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그룹 아이콘의 바비는 정식 데뷔 전 출연한 Mnet ‘쇼미더머니3’(2014)에서 숱한 아마추어, 프로 래퍼들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 그룹 연습생의 신분이었던 그에게 편견과 평가절하는 숙명적인 것이었을 테지만, 바비는 “래퍼는 많고 무대는 적”(‘가드 올리고 바운스’)은 힙합 신에서 “우리 안의 소리”에서 “너와 나의 연결고리”(‘연결고리 #힙합’)를 찾아내 그것을 바짝 옥죄었다.스무 살, “여기서 나를 데려가”(‘런어웨이’)달라고 외치던 소년은 독기를 불태우고 패기로 돌진하던 시기를 지나 지금 달콤하고 말랑한 노래를 속삭인다. 더 많은 대중에게 편안하게 가닿고 싶다던 그의 바람은 “니 귀에 닿길 바라. 기도해”라는 노래(‘파이어워크’)로 태어났다. “내 이름이 다 없어진 순간에도 음악과 함께 하고 싶다”는 바비의 꿈은, 그의 이름을 진하게 새기는 가장 결정적인 일격이 될 것이다.
Q. 데뷔 2년 만, ‘쇼미더머니3’ 우승 3년 만에 내는 솔로 음반입니다. 기분이 어때요?
바비: 음반을 낸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입니다. 감사하고 기쁩니다. 오랜 시간 즐기면서 곡을 만들었고 작업물을 많은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평소에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것 자체가 무척 설렙니다.
Q. 아이콘 음반과 바비의 솔로 음반은 어떻게 다른가요?
바비: 아이콘 활동에서는 센 모습, 거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이번 음반을 통해 부드럽고 감성적인 모습, 젠틀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발라드, 알엔비처럼 감성적인 면을 강조할 수 있는 장르의 음악이 많습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마냥 센 사람은 아니거든요.
Q. 멤버들 가운데 가장 먼저 솔로 음반을 냈습니다. 비결이 뭐예요?
바비: 오랜 시간 (양현석) 회장님에게 끈질기게 작업한 곡들을 많이 보냈습니다. 위너 형들이나 아이콘 형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회장님께서 (제 음악을) 좋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Q. 멤버들 반응은 어땠나요.
바비: (정)찬우라는 친구가 꽃다발을 사줬습니다, 귀엽게.(웃음) 제가 작업할 때 앉는 컴퓨터 의자 위에 올려놨습니다. 음반 제작하는 데 멤버들, 특히 진환이 형의 힘이 컸습니다. 완성되지 않은 곡들을 멤버들에게 들려주면 ‘여긴 좋다’ ‘이건 별로다’ ‘이 부분은 다르게 하는 것 좋겠다’ 등 객관적으로 평가해줬습니다. 제가 아직 한국어가 서투른데, 그래서 가사를 쓰면서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많았습니다. 그 때마다 멤버들과 회장님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발음도 마찬가지고요.
Q. 타이틀곡 ‘런어웨이(RUNAWAY)’는 자전적인 성격이 짙은 곡입니다.
바비: 스무 살 때, 친구들이 저만 빼고 여행을 간다던지 혹은 여행을 가서 저한테 ‘너 뭐하고 있냐. 빨리 와라’고 연락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저도 또래 친구들처럼 즐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것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 시점부터 이 곡을 쓰게 됐습니다. 제가 랩을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BPM의 곡입니다. 제 얘기를 가장 자세히 들려드리고 싶어서 지금의 BPM과 스타일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Q. 주변 반응은 어때요.
바비: 엄마는 별로 안 좋아하십니다.(웃음) 당신 아들이 힘들었던 시간을 토씨하나 빼놓지 않고 노골적으로 드러낸 곡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Q. 그동안 노래에서 어머니 얘기를 자주 한 편이에요.‘런어웨이’에서도 어머니가 언급되고요.
바비: 제 생각에, 저희 엄마는 당신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 소원이 저와 홍대를 걸어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저를 얼마나 알아보는지 궁금하시대요.(웃음)
Q. 또 다른 타이틀곡 ‘사랑해’는 어떤 노래인가요.
바비: 오랜 시간 함께 한 남자와 여자가 세월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담았다. 웹툰 ‘남과 여’에서 영감을 받았다. 되게 슬픈 이별노래인데 밝은 분위기로,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많은 분들에게 좀 더 가닿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Q. ‘사랑해’를 포함해 음반 전체적으로 사랑에 대한 얘기가 많습니다.
