하재숙 씨요. 왜냐면 저는 인라인을 탔고 다들 비슷한 종목에 한 번씩은 경험이 있었는데 두 사람은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처음 접했을 때 힘들었을 거예요. 그만큼 더 열심히 연습하더라고요.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연습해서 다들 비등비등한 실력이 됐어요. 그래서 저희끼리 잠실 아이스스케이트장에서 만나자고 해요. 한번 정말 다 같이 타고 놀고 싶어요. 이제 모두 놀 수 있는 실력은 됐어요(일동웃음).

▲수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수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배우 하정우 주연 ‘국가대표’를 봤을 때 두 번 째 시리즈에 출연할 거라 상상이나 했는지.
수애:
그때 엄마랑 같이 봤었는데,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부모님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많지 않기 때문에 좋은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나요. 그래서 제가 ‘국가대표2’를 촬영하게 돼 영광이었죠. 물론 첫 대본을 받았을 때는 제목도 전혀 다른 독립적인 영화였어요. 촬영이 완성되기 전 ‘국가대표2’ 타이틀을 얻게 됐어요. 전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가야한다는 부담감에 살짝 걱정도 했지만, 그 인기를 이어받을 기대도 내심 들더라고요.

Q. ‘드레수애’의 우아함을 내려놓고 민낯에 운동복 차림의 출연이 부담스럽지 않았나.
수애:
운동선수니까 예뻐 보이면 안 되는 건 처음부터 인지하고 갔어요. 그래서 영화에서 예뻐 보이려고 한 적이 없어요. 처음에는 민낯을 보는게 서로 부끄러웠는데 갈수록 익숙해지더라고요. 저희끼리 ‘너무 내려놓은 거 아냐’는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다들 전혀 개의치 않았어요. 예쁜 여배우들의 모습은 아니지만, 치열하게 캐릭터에 녹아든 모습은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Q. 특별출연한 배우 박소담과의 자매연기. 짧은 만남으로 극대화된 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역시 수애다’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수애:
서로 감정을 나누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 밀도 있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고, 첫 촬영부터 그 감정을 계속 증폭시키며 작품에 임했죠. 당시 박소담 씨가 출연한 영화 ‘검은사제들’이 개봉해서 어떤 배우일지 궁금했어요. 그러던 찰나 제 동생으로 나온다니 너무 기뻤어요. 박소담을 만나보니 신인 때 제 모습이 생각나서 친근한 느낌이 들었어요. 워낙 잘하는 친구라 밀도 있는 장면에 집중을 잘 해줬어요. 전 실제로 남동생이 있어 자매애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됐고, 감정이입하는데 수월하더라고요.

Q. 북한말도 정말 자연스럽더라.
수애:
영화 ‘나의 결혼원정기’ 때 북한말을 100%구사를 해야 해서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선생님과 친분이 있어서 평상시에도 만나서 북한말을 하는 게 낯설지가 않았어요. 제가 먼저 감독님께 제안을 했어요. 자연스러움 속에 사투리가 묻어났으면 좋겠다는 점을 중점에 뒀어요.

Q. 오연서 씨가 당신을 두고 ‘이토록 규칙적인 여배우는 처음 봤다’고 했는데, 어떤 일상을 보내는 건가.
수애:
하하. 그냥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요(웃음). 어릴 때 할머니랑 살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른 시간에 자요. 또 늦게 자도 일찍 일어나게 되거든요. 의도치 않게 습관이 됐는데 주변에선 신기했나보더라.

Q. 그럼 주로 시간 날 때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겠다.
수애:
집에 있는 시간이 많긴 한데, 그렇다고 집에만 있는 집순이는 아니에요. 운동하는 것도 좋아해요. 대신 사람들이 많은 곳을 즐겨가진 않아요. 운동도 한강에서 자주 하는데, 모자 쓰고 헬멧을 쓰니까 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없어요. 소수 인원으로 집중적인 교감을 원해요. 관계도 그런 걸 추구하는 편이고요.

