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비즈엔터

[시사後] ‘악녀’ 한 놈만 패는 격이랄까…전공분야 실력은 확실

(사진=NEW 제공)
(사진=NEW 제공)

오프닝. 킬러 숙희(김옥빈)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스크린을 채우는 건 그녀의 거친 숨소리와 빠른 칼춤에 솟구치는 피, 그리고 추풍낙엽처럼 후두두둑 나가떨어지는 100여 명의 악당들이다. 1인칭 슈팅 게임(First-Person Shooter, FPS)을 거대 스크린에서 보는 듯한 이 오프닝은 ‘악녀’가 어떤 영화인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영화는 자신의 전공분야가 액션임을 천명한다.

어린 시절부터 조직의 킬러로 키워진 숙희. 보스이자 연인인 중상(신하균)의 복수를 하다가 국가정보원에게 체포된다. 위기는 곧 기회다. 정보원은 그녀에게 10년간 국가를 위해 일하면 자유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중상의 아이를 임신 중인 숙희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암살요원으로의 삶을 시작한다. 그런 숙희를 감사하기 위해 배정된 국정원 요원 현수(성준)는 숙희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예기치 않은 인물의 등장으로 숙희의 삶은 다시 한 번 시험에 든다.

흠이 없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특히 막장드라마를 연상시키는 플롯에서 영화는 큰 구멍을 드러낸다. ‘아버지 복수’라는 설정은 진부하고, 숙희를 둘러싼 두 남자 중상과 현수의 감정선도 얄팍하게 눌러진 탓에 동선이 뜬금없이 보이기도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대부분이 액션을 위해 인위적으로 조율 돼 있다는 느낌도 강하게 인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전공분야’를 밀고나가는 뚝심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주인공 숙희가 바이크를 타고 도로를 역주행하며 벌이는 위험천만한 액션, 달리는 차 보닛 위에 앉아 한손으로는 운전하는 박력, 질주하는 버스에 올라타기 위해 공중으로 점프해 도끼를 내리찍는 괴력 등, 날 것 그대로의 펄펄 끓는 액션이 영화 골목골목에 들어차 있다.

‘니키타’ ‘하드코어 헨리’ 등 여러 영화들의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김옥빈의 절도 있는 액션과 유려한 카메라 워킹 등을 통과하면서 그만의 활기를 입는다.

그러니까 ‘악녀’는 전공분야에서는 날고 기지만, 그것이 아닌 요소에서는 점수를 대폭 깎아먹는 편식이 심한 장르물이다. 한 놈만 죽도록 패는 격이랄까. 단점과 장점 중 어느 쪽을 조금 더 취하느냐에 따라 관객이 느끼는 영화적 재미는 확연히 나뉠 것으로 보인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저작권자 © 비즈엔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bizenter.co.kr

실시간 관심기사

댓글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