바비: 감성적인 면을 강조하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사랑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 것 같습니다. 웹툰이나 영화 등을 보면서 ‘내가 저 상황에 있다면 어떨까’ 상상을 많이 했고, 비단 이야기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면에서도 영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Q. 음반명을 ‘러브(LOVE)’가 아닌 ‘러브&폴
바비:
Q. 바비에게 ‘사랑’의 의미를 가장 크게 보여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바비: 부모님을 보면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아빠는 아직도 엄마를 ‘여보’라고 부르지 않고 이름으로 부르십니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서로의 곁에 있고 서로를 아껴주는 것이 제가 본 엄마 아빠의 모습이었고, 그게 사랑인 것 같습니다.
Q. 서로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게 바비에겐 큰 의미로 느껴졌나 봐요.
바비: 어렸을 때는 부부가 그렇게 서로를 대하는 게 당연한 것인 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까 다른 사람들에게는 놀랄 일이더라고요. 긴 세월 동안, 아빠가 엄마를 존중하고 있고 아끼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누구 엄마’ 혹은 ‘누구 아빠’가 아닌 서로의 연인으로 남는다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자랑스럽습니다.
Q. 또 한 가지 돋보이는 점은 노래를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바비: 이번 음반은 ‘랩’보다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드레이크가 처음 나왔을 때에도 노래를 한다는 점 때문에 혹평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노래가 결합된 형태를) 꾸준히 열심히 했고 지금은 많은 래퍼들이 멜로디가 있는 랩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게 더 좋아요. 멜로디를 넣어서 볼륨감을 키우는 게 더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더 대중적이고 편하게 다가갈 수도 있고요.
Q. 자신의 목소리에 만족하는 편인가요.
바비: 아니요. 비단 노래뿐만 아니라 무대 전체를 통틀어서도 만족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늘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지금의 저에게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봅니다. 그래서 지금도 열심히 연습하고 곡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Q. 타이틀곡은 어떻게 정했나요.
바비: 사실 열 곡 모두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곡들이라 타이틀곡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고민이었습니다. 회장님께서 타이틀곡을 정하는 데에 많은 조언을 주셨습니다. ‘사랑해’ 같은 경우에는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곡이라고 하셨습니다. ‘런어웨이’는 100% 제 얘기니까 내심 타이틀곡으로 하고 싶었는데, (타이틀곡이) 돼서 기뻤습니다. 회장님이 제 마음을 알아주셨어요.(웃음) 감사합니다.
Q. 타이틀곡을 제외하고 쓰고 나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가사가 있나요.
바비: ‘파이어워크’라는 곡에 있는 ‘이건 네 노래야. 널 위해 쓴 거야. 네 귀에 닿길 바라’라는 가사를 좋아합니다. 굉장히 간단한 가사이지만 누군가를 향해 열정적으로 음악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잘 담긴 표현 같아서 좋습니다. 그리고 (음반에 실리지 않은) 후보곡 중에서도 몇 개 있는데 아직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웃음)
Q. 아이콘 음반에 넣고 싶은 노래는 없었어요?
바비: ‘파이어워크’나 다른 몇 곡들을 보컬 멤버들에게 들려주면서 (아이콘 음반에 넣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런데 멤버들 이 ‘우리 목소리보다 네가 하는 게 훨씬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솔로 음반에 넣게 됐습니다. 팀 곡도 열심히 쓰고 있긴 한데, 비아이라는 친구가 멤버들의 성향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비아이만큼 잘 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비아이가 너무 고생하고 있어서 도와주고 싶은데 제 마음처럼 안 되네요. 언젠가는 팀 곡을 꼭 쓰고 싶습니다.
Q. 아이콘 활동 계획은 어때요? 최근 아이콘의 국내 활동이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팬들이 YG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아이콘 굿즈에 대한 보이콧을 진행한 일도 있었는데요.
바비: 당연히 계획이 있습니다. 멤버들 모두 빨리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이콧은 죄송스럽습니다. 저희를 보고 싶어서 하신 행동이니까요. 사춘기 때부터 지금까지, 가족보다 멤버들과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친구들과 무대 위에 서는 게 꿈이었고 그게 너무 좋습니다. 다들 노력하고 있으니 앞으로 나올 아이콘의 음악도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바비가 가장 잘하는 건 뭐예요?
바비: 저는 무대 위에서 즐기는 건 정말 잘하는 것 같습니다. 무대에 오르는 것이 정말 재밌고 관객들 한 명 한 명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좋습니다. 무대 위에 선 제 모습이 가장 좋아요.
Q. 당신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바비: 음악을 일로써 하고 싶지 않습니다. 죽을 때까지 즐기고 싶습니다. 제 이름을 건 음반이 한 장 나왔다고 해서 만족하지 않고, 틈나는 대로 솔로곡이나 팀 곡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제 이름이 다 없어지고 (곁에) 아무도 없을 때까지도 음악을 즐기고 음악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죽을 때까지 음악,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