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작품 매매고지에 대한 선례가 될 사건인 만큼 충분히 살펴보려 합니다."
가수 조영남의 사기혐의 공판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이강호 판사) 심리로 진행된 가수 조영남의 사기혐의 공판에서 재판부는 조영남의 작품 작업과 완성품에 해석부터 판매 과정까지 폭넓게 살펴볼 것을 예고했다.
조영남은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무명화가 A 씨와 B 씨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지시한 뒤, 후반 작업만 본인이 했음에도 자신의 이름으로 판매해 1억8000여 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영남과 함께 그의 매니저 장모 씨도 대작 화가에게 연락을 하고, 그림 주문을 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재판이 진행됐다. 조영남이 지난해 5월 피소된 것을 고려하면 1년여의 시간을 끈 셈이다.
이번 재판은 담당 재판관이 정기 인사로 바뀌면서 변론이 재개된 것. 앞서 공판에서 검찰은 조영남에게 징역 1년 6월, 장 씨에겐 징역 6월을 구형했다. 변론을 종결하고 검찰이 구형까지 한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짚어보겠다고 한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재판부는 "송구하긴 하지만 워낙 논쟁이 많은 사건이고, 대법원까지 갈 사건이기에 충분히 살펴보려 한다"고 재판을 다시 시작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씨와 B 씨, 현대미술과 전통회화에 대해 조언할 수 있는 전문가, 미술 거래와 관련된 갤러리 등의 전문가, 피고인 조영남을 다시 신문하면서 4개 쟁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쟁점 1. 조영남 작품은 전통회화인가, 현대미술인가
앞선 공판에서 검찰은 "A 씨와 B 씨가 그린 그림에 조영남은 마지막 리터칭 정도만 하고 자신의 사인을 하고 판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영남 측은 "조영남의 그림은 팝아트 적으로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며 "전통적인 회화의 인식적인 작품 구성과 표현 방식이 달리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작화가vs조영남, 저작권 주인은?
그림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저작권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 조영남 측은 "내가 낸 아이디어니 내 그림이다. 그러니 저작권도 나에게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검찰 측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보고 궁극적으로 대작작가 A 씨와 B 씨의 작품, 그렇지 않더라도 공동제작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재판부는 검찰과 조영남에게 각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미술계 전문가를 증인으로 요청할 것을 요구했다.
쟁점 3. 조수의 역할, 어디까지?
검찰은 조영남의 그림을 그린 인물을 대작화가로 봤다. 반면 조영남은 조수로 봤다. 이는 그림을 그린 인물이 그림에 참여하는 부분에 대한 인식차를 반영한다. 검찰은 창작활동에서 조영남의 역할이 미비했다고 봤다. 조영남과 A 씨의 작업 장소도 멀었고, 조영남이 독립적인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을 고용했다고 보는 것. 반면 조영남 측은 "A, B 씨는 조수였기에 관여 사안이 적었고, 그 역시 단순 작업이었다"는 입장이다.
조영남은 사기인가?
재판부는 "사기죄는 상거래 대상이기 때문에 법률적인 문제가 된다"며 "그런 부분에 서 매수 동기가 중요하다"고 쟁점을 꼽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재판부가 갤러리 관계자를 법정에서 심문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매수 동기에 조영남이 그렸다는 사실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사기가 될 수 있다.
재판부는 "검찰은 매수 동기가 누가 직접 그렸는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이고 피고인은 아이디어의 참신성, 작품 자체의 사상이나 감정이 매수 동기이기에 사기죄, 고지의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면서 전문가에겐 "일반적인 가격 형성 요소 등에 대한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