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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최우식行, 티켓을 끊으세요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최우식(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최우식(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젠가부터 유독 발랄하고 곰살맞게 웃는 이들의 얼굴을 주시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 사람일수록, 속에 예민함과 고독을 품고 있는 반전의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다. 영화 ‘거인’에서 최우식의 ‘전에 없던 진중한 모습’을 보고 놀라움보다 탄성을 내지른 것은. ‘거인’이 최우식의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알린 작품이라면, ‘부산행’은 그가 보다 많은 대중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한 영화일 테다. 영화에서 최우식은 배트를 쥐고 사랑스러움과 애잔함을 모두 쏟아낸다. ‘거인’을 만난 것도, ‘부산행’에 탑승한 것도, 봉준호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 ‘옥자’에 합류한 것도 모두 “운빨”이라고 말하는 이 배우의 진짜 ‘운’은 자신의 가능성을 맹신하지 않음에 있음을, 대화하는 내내 생각했다. 단언컨대, 최우식의 본격 질주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Q. 와, 키가 생각보다 크네요?
최우식: 그 얘기, 많이 들어요.(웃음) ‘부산행’ 무대인사 때도 많은 분들이 저를 보고 놀라시더라고요. “키가 저렇게 컸어?” 웅성웅성 하세요. 심지어 “‘부산행’ 찍고, 키가 컸나?” 하시는 분도 계세요.(웃음) 제가 어깨가 좁고 왜소하니까, 작게 보시는 것 같아요. ‘부산행’에서 키를 언급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애드리브에요. 상화 역의 마동석 선배님이 갑자기 “쥐꼬리만한 게, 웃어? 너 키가 몇이야?”라고 대본에 없는 질문을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저요? 저, 181인데요?”라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 했죠.(웃음)

Q. 키 작아 보이는 게 억울하진 않아요?
최우식: 아니요. 오히려 반전매력이 있어서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요.(웃음) 몸은 좀 불려볼까 고민 중이긴 해요.

Q. 친한 지인들은 몸을 불리래요?
최우식: 아니요. 지인들은 이미 다 알고 있어요. 제가 ‘벌크업’이 안 되는 몸이라는 걸. 체질적으로 안 쪄요. 예전에 단백질 쉐이크를 먹으면서 근육 양을 6kg 찌운 적이 있어요. 그런데 2주 정도 운동을 못했더니, 전보다 더 빠지더라고요. 트레이너 분들이 굉장히 싫어하는 체질이죠. 열심히 해도 티가 안 나는.

Q. 하하. 무대인사는 어때요?
최우식: 저희가 하루에 12-16관을 도는데요, 솔직히 피곤한 스케줄임에도 반응이 너무 좋아서 힘이 막 나요. 상영 전 무대인사와 상영 후 무대인사에 차이가 있어요. 상영 전에는 그냥 “우와~ 연예인이다”하면서 보시는데, 상영 후에는 엄청 큰 환호성을 보내주세요. 콘서트에 온 기분이 들어서 재미있어요. 이런 반응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 게, 저희끼리는 찍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거든요. 저희끼리만 행복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들 즐겨주시니까 흥이 나요.

Q. 촬영 현장이 즐겁지 않았다고 말하는 배우는 없지만, ‘부산행’ 팀들은 유독 재미있었다고 한 목소리로 외치더군요. 좋은 팀 분위기의 요인은 뭐였나요?
최우식: 가장 컸던 건 선배님들. 선배님들이 벽이 없었어요. 가장 어른이신 김의성 선배님부터가 격 없이 “우식아, 술 한 잔 하러 가야지!” 이러시니까 현장 분위기가 좋았어요. 다들 편했던 거죠. 눈치 볼 사람도 없었고, 나이가 어리다고 주눅들 일도 없었고. 정말이지, 순수하게 연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열 일’ 할 수 있는 현장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감독님이 영화에 대한 이미지가 확고해서, 불필요한 장면을 많이 안 찍으셨어요. 오케이 컷이 빨리 나서 밤샘이 거의 없었죠. 자유 시간은 많은데 다들 부산에 갇혀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함께 놀았던 것 같아요. 매일 만나서 술 마시고, 공유 선배님 숙소에 가서 요리 해 먹고.(웃음)

Q. 공유 씨가 요리도 해요?
최우식: 되게 좋아하세요.

Q. 좋아만 하는 건가요, 잘 하는 건가요?(웃음)
최우식: 잘하세요. 저희가 작년 여름에 영화를 찍었는데, 그때가 마침 ‘쿡방’이 엄청 붐이었을 때였어요. 그때 공유 선배님이 무 된장찌개 등 여러 음식을 해 줬어요. 소희도 요리를 좋아해서 또띠아 피자를 만들어주곤 했어요.

