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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유영 “고민 많던 ‘터널’, 이젠 사랑스러운 캐릭터도 욕심나요”

[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이유영(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이유영(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맑은 눈을 가진 이유영은 충무로의 주목 받는 기대주이자 ‘거목’임에 틀림없다. 그가 지난 2014년 데뷔 후 쉼 없이 밟아온 궤적이 이를 증명하고, 배우 이유영에 걸게 되는 자연스러운 기대를 뒷받침한다. 그런 그가 스크린이 아닌 브라운관으로 나와 좀 더 폭넓은 대중과 마주했다. 그가 신재이 역으로 분한 ‘터널’은, 이유영이 처음으로 도전한 드라마임과 동시에 OCN의 새로운 역사가 됐다.

차갑고도 서늘한 신재이를 입체적으로 구현해낸 그는 어려운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드라마의 매력에 푹 빠졌다. 연기에 있어 아직은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며 웃어 보이던 이유영이 또 어떤 궤적을 만들어나갈까. 해사한 미소를 짓다가도 좋은 작품이 오면 언제든 하고 싶다며 뜨거운 눈빛을 내보이던, 정적이라기보다는 동적인 모습이 돋보이던, 쾌활한 면모가 의외의 매력을 주던 배우 이유영을 만났다.

Q. 드라마도 끝나고 여유가 생겼을 것 같아요. 요새는 뭘 하며 시간을 보내나요?
이유영:
드라마가 끝난 뒤에 영화에 특별 출연할 게 있어서 촬영도 하고 그랬어요. 인터뷰도 돌다 보니 정작 여가는 아직 못 즐겼어요. 사실 여가라고 해서 특별히 하는 게 있진 않거든요. 낮잠을 자거나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거나 하는 정도라서, 시간이 나면 즐겨야죠.

Q. ‘터널’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죠. OCN의 최고 시청률까지도 넘었어요.
이유영:
이렇게까지 잘될 거라고는 사실 상상도 못했어요. 전작이었던 ‘보이스’도 시청률이 잘 나왔잖아요. 정말 재밌기도 했고요. 그래서 ‘터널’이 그만큼 잘 나올 수 있을지, ‘보이스’를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아예 하질 못 했었어요.

▲이유영(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이유영(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Q. 주연배우로서 인기 요인이 뭐라 생각해요?
이유영:
대본이죠. 처음에도 정말 재밌었는데, 본격적으로 방송이 되고 나서 시청자 반응이나 의견을 반영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시놉시스와 달라진 부분도 있었고요. 원래 기획안에는 멜로도 있었고 주연 3인방의 삼각관계 기류도 있었거든요(웃음). 윤현민 오빠와 옷을 사러 데이트를 하는 장면도 있을 정도였어요. 훨씬 멜로의 색채가 진했죠. 하지만 그런 부분도 다 덜어냈어요.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극이 끝날 즈음엔 오히려 시청자 분들이 멜로로 덜 가서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Q. 아쉬웠다는 걸 보니 멜로를 기대한 부분이 있었나 보네요.
이유영:
멜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긴 했어요. 제작진도 걱정 말라면서 멜로가 빨리 시작될 거라고 말했었죠. 그래서 기대를 했었는데 막상 멜로 기류가 흐르려고 하니까 반응이 별로 좋지가 않았어요. 기본적으로 장르물을 좋아하는 분들께서 시청을 해주시다보니 당연한 거였죠. 후반부로 갈수록 멜로가 이어질 듯 말 듯한 아슬아슬함이 유지되는데, 오히려 그렇게 되니 시청자 분들께 응원을 받았어요. 연기하는 입장에선 그런 반응이 많은 힘이 됐죠.

Q. 다소 열린 결말로 끝을 맺었어요. 만족하나요?
이유영:
기분 좋게 깔끔하게 끝난 것 같아서 정말 좋았어요. 살짝 여지가 남은 만큼 시즌2가 나와도 이야기할 거리가 많을 것 같아서 조금 기대도 되고요(웃음). 궁금한 게 정말 많았거든요. 과거로 돌아가서 범인을 잡으면 과거도 바뀌고, 그렇게 되면 미래도 바뀌니까 그 모든 것들이 궁금했어요. 많은 분들께서 다양한 해석도 남겨주셔서 즐겁게 읽기도 했어요.

Q. 신재이 캐릭터는 정적이면서도 냉철하고, 감정표현도 거의 없었어요. 연기하면서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유영:
감정을 절제하는 연기가 감정을 폭발시키는 연기보다 훨씬 어려워요. 명확한 감정이 있을수록 좀 더 수월해지는 건데, 내면엔 아픔이 있어도 그걸 드러내지 않고 자신을 절제하는 인물의 연기는 정말 힘들었죠. 하나하나 힘들지 않은 장면이 없었어요.

