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거 중국에서 팔릴 수 있겠니?"
"중국 자극하는 내용은 모두 빼!"
"중국에서 잘나가는 한류스타 없인 힘들어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왕서방들이 한국 드라마 편성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캐스팅은 물론 기획 방향과 편성까지 모두 중국 수출에 맞춰지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 자본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수 없는 시장 논리라고 하기엔 "씁쓸하다"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최근 유보라 작가의 '야만의 열기'가 KBS2 수목드라마 11월 편성에서 최종적으로 밀리게 됐다. 사실상 KBS 편성은 힘들게 됐다. 그 배경엔 중국에서의 시장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로케이션 촬영 등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작품인데, "중국에 팔릴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왔고, 최종적으로 편성 보류 판정을 받았다는 것.
기획 단계에서 부터 중국을 겨냥해서 만들어지는 작품들도 적지 않다.
중국의 사전 심의 정책으로 KBS2 '태양의 후예' 등이 사전 제작됐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중국 판매 효과를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해선 중국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와 한국 방송이 동시 방영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중국 당국에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 때문에 방송사에서 방송 시기를 결정할 때에도 촬영과 중국의 사전 심의 기간을 고려하고 있다.
하반기 편성작 중에서도 사전 제작을 하는 드라마는 모두 중국과 동시 방영이 예정돼 있다. KBS2 '화랑:더 비기닝', SBS '달의연인-보보경심 려' 등은 중국과 합작 혹은 사전 수출 계약을 맺고 중국에서 동시방영 될 수 있도록 촬영과 후반작업 스케줄이 맞춰졌다.
중국에서도 유명세를 얻고 있는 스타 작가들의 차기작 역시 마찬가지다. 박지은 작가의 SBS '푸른 바다의 전설', 김은숙 작가의 tvN '도깨비' 등도 사전 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정책 변화가 한국 드라마 시스템까지 바꾸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J E&M이 제작 전문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한데 이어 공영 방송인 KBS마저 몬스터유니온을 만든 것도 중국 자본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중국 투자를 받고, 콘텐츠 제작 과정을 용이하게 하고,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자회사를 세운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에서 인기를 모으는 배우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류스타가 드라마 출연료를 계약하면서 해외 수출과 관련된 러닝 개런티를 요구했다는 비화도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을 정도다.
이에 우려를 드러내는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이미 드라마판은 스케일 큰 중국 수출용 드라마와 제작비 적게 들고 제작지원은 많이 받을 수 있는 내수용 드라마로 나뉘고 있다"며 "언제부터 우리가 중국 입맛을 고려해서 드라마를 만들었냐"고 한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하루 아침에도 정책이 바꿀 수 있는 곳"이라며 "중국 시장의 가변성에도 불구하고 의존도가 급격히 커지다 보니 조그마한 변화에도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다른 대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