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 제작 우주필름)과 ‘공조’(감독 김성훈, 제작 JK필름)의 설 연휴 극장가 쌍끌이 흥행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이제, 궁금증의 방향은 두 영화 사이에 역전극이 벌어지느냐 마느냐로 옮겨지는 양상이다. 도망가는 ‘더 킹’과 쫓는 ‘공조’. 두 영화의 관객 격차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이들의 경쟁에 비상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두 영화의 일일 관객 수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겠다. 먼저 치고 나간 것은 ‘더 킹’이다. 개봉 첫 날 ‘공조’를 두 배 가까이 제치며 가볍게 1위에 올라선 ‘더 킹’은 주말까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세우며 1위 자리를 굳히는 듯 보였다. 이러한 분위기에 이상기류가 감지된 것은 평일이 시작되는 월요일. 23일 두 영화의 격차가 3만으로 줄어들더니, 24일에도 2만으로 좁혀졌다. 급기야 26일에는 ‘공조’가 ‘더 킹’의 일일관객수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불과 6천 명 차이.
<더 킹 VS 공조, 일일관객수 격차>
18일(수) : 28만 8966 vs 15만 1848 (대략 13만)
19일(목) : 23만 8040 vs 14만 1573 (대략 9만)
20일(금) : 26만 1537 vs 16만 120 (대략 10만)
21일(토) : 52만 4866 vs 33만 3637 (대략 19만)
22일(일) : 52만 5516 vs 35만 2233 (대략 17만)
23일(월) : 16만 3639 vs 13만 8419 (대략 3만)
24일(화) : 15만 6758 vs 13만 5699 (대략 2만)
25일(수) : 19만 9753 vs 19만 3501 (대략 6천)
이러한 양상은 예매율에서도 나타난다. 초판 ‘더 킹’의 예매율이 압도적으로 우세했지만 이후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고, 26일 현재(오전 10시 기준) 실시간 예매율에서 역전극이 펼쳐졌다. 이 기세대로라면 박스오피스 새 판이 짜여 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참고로 25일까지 두 영화의 누적 관객수는 ‘더 킹’이 237만 2965명, ‘공조’가 162만 1569명이다.
이를 두고 충무로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오간다. “그래도 ‘더 킹’이 1위를 지킬 것”이라는 더 킹 우세론과 “‘공조’가 진짜 일을 내겠는데!”라는 공조 역전론이 촘촘히 맞서는 분위기다. 배급/제작사 입장에서는, 아마도,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일 게다. 쫓기는 NEW는 NEW대로 역전을 허용하면 어쩌나 ‘좌불안석’일 테고, CJ는 CJ대로 지금의 기세가 꺾이면 어쩌나 ‘노심초사’일 테니. 당사자들은 고통스럽지만, 미안하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흥미롭다.
NEW의 불안감과 CJ의 기대감을 동시에 키우는 이유 중 하나는 ‘명절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명절에는 가족이 마음 편히 함께 볼 수 있는 코미디가 강세를 보여 왔다. 물론 ‘더 킹’ 역시 유쾌하고 머리 좋은 코미디다. 하지만 이 코미디는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명절 코미디’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풍자가 들어간 블랙 코미디에 가깝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화는 세련됨과 묵직함을 얻었지만, 누군가에는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반면 ‘공조’가 구사하는 코미디는 정공법이다. 쉽고, 가볍고, 또 가볍다. 때문에 영화는 무게감이 다소 얄팍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반면 일반 대중과의 거리감은 가깝다. 설 연휴, 가족단위 관객 유입에는 ‘공조’가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 역시 끝날 때 까지 끝나는 게 아니다. ‘더 킹’이 머금고 있는 현실 정치를 향한 여러 메시지가, 오히려 설 연휴 가족관객들에게 더 신선하게 다가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명절 밥상에 정치가 단골 이슈인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게 되면 ‘더 킹’이 오히려 더 앞으로 치고 나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여러모로, 베일에 싸인, 그래서 흥미로운 설 극장가. 진짜 킹이 될 작품, 어느 쪽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