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현은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물건들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카세트테이프를 발매하는 것은 문화적으로도, 대중에게도 의미 있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거꾸로 말하자면 카세트테이프, 나아가 CD와 LP(이하 통칭 레코드)가 더 이상 ‘음원 유통’의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실물 음반은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물건으로서, 혹은 복고 콘셉트를 구현하는 수단으로서, 혹은 MD 상품으로서 존재한다.
인디 신(scene)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외국에서는 더더욱 오래 전부터 시작된 흐름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을 배출해낸 붕가붕가레코드의 고건혁 대표는 지난해 열린 국제 콘텐츠 컨퍼런스에서 LP가 가진 상품 가치에 대해 역설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미국의 경우 유행에 민감한 청년들이 자주 찾는 의류 매장에 LP가 전면 진열돼 있다”면서 “공연장에서의 판매 수요가 적지 않다. 관객들이 일종의 MD상품처럼 LP를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원더걸스는 지난 7월 싱글 ‘와이 소 론리(Why so lonely)’를 LP로 제작해 서울 레코드 페어에서 판매한 경험이 있다. 준비된 500장의 물량은 판매 개시 1시간 30분 만에 전량 품절됐다. 아이돌 그룹의 레코드 시장 진입에 성공적인 전례를 남긴 것이다.
샤이니와 원더걸스가 보여준 사례는 레코드 시장에 ‘K팝 팬’이라는 새로운 고객층을 제시한다. 그동안 소수의 애호가, 수집가를 중심으로 발생했던 레코드 수요가 아이돌 그룹의 충성스러운 팬덤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CD 시장을 봐라. 매년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가수는 다름아닌 인기 아이돌 그룹이다. 팬들은 소장 목적으로 CD를 구매하고 각 기획사는 이러한 소비 패턴에 맞춰 화보집, 일러스트 등이 포함된 화려한 패키지를 내놓는다. 레코드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일정 부분 보장된 셈이다.
걸림돌은 카세트 테이프 혹은 LP 생산 업체의 수가 적거나 아예 없다는 점이다. 특히 LP는 국내에 생산 가능한 엔지니어가 없어 외국 스튜디오에 제작을 의뢰해야 하는데, 이 경우 가격이 3~4만 원대에 형성된다. 결국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레코드 판매는 이벤트성에 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