Q. 관계의 폭이 넓지 않아 새로운 인연은 만날 기회도 그만큼 줄 것 같은데.
수애:
맞아요. 한계가 있죠. 그런데 이제 결혼에 대한 압박을 받는 시기는 넘어선 것 같아요. 뭐랄까. 즐기는 시간이 됐어요(웃음).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려고 해요. 물론 그 시간에 어느 정도 불안함도 있죠.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무서워지는 부분도 있고 어렵더라고요. 제 일상을 보면 선택의 폭이 좁은 것 같긴 해서 노력을 하려고 하는데, 사실 제가 사랑에 있어서 운명론자라 자연스럽게 맡기고 싶어요.

Q.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배우자의 조건이 있나.
수애:
소통이 중요해요. 아무리 멋지고, 괜찮아도 소통이 안 되면 연이 닿지 않는 것 같아요. 대화를 했을 때 느낌이 오면 호감이 들어요. 전 편안한 가정을 꿈꿔요. 거창한 걸 원하는 건 아니고, 힘들 때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그런 사이가 됐으면 해요.

Q. 예전 1박2일 나왔을 때 보면 굉장히 밝고, 소녀 같은 모습이 많은데. 유독 작품에서는 무거운 느낌의 캐릭터를 주로 했다. ‘수애표 로코’를 기다리는 분들이 많다.

수애: 변화에 대한 생각은 하지는 않아요. ‘아, 이 시점이 됐으니 이런 캐릭터로 좀 변화를 둬야지’라는 생각을 안 해요.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은 늘 하고 있긴 해요. 차기작으로 보고 있는 것들 중에 밝은 것들도 있다. 제 안에 있는 밝은 모습을 담아낼 캐릭터를 만나는 날을 저 역시 기대해요.

Q. SBS '런닝맨‘으로 오랜만에 예능출연을 앞두고 있다.
수애:
31일에 ‘런닝맨’이 방영되네요. 3년 전에 ‘1박 2일’을 출연했을 때 카메라가 하루 종일 따라다녀서 부담도 됐지만 즐거운 추억이 많았어요. 아쉬웠던 게 많아 만회하고 싶었는데 ‘런닝맨’에서 놀이기구를 타야했어요. 제가 놀이기구를 못타지는 않은데, 나이가 들어 타니까 무섭더라고요. 멀미가 너무 많이 났어요. 그래서 그날 저녁도 못 먹었어요(웃음). 짧은 시간에 출연자들과 호흡을 맞추고, 뭔가를 보여드여야 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겠는데, 아마 낯설어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수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수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유재석 씨를 비롯해 ‘런닝맨’ 멤버들과 촬영해보니 어땠나.
수애:
‘쟁반노래방’ 때 유재석 씨를 한 번 봤는데 워낙 친절하셨어요. 이번에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잘 챙겨주셔서 의지를 했어요. 그리고 ‘런닝맨’ 홍일점 송지효 씨가 정말 다정하시더라고요. 저 송지효 씨한테 반하고 왔어요.

Q. 큰 공백기 없이 작품에 출연하는 원동력은?
수애:
제 안의 많은 에너지가 있어요. 더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어요. 연기하는 게 좋아요. 좌절과 슬럼프도 있지만, 어떤 자극으로 힘을 얻고. 또 별거 아닌 걸로 일어나 나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여배우로서도 인간 수애로 두려움이 많아지는데, 떳떳하게 살고 싶어요. 그게 요즘 저의 가장 큰 고민이고 관심사이기도 해요. 그리고 멋있었으면 좋겠어요. 예쁘다는 말보다 멋있다는 말이 듣고 싶어요.

Q. 영화 ‘국가대표2’를 본 관객들에게 듣고 싶은 평은 무엇인가.
수애:
배우들과의 호흡이요. ‘너희 정말 좋았구나’를 인정해주시면 그 어떤 찬사보다 감사하죠. 그리고 우리나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이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시는데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조금이나마 관심과 사랑을 보탰으면 합니다.

서현진 기자 sssw@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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