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멜로로만 점철됐던 드라마 판이 재편됐다. 인물들의 사랑 위주로 전개를 이어가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저마다의 흥행코드로 차별성을 가져가고 있다.
SBS ‘사랑의 온도’를 꺾고 월화드라마 1위에 이름을 올린 KBS2 ‘마녀의 법정’과 tvN ‘부암동 복수자들’ 등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드라마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천편일률적인 멜로가 없다는 점이다. 대신 사회적 이슈를 담거나 워맨스와 복수 소재를 통한 대리만족을 추구한다.
‘마녀의 법정’은 특히나 좀 더 눈여겨봄직 하다. 여성아동범죄를 다루는 두 검사의 이야기를 기존의 남녀 주인공에 부여됐던 클리셰와는 완전 대치되도록 꾸몄다.
성공과 출세를 위해 달리는 이성적인 ‘워커홀릭’ 선배는 여자주인공인 반면 후배검사인 남자주인공은 좀 더 감정적이고 선배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능하다. 유달리 법정물이 많이 쏟아진 올해였지만 ‘마녀의 법정’만이 가진 차별화 포인트가 시청자들에 지지를 받는 모양새다.
‘부암동 복수자들’은 여자들의 복수라는 전통적인 흥행 소재를 통해 드라마 주 시청 층인 여성들에 공감대 및 대리만족이라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KBS2 ‘매드독’은 보험사기 소재로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갖고 입소문을 타고 있으며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하우스 푸어, 비혼 등 최근 이슈가 되는 주제로 흥미를 유발한다.
이렇듯 새로운 소재들이 발굴됐지만, 그럼에도 사랑 이야기는 여전히 많은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장르다. 하지만 이제는 평범한 사랑이야기만으로는 승부를 가를 수 없다. 드라마 선택 폭이 넓어진 만큼 남들도 다 하는 사랑을 다룬다면 더 특별하고 차별화돼야 한다.
이는 치열한 수목드라마 전쟁에서 가장 명확히 드러난 부분이다. 기존 수목극 1위였던 MBC ‘병원선’은 메디컬 장르로 동시간대 드라마를 평정했으나 주인공들의 로맨스가 시작되며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 추월당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또한 멜로를 다루고 있으나 시청자와 줄다리기를 잘 이어간다. 탈영병·보험금 탈취를 위한 친족살인·가정폭력 등 뉴스의 소재들을 사건화해 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전면에 배치했고, 코믹 요소가 어우러진 로맨스는 동지애와 유사한 느낌으로 그려냈다. 여기에 예지몽이라는 판타지 코드를 첨가했다.
이와는 다르게 독특한 장르에 집중하다 멜로를 ‘얻어 건지는’ 일도 종종 있다. 멜로 요소가 전무해도 시청자들이 알아서 캐릭터 간의 케미스트리에 집중하는 경우다.
올 여름 화제 속에 종영한 ‘비밀의 숲’과 OCN 오리지널 장르극인 ‘보이스’, ‘터널’이 이에 해당된다. 억지 멜로에 대한 시청자 거부감은 줄이되 오히려 로맨스에 대한 여운을 남긴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