Q. 우식 씨는요? 요리 잘 해요?
최우식: 저는 먹는 걸 즐겨합니다.(웃음)

Q. 극중 소희와 붙는 씬이 많았죠. 혹시 니콜라스 홀트 주연의 좀비 로맨스 영화 ‘웜바디스’ 보셨나요? 최우식-안소희가 주인공인 ‘웜바디스’ 류의 좀비 영화가 나오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최우식: 재미있겠다. 모니터를 보니, 저희 두 사람 호흡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맞죠? 아닌가? 하하하. 둘이 그런 걸 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우식(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최우식(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최우식 표 좀비는 어땠으면 좋겠어요?
최우식: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90)을 패러디한 ‘션 오브 더 데드’(국내에서는 ‘새벽의 황당한 저주’라는 이름으로 개봉)라는 영화가 있어요. 좀비물이긴 하지만 무섭다거나 잔인하다는 느낌보다는, 개그가 더 살아있는 코미디 물이에요. 그리고 ‘블랙쉽(black sheep)’이라고 뉴질랜드 영화인데, 그건 또 좀비에 물리면 양으로 변하는 코미디 물이에요.(웃음) 만약 영국(최우식)과 진희(안소희)를 주인공으로 한 좀비물을 만든다면, 그런 느낌이 어떨까 싶네요.

Q. 좀비 장르는 원래 좋아했나요? 선호하는 장르가 있다면요?
최우식:저는 연기를, 즐기려고 시작한 케이스에요. 그래서 그런지 영화도 코미디-로맨스 장르를 좋아해요. 팝콘처럼 즐길 수 있는.

Q. 그런 입장에서 영화 ‘거인’(2014)을 만난 건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겠네요. 연기에 대한 생각도 나름 변했을 것 같고요.
최우식: 맞아요. ‘거인’ 준비를 할 때, 김태용 감독님이 주신 레퍼런스 영화들이 많았어요. ‘자전거를 탄 소년’(다르덴 형제, 2011)이라고 비전문 배우인 꼬마가 나오는 작품이었는데 보면서 굉장히 신선했어요. ‘시간을 때우기 위한 심심풀이 땅콩처럼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연구해서 찍어도 재미있겠다’ 싶더라고요. 다른 마음가짐으로 찍은 작품인데 반응까지 너무 좋았어요. 사실 ‘거인’ 찍을 때 김태용 감독님과 저랑 매일 했던 소리가 “우리, 이 작품까지만 하고 (영화) 그만 하자!”였어요. 나도 그렇고 감독님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지쳐있을 때였거든요. 우울했고.

Q. 작품을 그만두고 싶게 할 정도로 우울한 이유가 뭐였나요?
최우식: 그때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즐기려고 시작한 일인데, 어느 순간 본질이 바뀌어 있더라고요. 돈이 궁해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자꾸 돈 생각을 하고 있고, 주변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자괴감에 빠져 있고, ‘이거 하면 내게 한 방 있을까?’ 재고 있고. 내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마침 김태용 감독님도 그런 시기였죠. 그래서 ‘거인’을 마지막으로 감독님도 연출을 놓고, 나는 조그마한 핫도그 가게나 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Q. 그런데 ‘거인’에 굉장한 반응이 쏟아졌죠.
최우식: 네. 속물은 아니지만, 영화 ‘거인’이 잘되고 상도 받으니까 ‘내가 지금 인정을 받았구나. 내가 가는 길이 틀린 건 아니구나’라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최우식(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최우식(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거인’의 의미 있는 성과들이 지금 배우 최우식에겐 어떤 영향을 주는 것 같나요.
최우식: ‘거인’ 이후의 일들은 거의 다 ‘거인’ 덕분인 것 같아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도 ‘거인’ 때문인 것 같고요. 연상호 감독님이 ‘부산행’을 보고 제 캐스팅을 결정했다고 들었어요. ‘거인’으로 행복한 게 뭐냐면, 더 이상 오디션이나 미팅 자리에 가서 “저, 연기 이렇게 할 수 있어요”라고 증명하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 이젠 많은 분들이 “‘거인’ 잘 봤어요.” 하시거든요.

Q. 그런 의미에서 ‘부산행’을 만난 건 멋진 안타군요. 봉준호 감독님과 준비 중인 ‘옥자’는 또 한 번의 변곡점일 것 같고요.
최우식: 네. ‘옥자’는 저도 진짜 궁금해요!

Q. 아까 큰 키를 반전 매력이라고 했는데, 또 다른 반전 매력이 있다면요?
최우식: 음.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가벼울 것 같은데 의외로…의외로…(웃음)

Q. 진지한 면모가 있군요! 믿어요. ‘거인’도 결국은 당신 안에 있는 진지한 면들이 진실 되게 표출돼서 좋은 반응을 얻은 거잖아요.
최우식: 네. 제가 평소 명량하고 장난스러운 캐릭터를 많이 하다 보니, 제가 그런 줄로만 아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는 오히려 말을 많이 안 해요. 지금 이렇게 인터뷰 때 밝은 건, 저 나름대로의 노력이기도 해요. 제가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스타일인데, 현장에서 낯을 가리면 연기가 잘 안 되더라고요. 바보같이 먼저 숙이고 들어가야 그 현장이 편해요. 어느 순간부터 ‘바보 소리 듣는 게 차라리 낫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Q. 어떻게 보면, 주변 눈치를 살피는 거네요?
최우식: 맞아요. 눈치를 정말 많이 봐요.

