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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탐구집' 조병수 건축가의 재생 건축 프로젝트

▲'건축탐구 집' (사진제공=EBS1 )
▲'건축탐구 집' (사진제공=EBS1 )
'건축탐구 집'이 조병수 건축가가 농부 아버지 땅으로 돌아온 삼 남매를 위해 지은 집을 소개한다.

17일 '건축탐구 집'에서는 어떤 재료든 새롭게 탄생시키는 버리지 않는 손이 만든 정미소 집을 찾아간다.

◆버리지 않는 손이 만든 정미소 집

전남 보성군, 논밭 사이에 있는 마을의 정미소로 운영되던 곳을 현재 건축주가 연구소로 개조했다. 웬만해선 안 버리는 남편 최재원 씨, 웬만해서는 버리고 싶은 아내 유상연 씨, 그리고 부부의 아들 최유진 군이 살고있다.

손재주 좋은 재원 씨가 직접 집을 고치는 조건으로 연세(1년에 한 번 내는 세)를 깎아 살았지만, 어느 날 집주인은 터무니없는 연세를 요구하였다. 가족이 쭉 머물 수 있는 곳을 찾자는 마음으로 전국 방방곡곡의 매물을 알아본 아내 상연 씨. 마침내 보성의 한마을에 부부의 눈길을 사로잡는 매물이 나타났다. 당시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부부가 제시한 조건은 딱 하나, 창고가 딸린 집이었다. 한 필지에 과거 정미소로 쓰였던 창고와 쓰러져 가는 구옥 한 채가 있던 이 집은 부부에게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의 집이었다.

공사장에서 버려진 합판으로 만든 식탁부터 베트남 전통 모자로 만든 전등 갓에 폐비닐하우스에서 버려진 원형 파이프까지. 돈이 들지 않는 재료를 이용해 어디서도 사지 못하는 특별한 인테리어를 탄생시킨 재원 씨. 거기다 타일상에서 값어치 없는 타일들을 얻어와 화장실 벽을 깔끔하게 꾸며냈다.

무언가를 손으로 만들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재원 씨. 성인이 된 후 제주에 머물며 재활용 자재들로 직접 구옥을 고쳐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그의 실력을 확인한 손님들이 재원 씨에게 집고치는 일을 의뢰하기 시작했고, 결국 재원 씨는 목수로 직업을 바뀌기에 이른다.

이 집을 사게 된 가장 큰 이유인 정미소 공간은 현재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두 칸은 그동안 모아온 오래된 물건들을 쌓아놓는 용도로, 두 칸은 버림받지 못한 물건들이 다시 생명을 얻는 안버림 연구소로, 마지막 한 칸은 재원 씨의 취미실로 직접 만든 화목난로부터 리사이클한 스피커가 즐비해 볼거리가 많다.

▲'건축탐구집' (사진제공=EBS1 )
▲'건축탐구집' (사진제공=EBS1 )
◆농부 아버지 땅으로 돌아온 삼 남매 집

전라북도 부안, 땅의 건축가로 유명한 조병수 건축가가 이번에는 평야에 집을 지었다. 그것도 조병수 건축가가 그동안 해온 규모가 큰 프로젝트가 아닌 헛간 보수다. 심지어 조병수 건축가가 바쁜 일정 속에서도 건축주의 진심에 자필로 답장까지 보낼 정도였다.

그들의 정체는 바로 아버지가 93년도에 직접 지은 헛간을 다시 살려낸 첫째 김서연 씨, 둘째 김태헌 씨, 막내 김태홍 씨다. 평생을 농부로 사셨던 아버지를 어릴 적부터 바라봐온 삼 남매. 농사의 고단함을 알기에, 시골을 벗어나 도시로 나가 각자의 삶을 꾸려나가던 중이었다. 그때 걸려 온 한 통의 전화가 삼 남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비보. 예견되지 않은 이별이었기에 삼 남매가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첫째 서연 씨는 가족의 중심이 되어 상황을 바로잡고자 도시 생활을 접고 제일 먼저 고향땅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연이어서 태헌, 태홍 씨 형제도 누나를 돕기 위해 고향행을 선택했다. 다시 밟은 아버지의 땅 위에서 삼 남매는 생전 처음 제대로 벼농사 짓는 농부가 되어 땅만 바라보고 살던 아버지의 삶을 이해해 보려 노력했다. 그것이 바로 아버지가 직접 지은 낡은 헛간마저 그냥 무너뜨릴 수 없었던 이유다.

삼 남매는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헛간을 살려내기 위해 땅과 평야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해석해 낼 건축가를 찾기 시작했고, 조병수 건축가에게 손편지까지 써 구애하기에 이르렀다. 서연 씨의 진심을 알아봐 준 조병수 건축가는 자필로 화답을 하였고, 그렇게 아버지의 위대한 유산을 지키고 살려내는 재생 건축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아버지가 직접 지은 헛간은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석면 슬레이트 지붕이었다. 하지만 헛간은 아버지의 흔적을 모두 남기고자 기존 슬레이트에 여러 번 코팅 시공을 해 환경에 문제가 없도록 유지할 수 있었다.

헛간을 나오면 농사일에 지친 가족들이 잠시 쉬다가는 새로 지은 농막이 나온다. 평야 위에 놓인 집답게 볏짚을 소재로 한 스트로베일 집을 제안한 조병수 건축가. 외벽은 폴리카보네이트로 내벽은 유리로 감싸 어디서든 볏짚을 잘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리고 미세 구멍 망으로 위쪽을 열어 놓아 스트로베일 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인 숨쉬는 집을 구현해 냈다.

이곳에서 삼 남매는 농사일 중간중간 잠시 쉬기도 하고 툇마루에 나가 드넓은 평야를 바라보며 아버지를 떠올리기도 한다. 삼 남매보다 나이가 많은 아버지의 오랜 트랙터는 크레인으로 공수해, 다시 살아난 아버지 헛간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낡디낡은 트랙터를 크레인까지 써서 자리를 잡아 줘야 할 일인가 싶지만, 트랙터는 오래된 시간 속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추억의 물건. 낡은 트랙터는 이제 삼 남매 곁에 없는 아버지를 기억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홍선화 기자 cherry31@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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