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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後] ‘원더우먼’ 원더풀 갤 가돗+DC 심폐소생술 성공적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헛발질 연속이던 DC를 암흑의 늪에서 건져 올리는 영화다. 흠집이 없는 것은 아니나, DC의 불씨를 되살려내는 회심의 일격이랄까.

다이애나(갤 가돗)는 여성들만 사는 아마존 섬 데미스키라 왕국의 공주다. 속세와 멀리 떨어져 살던 다이애나에게 섬에 불시착한 트레버 대위(크리스 파인)는 처음으로 만나는 남자. 다이애나는 영국 정보부 스파이로 활동 중인 트레버를 따라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인간 세계로 온다. 두 사람은 독일군 루덴도로프 장군이 개발 중인 치명적 독가스의 살포를 막고자 전쟁의 한 가운데로 향한다.

1941년 원더우먼의 등장은, 남자 영웅들이 즐비한 코믹스 세계에서 일종의 사건이었다. 페미니즘에 입각해서 탄생한 원더우먼은 그러나, 과다노출 패션과 사슬에 감기는 모습 등으로 남성의 성적 욕망을 부추기는 모순된 캐릭터로 평가받기도 했다. DC가 여성 감독 패티 젠킨스에게 메가폰을 쥐어준 배경에는 이러한 전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으리란 추측이 드는 이유다. 패티 젠킨스는 전작 ‘몬스터’(2003)에서 여성이야기를 독립적으로 풀어낸 경력의 감독이니까.

영화 ‘원더우먼’은 그런 DC의 기대에 대한 패티 젠킨스의 훈훈한 응답 같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조율된 원더우먼의 활약은 극 중 남성들의 잠들어 있던 용기마저 일깨운다. 적의 한 가운데로 혈혈단신 몸을 내던지는 원더우먼의 모습이 한스 짐머-정키XL이 매만진 테마곡과 더해져 흥미로운 볼거리를 안긴다. 원더우먼 외의 여성 캐릭터들도 저마다 개성있게 살아있어 작품 전체에 활기를 부여한다. 특히 멋진 언니들(데미스키라 왕국 전사들)이 떼를 지어 나오는 초반부 박력이 상당하다. 거짓말 조금 보태 ‘300’의 여성 버전으로도 보인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퓨리오사를 초대하고 싶을 정도다.

‘원더우먼’은 유머감각에서도 수준급의 실력을 선보인다. 속세와 단절, 여성들만 있는 곳에서 자란 다이애나가 인간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유머가 파생된다. 유머 타율이 꽤나 좋은 편이다.

크리스 파인이 연기한 스티브 트레버 캐릭터의 매력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덕분에 원더우먼-스티브 트레버 사이의 화학작용이 기대를 훌쩍 넘어선다. 여성 관객들이 바라마지않는 백일몽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지점들이 있는데, 히어로 무비가 아닌 멜로장르로 접근해도 무방해 보일 정도다. 최근의 ‘히어로 무비’들이 저마다의 장르를 입는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원더우먼’은 멜로감성이 두드러지는 결과물인 셈이다.

다만 코믹스 특유의 세계 평화 운운하는 부분은 여전히 낯간지럽게 다가온다. 원더우먼은 정체성 혼란을 겪는 배트맨과는 태생부터가 다른 히어로다.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자긍심이 거대한 원더우먼에게 유일한 걱정은 나약한 인간이다. ‘인간은 선한가 악한가’ ‘악하다면, 인간은 구원받을 자격이 없는 것인가’ 다양한 개성의 슈퍼히어로들이 등장하는 현 시점에서 다소 해묵어 보이는 면이 있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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