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A의 팬들은 최근 한 차례 ‘멘붕’을 겪었다. 지난 6일 A의 기념일을 앞두고 ‘조공’을 준비하던 중 방송사로부터 ‘조공’ 진행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통칭 김영란법의 여파다. 방향을 틀어야 했다. A의 팬들은 방송사 스태프들을 제외한 출연자 및 A에게만 도시락을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큐브엔터테인먼트는 김영란법 시행 첫날 서포트 진행 방식 변경을 알리는 공지를 띄웠다. 내용에 따르면 콘서트, 공식 팬미팅, 사인회 등에는 서포트가 가능하지만, 음악방송, 예능 및 드라마 촬영장, 언론 및 방송 서포트는 불가하다. 방송사에 소속된 스태프들 역시 언론인으로 구분되는 바, 김영란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생일이나 기념일에도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한 서포트만 허용하고 소속사 직원 및 관계자 대상 서포트는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포트 물품 역시 가격대가 50만 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팬클럽과 기획사들이 ‘조공’을 둘러싸고 혼란을 겪고 있다. “다수가 금액을 모아 다수의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이니 선물/식사 가액에 못 미치는 것 아니냐”는 사람이 있는 반면, “스태프를 대상으로 한 서포트가 아니더라도, 현장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일단 자제하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은 조심하자는 눈치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 팬들의 서포트를 부정청탁의 범주 안에서 보긴 어렵지 않겠느냐면서도 구체적인 사례가 발생하지 않아 정확한 판단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변호사들도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배우 B의 소속사 관계자는 “팬들 사이의 서포트 경쟁이 과열되면서 아티스트 역시 적잖은 부담을 가졌던 측면이 있었다. 오히려 안 주고 안 받으니 서로 마음이 편해진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점차 달라지고 있는 서포트 풍속도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값비싼 선물을 보내는 대신 모금액을 기부하거나 연예인의 이름을 딴 숲·학교 등을 짓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그룹 인피니트의 팬 최모씨는 ‘신화 숲’과 ‘소녀시대 숲’을 조성한 소셜벤처 트리플래닛을 통해 “스타에게 주는 선물로 소모적인 경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팬들이 함께 스타숲을 만드는건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인피니트를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멋진 뜻을 함께 이룰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