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세기에 따르면 이브는 금단의 열매 선악과를 베어 물었다가 낙원에서 쫓겨났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 오르페디우스는 아내를 구하러 저승까지 내려갔지만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명령을 어겨 아내를 잃었다.
유혹을 이기지 못한 인물의 말로는 대게가 비극적이었다. 하지만 그룹 방탄소년단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새 음반 ‘윙스(WINGS)’를 통해 유혹을 만난 소년의 성장 과정을 그려냈다. 랩몬스터는 “살다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유혹을 만나지 않나.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일수록 더욱 고민하고 갈등하는데 그것을 성장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외부 세계를 만나면서 어떻게 갈등하고 또한 이를 어떻게 해소하는지를 방탄소년단만의 스타일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피 땀 눈물’은 레게를 기반으로 한 뭄바톤 트랩 장르의 곡으로 랩몬스터와 슈가, 제이홉이 곡 작업에 참여해 한층 성숙해진 음악적 역량을 뽐냈다. 랩몬스터는 “흔히 '피와 땀이 베어 있다' 혹은 '피눈물을 흘렸다'는 말을 하지 않나. 피, 땀, 눈물, 세 단어를 조합해 나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피 땀 눈물’은 이날 자정 공개와 동시에 각종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1위를 올킬했다. 아울러 중국 QQ차트, 미국, 브라질, 캐나다, 핀란드, 홍콩, 뉴질랜드, 싱가포르, 노르웨이, 대만 등 23개 국가에서 아이튠즈 종합 음반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해외 차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놀라운 것은 음반 판매량이다. 선주문으로만 50만 장이 팔린 상태. 지난해 발매된 ‘화양연화 pt.2’의 선주문량 15만장을 세 배 이상 뛰어 넘는 수치이자 지난 5월 발표한 스페셜 음반 ‘화양연화 영 포에버(Young Forever)’의 선주문량 30만 장에서도 7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방탄소년단의 놀라운 성장세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성장을 담겠다”던 방탄소년단의 포부는 음반 곳곳에서 확인된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멤버 전원의 솔로곡을 수록했다는 점이다. 멤버들은 입을 모아 “곡이 갖는 의미가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정국은 “내가 얘기할 수 있는 파트가 많아졌다. 곡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면서 “형들과도 많은 얘기를 나누고 스스로에 대해서도 많이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해 시선을 끌었다.
멤버들의 참여 또한 대폭 늘었다. 거의 모든 트랙의 크레딧에서 멤버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랩몬스터는 “돌이켜보면 멤버들 모두 그동안 음악적으로 많이 성장해온 것 같다. 이번 음반이 또 한 번의 성장을 보여줄 수 있는 날개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혹을 만난 여섯 소년들이 앞으로 어떤 성장 과정을 겪어 나갈지 궁금하다면, ‘윙스’를 들으시길. 장담컨대 ‘윙스’를 들은 당신은 방탄소년단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