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라효진 기자]
“안녕하세요!”
어느덧 불혹을 넘긴 나이지만, 왕년의 하이틴 스타는 여전히 상큼했다.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면서부터 하이톤의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 배우 김희선. 그가 재벌가 며느리에서 남편의 외도로 이혼 후 새 삶을 개척하는 우아진 역으로 열연한 JTBC ‘품위있는 그녀’는 해당 방송사 드라마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작품의 화제성 순위는 1위에서 떨어질 줄 몰랐고, 김희선 역시 쏟아지는 연기 칭찬과 관심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반응이 좋으니까 저도 좋죠. 사실은 주위 사람들이 더 좋아해요. 시댁 식구들도 그렇고, 다들 예뻐해 주시니까 기분이 좋죠. 심지어는 제 아이 친구들도 알더라고요. 배우로서는 제일 행복한 순간이죠.”
사실 ‘품위있는 그녀’가 처음부터 흥행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었다. 첫 방송 시청률은 2%(닐슨코리아)에 불과했다. 좀처럼 실패를 맛 본 적 없는 김희선이었기에, 시청률 파이가 잘게 쪼개져 종편이나 케이블 채널의 경우 5%만 넘어도 ‘대박’이라 불리는 최근의 드라마 환경이 그에게는 다소 적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1회 시청률 보고 은퇴하려고 했어요.(웃음) 실망한 정도가 아니었죠. 저는 드라마가 잘 된다 싶으면 시청률 40%도 넘던 시기에 활동했으니까요. 집계 방식에 의문이 들 정도였다니까요?”
김희선을 생각하며 ‘품위있는 그녀’의 우아진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백미경 작가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저조한 초반 시청률에 자책하던 김희선에게 ‘곧 사람들이 다 알아 봐 줄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워 줬던 것이 백 작가였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박복자 역할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그런데 백 작가가 ‘넌 우아진이야. 언니 말 들어’라고 하더라고요. 자신을 믿어 달라는 말에, 백 작가만 따라가기로 했죠.”
김희선은 극 중 우아진과 같은 ‘강남 엄마’다. 부담스러울 법도 했을 수식을 쿨하게 인정한 그가 엄마로서의 자신에게 몇 점이나 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아이랑 같이 있으면 100%로 잘 해요. 저와 아이 사이에는 확신이 있어요. 제가 곁을 비워도 아이가 저를 찾지 않을 때 사랑의 크기가 큰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딸과 노는 모습을 보면 마치 아빠와 아들을 보는 것 같다며 호탕한 웃음을 지어 보인 김희선은 아내로서의 자신이 ‘품위있는 그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늘 성숙하고 품위있는 모습의 우아진을 연기하면서 캐릭터의 좋은 점들을 배워가고 있었다는 소리다.
“드라마 속 상황에 실제 저를 대입시켜 볼 때가 있어요. 김희선이라면 절대 그렇게 못 했을 현명한 처신들을 보면서 ‘이럴 땐 이래야겠구나’ 싶은 거예요. 저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좀 더 노력하게 됐어요.”
‘품위있는 그녀’를 통해 김희선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들이 가득하지만, 사실 그는 정상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김희선은 25년 동안 부침 없이 활동할 수 있던 비결로 미모 만큼이나 변치 않는 솔직함을 꼽았다. 여배우에게 주당 이미지가 치명적이었던 시절에도 그는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이전보다 더 솔직해진 김희선의 이야기들은 그의 진일보를 보여주기 충분했다.
“제가 딱 하나 잘 했다고 생각하는 건 늘 솔직했던 거예요. 어릴 때는 술이 좋아서 마셨다면, 이제는 사람과 분위기가 좋아서 마셔요. 아이가 술 마시는 얘기 좀 그만 하라고 하지만….(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