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왕은 사랑한다’가 40부작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방영 내내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러브라인 덕분에 종종 tvN ‘응답하라’ 시리즈와 비교되곤 했던 이 작품은, 그러나 ‘응답하라’ 시리즈와는 비교할 수 없는 혹평으로 극을 마무리해야 했다.
남모를 외로움과 아픔을 지닌 남자와 여자. 둘은 티격태격하는 와중에도 서로를 향한 사랑을 키워나간다. 여자를 사랑하는 또 다른 남자는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그녀를 감싸지만, 자신이 품은 순정 때문에 결국 여자를 떠나보낸다. 이것은 수많은 삼각 로맨스에서 긴 시간 되풀이됐던 클리셰다. 왕원(임시완 분)-은산(임윤아 분)-왕린(홍종현 분)의 삼각 구도 또한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결실을 맺지 못했던 남자2의 사랑이 ‘왕은 사랑한다’에서는 여자의 마음을 얻는 데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응답하라 1988’도 비슷했다. 정환(류준열 분)은 덕선(혜리 분)을 괴롭히면서도 긴 시간 그녀를 짝사랑했다. 많은 ‘떡밥’들이 정환을 가리켰다. 그러나 덕선과 결혼한 건, 긴 시간 키다리 아저씨처럼 그녀의 곁을 지켰던 택(박보검 분)이었다. 정환-덕선-택의 관계는 클리셰 적이었지만 결말은 클리셰를 배반했다.
‘응답하라 1988’는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결말에 대한 믿음이 확실했던 작품이지만, 믿음과 엇나간 결말에 대한 시청자들의 저항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방영 내내 은근하게 하지만 치밀하게 깔려 있던 복선 때문이다. 작품은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덕선이 타인과의 관계, 특히 가정 내에서 경험한 결핍을 보여줬고 택이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인물임을 암시했다. 의외의 결말이 ‘배신’이 아닌 ‘반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던 원동력이다.

‘왕은 사랑한다’의 한계가 드러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김상협PD는 은산 역을 연기한 임윤아에게 원작을 읽지 않을 것을 지시했다. 원작의 결말을 모르게 만들기 위함일 것이다.
임윤아는 최근 인터뷰에서 “은산이 왕원을 좋아하는 건지, 왕린을 좋아하는 건지 나조차도 헷갈리는 상태에서 촬영을 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당시 취재진이 은산-왕원 파와 은산-왕린 파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인 일도 있었다. 토론은 좋다. 하지만 작품의 결말이 은산-왕원 파에게 아쉬움을 넘어 배신감까지 줬다면, 그것이 좋은 결말인지는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클리셰를 벗어나는 것은 짜릿하지만 짜릿함을 안기기 위해서는 촘촘한 설계가 필요하다. 제작진의 작전은 러브라인을 향한 궁금증을 키우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왕은 사랑한다’가 ‘응답하라’ 시리즈가 되지 못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