▲이유영(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이유영(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Q. 레퍼런스로 삼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었다면.
이유영:
특별히 참고한 작품이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그것이 알고싶다’의 이수정 교수님 출연부분을 다 찾아봤죠. 감독님이 추천해주신, ‘파과’라는 소설도 참고했어요. 사람을 죽일 때 동정심을 느끼지 않는 살인청부업자가 노년기에 접어들며 감정이 올라와서 실수도 하는 등 변화하는 모습이 담겼거든요. 신재이도 차가웠던 처음과 달리 마지막엔 여려지고 감정도 느끼는 등 변화하는 모습이 닮아보여서 소설을 일부 참고했었죠.

Q. 그렇다면, 신재이 역 연기는 어느 정도 만족했나요?
이유영:
아뇨. 아직은 만족을 논할 단계가 아닌 것 같아요. 하하.

Q. ‘터널’에선 목을 심하게 졸리는 연기도 했었어요. 보통 그런 역할을 하면 후유증이 남기 마련인데 괜찮았나요.
이유영:
정신적으로는 괜찮았는데, 촬영이 끝난 뒤 병원에 갔어요. 호흡을 하는데 계속 답답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촬영할 때 리얼리티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 제 스스로 숨도 참고 그랬거든요. 숨을 오랫동안 참으면서 ‘살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죠. 그 순간에 너무 집중을 해서인지 병원에 갔는데 괜찮다더라고요. 그때 제 목을 조른 김민상 선배님은 본인이 힘을 하나도 안 줬는데 스태프들이 다 뭐라고 했다고 억울하시대요(웃음).

Q. 목 졸리는 것만큼 어려운 연기는 또 있었어요. ‘오빠’인 최진혁이 ‘아버지’가 됐죠(웃음).
이유영:
맞아요. 하지만 그래도 최진혁 오빠는 나이차가 얼마 안 나도 잘 챙겨주고 이끌어주는 면이 약간 ‘아빠’ 같은 부분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서 최대한 몰입하려고 노력했죠. 만약, 윤현민 오빠가 아빠로 나오는 거면 더 힘들었겠다 싶어요. 장난기가 워낙 많아서 오빠랑 붙는 장면에서는 웃느라 NG가 많이 났거든요.

▲'터널' 윤현민 이유영 최진혁(사진=OCN)
▲'터널' 윤현민 이유영 최진혁(사진=OCN)

Q. 윤현민, 최진혁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끝났으니 다시 한 번 총체적으로 평가해본다면.
이유영:
자기 연기만 하는 배우들이 아니었어요. 솔직히, 제가 못 하는 게 있어도 아무 말 안 하고 자기가 할 것만 할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오빠들은 그렇지 않았어요. 드라마를 잘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다들 절박했고, 그러다보니 마음이 잘 맞아서 서로서로 조언도 해주고 많이들 도와줬어요. 김민상 선배님도 제안을 많이 해주셨고, 감독님도 시간에 쫓기더라도 연기적인 측면을 놓치고 가고 싶지 않아하셨고요.

Q. 바쁜 드라마 현장을 처음 경험해본 거잖아요. 어때요, 해볼 만 했나요(웃음).
이유영:
정신이 없었어요. 힘들다고 느낄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요. 눈을 뜨면 대사를 외우고, 연기를 하고, 밤을 새고 했어요. 하지만 이런 부분은 이미 심적으로 각오가 된 부분이었죠. 다른 분들께서 드라마 현장은 힘들어서 체력관리를 잘 해놔야 한다고 많이들 말씀해주셨거든요. 그래서 얼마나 힘들까 각오도 되고 겁도 났지만, 시청률이 잘 나오니 힘이 났어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터널’을 통해 참 많이 배웠죠. 마지막엔 제가 카메라를 막 찾더라니까요? 하하.

Q. 드라마와 영화는 어떤 점이 가장 달랐어요?
이유영:
연기적인 부분은 다를 게 없었어요. 하지만 역시나 소화해야하는 분량이 달랐죠. 하루에 촬영해야 하는 분량이 영화의 10배 이상이었거든요. 거의 3일 만에 영화 한 편을 만드는 수준이었어요. 정신이 정말 없더라고요. 드라마 현장은 좀 더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Q. 그렇다면, 드라마와 영화 중에서 어떤 게 더 맞다고 느끼는지.
이유영:
음…….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드라마에 이렇게 매력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지금은 드라마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반응이 바로 오니까 찍으면서도 응원을 받는 게 새롭고 참 좋더라고요.

