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서현진 기자]
올해 11년이 된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유독 시청자들과의 추억이 많다. 인기의 굴곡 없이 오랜 시간을 정을 쌓으며 ‘국민 예능’이 됐다. 시청자들의 여전한 애정이 이 같은 거창한 수식어를 부끄럽지 않게 한다.
단지 방송을 챙겨보는 것에 끝나지 않고 내 책상 위 달력부터, 시계, 인테리어 소품까지 내 주위에서 쉽게 ‘무한도전’을 접할 수 있다. ‘무한도전’은 국내 프로그램으로는 최초로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상품화했고, ‘무한도전 엑스포’를 개최해 시청자들과 함께 1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도 마련한 바 있다.
추억이 깃들면, 사물은 특별해진다. 시청자들과 ‘무한도전’의 추억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다양한 MD상품들이 그 특별한 대상이 된다. 최근 비즈엔터는 ‘무한도전’을 우리네 일상으로 초대한 MBC 예능마케팅부 김영규 차장을 만났다.
Q. 예능마케팅부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김영규 차장: 예능마케팅부는 크게 3가지 업무를 하고 있어요. 간접광고와 협찬사를 관리하는 광고팀이 있고, 대외언론과 관련된 업무를 맡는 팀은 네이버 포스팅이나 MBC 예능 연구소를 관리해요. 전 사업팀에 속해 있는데, MBC 예능프로그램과 관련된 부가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Q. 프로그램 캐릭터 상품을 출시한 것은 '무한도전'이 최초인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김영규 차장: 제가 MBC 엔지니어로 입사해 8년간 근무를 했어요. 그러다 글로벌 사업본부 조직이 생겼고, 그때 그 쪽에 계시던 선배님이 사업을 좀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당시에 제 첫 마디가 '왜 하필 접니까?'였죠(웃음). 사업부로 왔을 때 제게 주어진 일이 신규 사업이었어요. 피처폰이 많이 나오고 싸이월드가 대단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던 시점이에요. 휴대폰 배경화면이나 싸이월드 미니미, 미니룸 등을 다 돈 주고 샀을 때죠. 그러다 문득, 인기도 많은 ‘무한도전'은 왜 이런 상품이 없을까란 생각을 했어요. 그 생각을 발전시켜 신규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김태호 PD랑 입사 동기예요. 김태호 PD도 이런 쪽에 관심을 두고 계획하고 있었거든요. 김 PD와 ‘같이 한 번 해보자’고 시작한 것도 벌써 8년이 됐네요.
Q. ‘무한도전’의 인기가 식지 않는 점이 사업에 큰 도움이 되겠네요.
김영규 차장: 그럼요. 사업에 영향력을 많이 주고 있죠. 제가 도움을 좀 줘야하는데 프로그램의 인기 덕분에 제가 묻어가는 분위기로 가고 있어요(웃음).
Q. ‘무한도전’ 멤버들과의 첫 만남은 언제였나요.
김영규 차장: 배경화면과 미니미 등 상품을 처음 시작할 때요. 초상권의 문제가 있으니 직접 멤버들을 만났어요. 당시에 그런 사업을 진행하는 게 제가 처음이다 보니 다들 ‘뭐지?’하고 의아했어요. 멤버 7명이 기획사가 모두 달랐고, ‘무한도전’이 결속력이 강한 프로이니까 멤버들의 통일된 의견을 얻는 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녹화가 있는 시간에 멤버들을 보러갔어요. 저도 제작 기술 파트에서 일하면서 연예인들이랑 오래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어요. 모든 게 생소하고 겁났어요(웃음).
Q. 어떻게 진전이 됐나요.
김영규 차장:절실한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했어요. 촬영장에 무작정 찾아가서 10시간 넘게 기다리기도 했죠. 전 김태호 PD에게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문제가 생기거나 이상하게 만드는 사업은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촬영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대기시간에 멤버들을 만났어요. 가장 처음 폰 배경화면, 미니미, 피규어 세 개를 계약했어요. 당시 기분이요? 새벽 촬영할 때 계약서에 사인을 받았는데, 잠이 하나도 안 오던데요. 계약서를 품고 잤어요. 하하.
Q. 기억에 남는, 애착에 남는 상품은 무엇인가요.
김영규 차장: 아무래도 제일 처음에 했던 핸드폰 바탕화면이요. 친인척들이 다 하나씩 구매했어요(웃음).
Q. 매출에 가장 보탬이 됐던 것은?
김영규 차장: 달력과 음원인데, 수익금은 다 기부하고 있어요. 달력이랑 음원, 사진전을 빼면 수익사업이에요. 달력은 김태호 PD가 먼저 제안해서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시청자들에게 한정수량 나눠주기로 한 의도였기에 김태호 PD와 저 모두 반응이 좋다고 해서 수익으로 전환하려는 마음은 없었어요. 사업적인 측면에서 이익창출을 위한 아이템은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하지만 부가사업은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하니까, 시청자들을 가장 먼저 생각하죠. 시청자가 곧 소비자니까 만족하지 못한 상품들이 나오면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책임을 느껴요. 활발한 부가사업을 하고 있지만,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것은 고민하게 되죠. 그리고 브랜드, 초상권을 가진 멤버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해야 해요.
Q. 무한도전 엑스포가 처음 열리기도 했죠. '무한도전' 10주년 이벤트로도 좋은 취지였다고 생각하는데, 자체 평가를 해보자면?
김영규 차장: 무한도전 엑스포에 가지는 사람들의 기대감이 워낙 크다보니 정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무한도전' 애청자 분들은 많이 좋아해주셨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사업적으로 접근이 아니라, 시청자를 위한 이벤트라서 재밌고 즐거웠으면 했거든요. 엑스포는 부가사업 처음 시작할 때 의도와 같아요. 방송에서 봤던 것들을 체험하면서 간접 경험하는 즐거움을 안겨줬으니까요.
Q. 시청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김영규 차장: 전 항상 사진전이나 '무도' 이벤트 행사 등이 있으면 현장에 가요. 그래서 오프라인의 피드백을 바로바로 들어요. 작은 실망감을 드러내는 분들의 말도 뇌리에 남아요. 내년에는 더 만족시킬 수 있도록 연구하고 고민하게 되죠. MD상품 디자인도 제가 다 확인하고 있어요. 상품 디자인은 전공이 아니라 잘 알지 못해도 ‘무한도전’ 상품을 사는 사람들이 어떤 걸 좋아하고 구매하는지는 알고 있으니까요.
Q.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은 언제였나요.
김영규 차장: 제가 지금까지 일하면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게 무한도전 캐릭터상품 디자인공모전이에요. 사진전 때 MD숍에 가서 반응들을 살펴봤어요. 어떤 커플이 ‘디자인이 별로다’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상처받을 일이 아니라, 대중에게 상품 디자인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실제로 디자인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었어요. 2탄으로 ‘무한도전’ 달력 디자인 공모전을 했는데 수상하신 분 중에 한 명이 저희 디자인을 다듬어주는 회사에 취직을 하셨더라고요(웃음). 뿌듯했죠.
Q. 또 다른 상품 연구를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가요.
김영규 차장: 시청자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부분들을 고민해요. 예전엔 방송만 보고 끝났지만, 지금은 책상에도 ‘무한도전’이 있고 폰에도 ‘무한도전’이 있었으면 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무한도전’을 방송이 아닌 다른 형태로 즐길 거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뿌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