Q. 주변사람이 불편한 게 싫은 거고요.
최우식: 어떻게 아셨어요? 그래서 쉴 땐 집에 주로 머무르는 편이에요.

▲최우식(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최우식(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이런 성향에는, 캐나다에서의 10년 이민 생활이 영향이 있나요?
최우식: 있죠. 김태용 감독님이 배우를 정말 잘 파악하는 게, 그런 제 면모를 캐릭터에 정말 잘 녹이셨어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제 모습을 ‘거인’의 영재로 완전히 투영하셨죠. 그런 면에서 ‘거인’의 영재는 그냥 저였어요.

Q. 정말 ‘적응’의 인생이네요. 이민 가서 적응을 해야 했고, 돌아와서 또 적응이 필요했고.
최우식: 이사 가서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제 경우에는 적응해야 하는 범위가 더 컸던 것 같아요. 캐나다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일을 하기 위에 한국에 온 거였어요.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죠. 한국 문화를 알고는 있었지만, 선후배 간의 문화는 제겐 좀 낯설었고요. 그리고 오자마자 데뷔를 했기에 현장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런 부담들이 쌓여 있다가, ‘거인’ 때 폭발했던 것 같아요.

Q. 출발이 2011년 ‘짝패’ 귀동(이상윤 분)의 아역이었어요. 귀국하자마자 데뷔를 한 건, 어떤 매력 덕분이었을까요.
최우식: 타이밍이 좋았어요. 당시 제 또래 중에 그 캐릭터를 할 만한 사람이 저밖에 없었거든요. 초짜 신인이라 주위에 우려가 있었던 걸로 알아요. 다행히 반응이 좋았어요. 아역 분량이 8회까지였는데, 방영 내내 많은 사랑을 받았죠. 그런데 정말 모든 게 운이었던 것 같아요. ‘거인’을 만난 것도 운이라고 생각해요. 단편영화제에 출품된 유대얼(가수 나얼 동생) 선배님의 ‘에튀드, 솔로’ 덕분에 ‘거인’이 됐고, ‘거인’ 덕분에 상을 받고, 상 받은 것 때문에 슬럼프가 와서 성장을 했고, 또 그것 때문에 ‘부산행’도 됐죠. 그래서 종종 “나, ‘운빨’이 다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해요. ‘부산행’이 잘 돼서 좋으면서도 ‘운이 다 하면 어쩌지?’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거죠.

Q. 운만으로 되는 일은 없죠. 하지만 언젠가 한 번쯤, 원했던 일이 틀어지긴 할 거에요. 그 시기를 어떻게 견디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최우식: 그런 시기가, 한번 왔었어요. ‘거인’ 이후에요. ‘거인’으로 상을 엄청 받고 ‘아, 인생 폈다! 대스타 되겠다’라는 착각에 빠졌던 것 같아요. 신인인 저에게 너무 큰 상들이었고, 주목도 너무 많이 받았으니까요. 이런 말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해 영화제는 저로 시작해서 저로 끝나는 느낌도 들었고요.(웃음)

▲'거인' 최우식
▲'거인' 최우식

Q. 6관왕이었죠? 싹쓸이라는 말이 정말 어울리는 행보였죠.
최우식: 네. 그런데 현실이 바로 확 오더라고요. 캐스팅 하는 입장에서 ‘애는 이름이 오르긴 했는데 인지도는 아직 별로라 주인공 하기엔 부족한 것 같고. 그렇다고 이전처럼 작은 역을 주면 안 할 것 같고.’ 했나 봐요. 정말 반년 동안 캐스팅 제의가 안 왔어요. 저는 또 저대로 이미 어깨에 힘이 들어서 부담은 이만큼 쌓이고, 욕심이 생겨서 원래 하던 연기도 잘 안 됐죠. ‘너 상 많이 받았어? 얼마나 잘 하나 보자 ’라는 시선도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Q. 지금은 어때요.
최우식: 지금은 다 내려놨어요.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지.

Q. 어때야 하죠?
최우식: 연기만 잘 해서 되는 건 아닌 거죠. 시기도 잘 만나야 하고, 누구와 작품을 하는가도 중요하고, 감독도 중요해요. 이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맞아야 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사람마다 가는 길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어요. 타인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너무 괴롭혔던 것 같아요. 이제는 저 스스로에게 거짓말 안 하고, 즐기면서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이제 여행도 많이 다니려고요. 그게,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회사(JYP)에서 절 파악한 것 같거든요. ‘애는, 자유롭게 해 줘야 잘 하는 애구나’라는 걸.(웃음)

Q. 중요한 포인트를 깨달았네요. 일과 생활을 분리하는 건, 배우에게 중요한 것 같아요. 즐기면서 일하는 최우식을 기대할게요.
최우식: 감사해요. 앞으로 더 즐기겠습니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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