▲이유영, 김주혁(출처=이유영 인스타그램)
▲이유영, 김주혁(출처=이유영 인스타그램)

Q. 남자친구이자 연기 선배인 김주혁은 영화도, 드라마도 모두 베테랑이잖아요. 도움을 받은 부분은 없었나요?
이유영:
촬영이 바빠서 조언까진 따로 못 들었어요. 신재이 캐릭터는 정말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받고 싶고, 하나라도 더 물어보고 싶고, 정말 혼자 해나가기 어려운 캐릭터였거든요. 하지만 집에서 자는 시간보다 차에서 자는 시간이 더 많았을 정도로 현장이 참 급박했어요. 그래서 연기적인 부분은 현장에 계시는 감독님과 배우들하고 주로 이야기를 나눴죠.

Q. 그래도 연인인데, 많이 못 만나면 아쉽지 않아요?
이유영:
오빠도, 저도 둘 다 일 욕심이 많은 편이에요. 연기를 할 때는 다른 거에 한눈 팔지 않고 딱 연기에만 집중해서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하하.

Q. 그렇다면 김주혁 씨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웃음).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서른을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여러 생각이 생길 수도 있는 시기잖아요. 결혼이나 비혼이나, 미래 계획에 대해 평소에 생각하던 게 있진 않은지.
이유영:
글쎄요. 실은 연기 생각밖에 안 해봤어요, 지금은. 저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니까요. 이제 막 재밌어지고 욕심도 생기고 그렇거든요. 그래서인지 이것저것 최대한 많은 역할을 소화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요.

Q.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이유영:
멜로요!(웃음). 로맨틱 코미디도 좋아요. 허점 많고 덜렁대고 푼수여도 좋아요. 사랑스러워 보이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어쩌다보니 항상 철저한 캐릭터만 했더라고요.

▲이유영(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이유영(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Q. 확실히 이유영이라는 배우는 색깔이 분명한 작품과 강한 캐릭터를 주로 보여줬던 것 같아요. 평소엔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이유영:
로맨스나 멜로를 좋아해요. 스릴러 같은 장르는 사실 잘 못 봐요. ‘터널’에서 살인범과 인터뷰하는 장면을 찍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 무섭더라고요. 찍을 때는 전혀 무섭단 생각을 못 했는데, 막상 보려니까 정말 무서웠어요.

Q. 평소 성격은 어떤가요?
이유영: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신재이와는 정반대예요(웃음). 밝은 편이지만 철저하지도 못하고 실수투성이거든요. 항상 뭘 잘 떨어뜨리기도 하고, 하도 덜렁대서 주위에서 잔소리를 많이 듣는 편이고요. 허점이 많아서 챙김을 많이 받는 스타일이에요.

Q. 허점이 많다니 의외예요(웃음). 배우가 안 됐다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요?
이유영:
그러게요. 뭘 하고 있을까요? 음……. 이것저것 해보다가 제가 좋아하는 게 뭔지를 아직까지도 찾고 있었을 것 같아요. 저는, 원하는 게 있으면 그걸 위해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예전에는 근성이 너무 강해서 친구들을 한 번도 안 만나고 연기훈련만 한 적도 있었어요. 물론, 지금은 사람 만나서 얘기 듣는 것도 연기 공부라 생각하지만 학창시절엔 정말 연기에만 몰입했던 때도 있었죠.

▲이유영(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이유영(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Q. 다양한 장르를 해본 편이잖아요. 새롭게 해보고 싶은, 욕심나는 장르는 어떤 거예요?
이유영:
현대물보다는 시대물이 더 좋은 것 같아요. 판타지도 좋아하고 로맨틱한 사랑얘기도 좋아하거든요.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처럼 심리묘사가 세밀하게 들어가는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삶이나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라는 영화처럼,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그런 영화도 좋아해요. 그런 작품들에 욕심이 나죠.

Q. 이제 2017년의 하반기에 가까워졌어요. 하반기 활동계획은 어떤가요?
이유영:
올해 개봉할 영화가 두 편 있어요. ‘원더풀 라이프’랑 ‘마리오네트’(가제)라는 영화의 개봉 외에 다른 건 아직은 정해져있지 않아요. 좋은 작품이 온다면 언제든지 하고 싶어요. 지금은 드라마의 매력에 많이 빠져있어서 그 부분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Q. 그렇다면, 차기작은 드라마가 되는 걸까요(웃음).
이유영:
영화든, 드라마든 가리지 않고 제 마음에 가장 와 닿는 작품이 있다면 꼭 하고 싶어요. 만약 드라마를 하게 된다면, ‘터널’이라는 장르물을 했던 만큼 이번에는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원래 제 성격과 비슷해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그런 캐릭터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죠(웃음).

▲이유영(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이유영(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김예슬 기자 yey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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